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티일기398】계속산 에코 힐링 맨발 황토길 걷기

 

아내와 함께 계족산 맨발 황토길 13.5km를 걸었습니다. 그냥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를 하염없이 걷고싶은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하여 일과를 빨리 마치고 오전 11시에 집에서 출발하여 중간에 구즉동 묵마을에서 보리밥으로 점심을 먹고 황토길에 가장 단거리로 오를 수 있는 곳인 이현마을로 갔습니다. 맨발황토길 입구인 장동에서 올라가면 1.5km를 올라가야 황토길에 도착하지만 이현마을에서는 300m만 올라가면 황토길입니다.
 작년에 계족산 마라톤을 하면서 한바퀴 도는데 1시간 30분 걸렸던 코스입니다. 우거진 나무그늘 아래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맨발로 흙의 감촉을 느끼며 황토흙길을 걷겠다는 낭만적이고 야무진 생각은 걷기 시장 10분만에 우당탕 쿵탕 왕창 퉁탕 우루루 와르르르르르 무너졌습니다.
 도로관리 차량이 해충방지 살충제를 길가 나무에 부왕부왕 뿌리면서 지나가는데 나무에서 농약이 빗방울 떨어지듯 후두둑 후두둑 떨어져 땅바닥의 황토에 곱게 스며들었습니다. 맨발로 걷다가는 그 농약이 모두 발바닥으로 흡수될 판입니다. 우리는 신발을 벗을 엄두도 못 내고 길을 걸으면서 맨발로 걷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빨리 신발을 신으라고 알려 주었습니다.
 마라톤 출발지점인 절 고개 도착하여 의자에 앉아 한 참 쉬는데, 옆에서 쉬던 분들이 목사님들이신가 봅니다. "내가 성경을 100% 믿는데, 딱 한가지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네. 네 부모를 공경하면 장수하고 땅을 주신다는데, 나는 그 말을 못 믿겠어. 알다시피 내가 지금 십년째 노모를 모시고 있잖아. 일주일에 한번씩 손수 목욕을 시켜드리고 온갖 수발을 다 드는 걸 보고 세상에 이런 효자가 없다고들 하네. 그런데 나는 땅은커녕 집도 없어서 세를 살아. 만약 그 성경말씀이 사실이라면 나는 정말 큰 집과 땅을 받아야 한다구..."
 다른 목사님께서 뭐라뭐라 하나님 편을 들면서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다시 출발하여 황토길을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뒤로 들리는 노모를 모신다는 목사님의 말씀이 참 솔직한 고백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일임에도 많은 분들이 삼삼오오 길을 걷고 있는 모습이 참 여유로워 보입니다. 중간에 노점상에서 나는 얼린 커피 한병, 아내는 얼린 식혜 한병을 사서 다 녹을때까지 흔들어가며 쪽쪽 빨아먹었습니다. 크게 힘들지 않은 길이라 시간만 된다면 두 바퀴라도 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계족산 에코 힐링 맨발 황토길을 맨발은 아니고 신발 신고 잘 걷고 왔습니다. ⓒ최용우 2013.7.26 금

2013-07-26 13.28.15.jpg2013-07-26 13.28.33.jpg2013-07-26 13.29.40.jpg2013-07-26 13.29.50.jpg2013-07-26 13.43.07.jpg2013-07-26 13.43.36.jpg2013-07-26 13.44.18.jpg2013-07-26 13.48.24.jpg2013-07-26 15.07.29.jpg2013-07-26 15.27.01.jpg2013-07-26 15.27.25.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