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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수도원 탐방기4] 솔렘수도원

수도관상피정 유재경 교수............... 조회 수 23 추천 수 0 2023.09.15 14: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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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news.imaeil.com/page/view/2018121210373098635 

[유재경 교수의 프랑스 수도원 탐방기]④천상의 소리가 울려 퍼지는 솔렘 수도원을 찾아서

 

특집부 weekly@msnet.co.kr

매일신문 입력 2018-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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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베네딕트 수도원의 중심인 솔렘수도원은 전례개혁과 그레고리오 성가의 부흥으로 주목받고 있다.

 

"만일 소리가 사람의 기억 속에서 지탱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사라진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그것을 적을 수 없기 때문이다." 6세기의 음악가 이시도로(Isidore of Seville)의 잠언이다. 인간은 기억하는 존재이고, 신은 인간의 기억 속에 현존한다. 솔렘 수도원(Solesmes Abbey)은 고요와 평화로 우리의 뇌리를 물들이지만, 그곳에서 들려오는 그레고리오 성가는 기억 속에서 멜로디가 되어 영원히 살아 숨 쉰다.

 

큰 아쉬움 속에 몽생미셀 수도원을 떠났다. 노르망디 해안을 뒤로하고 동남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몽생미셀은 쉽게 잊혀지지 않았다. 발걸음은 솔렘을 향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그곳에 남아 있었다. 바위섬과 수도원이 눈앞에서 사라진 뒤에야 솔렘이란 단어가 마음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프랑스 북서쪽에 위치한 솔렘으로 가는 길엔 광활한 밀밭이 바둑판처럼 펼쳐져 있었다. 자동차로 2시간 이상 달렸을 때, 산기슭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작은 동네가 나타났다. 솔렘이었다. 사르트(Sarthe) 강 양안에 자리한 솔렘 마을은 밝은 색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한 폭의 그림이 되어 우리를 맞이했다. 아치형 작은 돌다리 건너편 녹음(綠陰) 사이로 웅장한 솔렘 수도원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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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과 맞닿은 솔렘수도원은 아름답고 고즈넉했다.

 

솔렘 마을은 너무나 조용하고 깨끗했다. 수도원에 도착하여 간신히 출입문을 찾았지만, 수도원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이심전심이었을까? 천병석 교수와 나는 수도원 담벼락을 따라 돌기 시작했다. 남쪽으로 내려가자 곧 사르트 강이 나타났다. 강과 맞닿은 높은 수도원 담장과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은 수도원 건물은 아름답고 고적했다. 보트 놀이에 한창인 10대들의 웃음소리가 호수처럼 잔잔한 강의 고요를 깨우고 있었지만, 수도원의 정적을 넘지는 못하고 있었다. 담장을 따라 한 바퀴 수도원을 돈 것이 작은 순례가 되었는지 우리는 편안한 마음으로 수도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5세기경 기독교 공동체가 형성된 르망과 앙제 사이 사르트 강 기슭 솔렘에 1010년 제프리(Geoffrey)가 수도원 부지와 농장을 베네딕트 수도사들에게 기부함으로써 솔렘 수도원이 세워졌다. 솔렘 수도원은 300년 가까이 사르트 강가에서 평화를 누렸다. 하지만 1375년 백년전쟁으로 수도원이 불타고 폐쇄되는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몇 차례에 걸친 재건축과 수도사 추방은 역사의 거친 파도가 수도원에도 예외는 아니었음을 보여준다. 솔렘 수도원의 새로운 역사는 르망의 교구 사제였던 게랑제(Gueranger)가 프랑스 혁명으로 파괴된 수도생활을 복원함으로써 시작되었다. 그는 1833년 베네딕트 규칙에 따라 미사 전례와 성무일과(Divine Office)를 회복하는 일에 몰두했고, 이것은 전례 성가인 그레고리오 성가의 복원으로 이어졌다. 솔렘 수도원의 수난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게랑제의 복원 이후에도 솔렘 수도원은 최소한 네 차례나 수도원이 폐쇄되고 수도사들이 추방당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시구처럼 솔렘 수도원의 역사는 우리 인생사를 많이 닮아 있었다. 오늘날 프랑스 베네딕트 수도원의 중심인 솔렘은 전례개혁과 그레고리오 성가의 부흥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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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렘수도원

 

토요일에 솔렘에 도착한 우리는 수도원에서 토요일과 주일을 온전히 보낼 수 있다는 기대로 거룩한 설레임이 일었다. 2박 3일의 짧은 시간이지만 수도사들과 마찬가지로 하루 일곱 번의 예배에 꼭 참석하겠다는 작은 다짐을 했다. 첫날에는 오후 5시에 드리는 저녁기도(vespers)부터 시작하여 8시 30분에 끝기도(compline)로 성무일과를 마무리했다. 이튿날 주일엔 5시 아침기도를 시작으로 10시 미사를 거처 모두 일곱 번의 예배를 드렸다. 솔렘 수도원 예배의 장엄함과 아름다움은 너무나 감동적이었지만, 예배 가운데 내가 오로지 하느님만을 향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더욱 놀라웠다. 딱딱한 나무 의자에서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무릎이 아파왔다. 나는 아직 훈련이 부족한 예배자였다.

 

수도원 생활은 저녁 식사 전 수도원장이 방문객의 손을 일일이 씻어주는 작은 의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수도사는 우리의 손에 물을 조금 떨어뜨렸고, 수도원장은 환영의 인사와 함께 하얀 천으로 손을 닦아주었다. 몸과 마음이 깨끗해지는 느낌이었다. 이방인을 위한 의식은 단정하고 엄숙했다. 의식(ritual)은 기억의 갱신이 아니라, 다른 세계를 향해 문을 여는 행위가 아닌가? 이 작은 의식에서 나는 다른 세계로 나아가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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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렘수도원에서 수도사들이 기도를 드린후 식사를 함께하고 있다.

 

환영 의식이 끝난 후 우리는 하얀 수도복의 도미니칸 수도사를 포함한 7-8명의 방문객과 함께 지정된 식탁에 앉아 저녁 식사를 했다. 빵과 치즈, 수프에 이어 메인 요리로 삶은 닭고기가 나왔다. 음식은 부드럽고 맛이 있었지만, 나의 마음은 식탁 너머로 향하고 있었다. 식사 시간 내내 설교대에 앉아 성경을 읽는 수도사의 목소리가 마음으로 내려앉고 있었다. 음식을 먹는지 말씀을 먹는지 참으로 미묘한 감정이 교차했다. 식재료가 좋은 음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신의 거룩한 손길이 닿아 있음을 느낄 때 가장 맛있는 음식이 된다. 식사 때마다 빠지지 않고 기도를 하지만, 식사가 예배가 되고 하늘의 음식을 함께 먹는 거룩한 시간임을 새삼 깨달았다.

 

수도원을 찾은 순례자들은 대부분 프랑스인이었다. 우연히 파리에서 온 40대 남성과 솔렘 인근에서 왔다는 30대 후반의 남성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30대 후반의 남성은 가정에 문제가 있어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기도하러 왔다고 했다. 실례인 듯하여 더 이상 묻지는 않았지만 '인생의 중요한 결단'을 앞두고, 수도원을 찾아 하느님께 답을 구하고 있는 그를 쉽게 떨쳐낼 수 없었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위기는 있기 마련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삶의 어려움 앞에서 단독자로 신과 대면하고 있는 그가 바로 진정한 신앙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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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장이 저녁식사전 방문객의 손을 일일이 씻어주고 있다.

 

주일 오후엔 서울에서 온 가톨릭신학대학교 학생 둘을 만났다. 그들은 그레고리오 성가의 완전한 버전을 듣고 싶어 솔렘 수도원을 찾았다고 했다. 그레고리오 성가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가톨릭 성가의 전문가인 게랑제는 물론, 조시옹(Jausions), 포티에르(Pothier), 모르크(Mocquereau)가 솔렘에서 그레고리오 성가의 복원을 위해 헌신했다. 이들은 그레고리오 성가를 연구하고 전례집을 출판했으며, 미사와 성무일도를 위한 공식 성가집도 출간했다. 1975년 로마 응송집(Graduale Romanum)이 출간됨으로써 그레고리오 성가에 대한 연구는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왜 그레고리오 성가인가? 예배 가운데 울려 퍼지는 성가를 들으며 생각했다. 다른 음악과는 무엇이 다르며, 고대 로마 성가나 베네벤토 성가, 밀라노 성가와는 어떤 관계에 있는가?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하늘의 소리를 인간의 기억 속에 또렷하게 남긴다. 그것은 반주 없는 단선율, 규칙적이고 기계적인 음악이 아닌 자유로운 리듬, 음악 자체가 주는 평온함과 단순함에서 오는 놀라운 효과일 것이다. 공티에르(Gontier)의 해석원리가 보여주듯이 그레고리오 성가는 순수 멜로디를 제외한 모든 음악적 요소가 '현명한 읽기'에 봉사하고 있다. 그레고리오 성가는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을 음악을 통해 피조세계에 들려주는 하늘의 음악이다. 솔렘 수도원의 정신이 그레고리오 성가에 있다고 한다면 지나친 말일까? 솔렘의 수도사들은 음악에서 하느님을 발견했고, 하느님이 음악을 통해 인간의 기억 속으로 내려오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솔렘 수도원의 원장이었던 델라테(Dom Delatte)은 말했다. "하느님은 사람을 찾고, 반대로 사람은 하느님을 찾아야만 한다. 수도생활은 이것 외에 다른 것이 아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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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유재경 교수 영남신학대학·기독교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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