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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 입을 못 열고

이주연 목사............... 조회 수 1158 추천 수 0 2013.10.06 21:34:23
.........

<사진-버킷리스트를 찾아 떠나는 설악여행 1차, 중청에서>

 

 

사무실에서 혼자 식사를 하는데 문밖에서 누가 기웃거렸습니다.

얼굴이 유리창을 통하여 보였습니다. 술 취한 노숙인 형제였습니다.

알코올 중독으로 제일 걱정이 되는 3인방 중에 한 분이었습니다.

 

들어오라 하니 들어와서는 할 이야기가 있다는 듯이 인사를 하고는

주변을 서성이며 말을 꺼내지 못하며

수줍은 듯이 웃기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우선 저녁을 하셨느냐 물었더니,

거절의 손짓인데 먹었다는 것이 아니라

먹을 생각이 없다는 표정입니다.

 

술에 취하기 시작하면 식사는 의례 하지 않는 것이니  

새삼스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과 한쪽을 드렸더니 고맙다고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목사님! .......” 하고는

저를 처다만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자리에 앉아서 사과를 들고 가시라고 한 쪽을 더 드렸더니  

목사님! ……”하고는 역시 말을 못 꺼내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몇 차례 그렇게 하더니

안녕히 계시라고 하면서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돈을 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을 못 떼고 나간 것입니다.

이것은 참으로 기적입니다.

 

늘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그 술을 위하여 돈을 필요로 하였던 분인데

오늘은 막상 오긴 왔는데 돈을 달라 입을 입을 떼지 못하고 나간 것입니다.

 

3년 전부터 만남이 시작되었는데 예전엔 막무가내였습니다.

술만 취하면 그 표정과 말투는 너무도 역해서

돈을 주어버리고 말도록 만들어내는 능력가였습니다.

심지어 어느 날엔 예배실에 앉았다가 간 자리가

축축해서 앉을 수 없는 지경이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차마 제게 입을 못 떼겠다 생각하시고는 그냥 떠난 것입니다.  

미안하고 송구한 마음인지라 입을 못 떼겠다는 몸짓이었습니다.

오늘은 그 형제님의 마음이 제겐 큰 위로가 되어

속으로 눈물이 흐르는 감사를 하나님께 드렸습니다.   

<이주연>


 
*하루 한 단 기쁨으로
  영성의 길 오르기*
 
자비한 마음을 가지십시오.

주께서 자비롭게 대하실 것입니다.<연>
 

<산마루서신 http://www.sanlet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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