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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익환] 나의 길 당신의 길
나는 모릅니다
나는 왜 당신을 밟고 가야 하는지
당신의 체온을 한숨을 눈물을 고독을 허무를
왜 오늘도 내일도 밟고 가야 하는지
여기저기서 당신을 살점이 발에 밟힙니다.
당신의 아픔이 발바닥을 사정없이 찌르는군요
온몸의 피가 술술 새나갑니다.
그러자 막혔던 숨통이 터지며 다시
발을 옮길 수 있군요.
난 이유없이 이 길을 다시가야 하는 군요.
그럴밖에 다른 길이 어디 있겠습니까
당신이 절망하면서도 절망하지 않고 가신 길
내가 누군데 안갈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간밤꿈에 당신이 끝난데 다다라
그만야 숨이 막혀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당신이 벌떡 일어서시어
나를 밟고 갔습니다.
아픔이 온몸에 번져갔습니다.
그제야 난 모든 것을 알았습니다.
무엇이나 참된 것은
오직 길일 뿐이라는 것을
ⓒ문익환 목사(1918-1994) 신학자 통일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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