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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항해하면서 발견한 다시 읽고 싶은 글을 스크랩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전에 봐 두었던 글을 다시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스크랩할만한 글을 갈무리합니다. (출처 표시를 하지 않으면 글이 게시가 안됩니다.) |
출처 : | https://news.khan.kr/uyP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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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의 詩편지](11)우리집
우리집이라는 말에선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우리집에 놀러 오세요!’라는 말은
음악처럼 즐겁다
멀리 밖에 나와
우리집을 바라보면
잠시 낯설다가
오래 그리운 마음
가족들과 함께한
웃음과 눈물
서로 못마땅해서
언성을 높이던
부끄러운 순간까지 그리워
눈물 글썽이는 마음
그래서 집은
고향이 되나 보다
헤어지고 싶다가도
헤어지고 나면
금방 보고 싶은 사람들
주고 받은 상처를
서로 다시 위로하며
그래, 그래 고개 끄덕이다
따뜻한 눈길로
하나 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언제라도 문을 열어 반기는
우리집 우리집
우리집이라는 말에선
늘 장작 타는 냄새가 난다
고마움 가득한
송진 향기가 난다
-시집 <작은 위로>에서
어느 날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써보았던 이 시를 세상의 모든 가족들에게 바칩니다. ‘우리집’이라는 말은 얼마나 정겹고 아름다운지요. 살아오면서 ‘우리집에 놀러 오세요!’라는 말을 우리는 얼마나 많이 하고 또 들어왔을까요. 실제로 놀러 가진 못하더라도 그 말이 주는 따뜻함만으로 충분히 행복합니다. 수녀원을 ‘우리집’이라고 말하면 더러 의아해하는 이들도 있으나 나에겐 분명 평생을 몸담고 사는 집이기에 ‘우리집에 놀러 오세요’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내가 진행하는 강의나 시낭송 모임에서 종종 부부팀을 불러내 이 시를 교송으로 시키면 읽다 말고 멈추어 다음 구절로 넘어가질 못하거나 눈물 흘리는 이들이 있습니다. 특히 ‘서로 못마땅해서 언성을 높이던…’ ‘헤어지고 싶다가도 헤어지고 나면…’ 부분에서 제일 많이 울컥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가장 가까운 사이라 기대가 크니 그만큼 서로 상처를 주고받기도 쉬운 관계, 그래서 용서하고 화해하는 용기, 기다리고 인내하는 용기가 매일 순간마다 필요한 관계가 바로 가족인 것 같습니다.
5월엔 ‘가족사랑 강조주간’처럼 여기저기서 가족을 위한 행사나 이벤트도 많아 가족끼리 여행하며 즐거운 표정으로 내게 사진을 찍어 보내오는 친지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가족이 있어도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이들, 버림받아 외로운 이들을 지켜보는 일은 매우 슬픕니다. ‘수녀님, 저만 누리고 사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 적엔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어떤 작은 표현이라도 슬며시 하는 것이 감사와 사랑의 실천인 거죠?’ 하던 어느 독자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 생각이 고마워서 나는 작은 선물을 건네주며 당장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어느 소녀를 돕도록 연결해 주었습니다.
그야말로 글로벌(global)한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는 내 가족만의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좀 더 폭넓은 사랑의 나눔을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인류가족이 되면 좋겠습니다. 넓은 사랑을 향한 우리의 선한 노력이 행복으로 열매 맺기를 기도하는 5월입니다.
이해인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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