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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출처 : | https://news.khan.kr/mvZ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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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 새로워
날마다 순간마다
숨을 쉬고 살면서도
숨 쉬는 고마움을
잊고 살았네
내가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 또한
당연히 마시는 공기처럼
잊고 살았네
잊지 말자
잊지 말자
다짐을 하면서
다시 숨을 쉬고
다시 사랑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것
새롭게 사랑하니
행복 또한 새롭네
*
가까운 행복
산 너머 산
바다 건너 바다
마음 뒤의 마음
그리고 가장 완전한 꿈속의 어떤 사람
상상 속에 있는 것은
언제나 멀어서 아름답지
그러나 내가 오늘도 가까이
안아야 할 행복은
바로 앞의 산
바로 앞의 바다
바로 앞의 내 마음
바로 앞의 그 사람
놓치지 말자
보내지 말자
- 시집 <작은 기쁨>에서
그동안 행복이나 기쁨에 대한 시와 산문을 꽤 여러편 썼고, 여기에 소개하는 시도 그중의 하나입니다. 행복에 대해서 참으로 많은 강의를 하고 신문이나 방송 인터뷰 때마다 질문을 받아 내 나름대로 대답도 했습니다. 내가 소개받거나 스스로 찾아 읽은 행복에 대한 책들은 또 얼마나 많은지요. 살아갈수록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가까이 있다는 생각을 더 자주 하게 됩니다. 지극히 당연한 것을 새롭게 감사하는 일에서부터 행복이 시작된다는 것을.
‘고이다 못해 흘러내린 침을 삼킬 수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라고 한 <잠수종과 나비>라는 책의 저자 장 도미니크 보비의 말이 담긴 메시지를 여러 지인들과 공유하니 그 반응이 엄청났습니다. ‘그토록 보잘것없는 순간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당신은 모를 것이다’라고 고백한 교사 출신 소설가이며 지금은 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인 정태규님의 책 <당신은 모를 것이다>도 지인들에게 종종 소개해주곤 합니다.
그들의 글은 우리가 살아 있는 매 순간이 얼마나 소중하며, 당연한 듯 누리고 사는 일상의 지극히 평범한 일들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절절한 체험적 고백으로 깨우쳐줍니다. 그러나 우리는 왜 사소한 행복을 발견하는 일에 그리도 더딘지! ‘기쁘다’ ‘행복하다’는 표현을 하는 일에는 왜 그리 인색한지! 그리고 처음부터 행복하다고 말하기보다는 슬프고 힘든 상황에 처한 다른 사람들의 불행을 보고 비교해서 나는 다행이다, 괜찮다고 생각하게 되는 건지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딱히 그 누구와 비교하지 않고서도 현재의 순간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만의 행복방정식을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평범한 매일을 새롭게 감사하고 집에서 일터에서 매일 만나는 이들도 처음 본 듯이 반가워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자신뿐 아니라 주변의 다른 사람들까지도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행복은 저 멀리 상상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에서 찾아야 함을 다시 묵상하며 어느 날 내가 쓴 이 시를 나직이 읊어봅니다.
‘사는 게 힘들다고
말한다고 해서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내가 지금 행복하다고
말한다고 해서
나에게
고통이 없다는 뜻은 정말 아닙니다
마음의 문 활짝 열면
행복은 천 개의 얼굴로
아니 무한대로 오는 것을
날마다 새롭게 경험합니다
어디에 숨어 있다
고운 날개 달고
살짝 나타날지 모르는 나의 행복
행복과 숨바꼭질하는
설렘의 기쁨으로 사는 것이
오늘도 행복합니다.’(‘행복의 얼굴’)
이해인 수녀
경향신문 2019.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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