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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나우웬(Henri Nouwen)의 기도
1.
사랑하올 주님, 오늘 저는 빈센트 반 고흐의. "바다에 썰물과 밀물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바다는 바다다" 라는 말을 생각합니다. 당신은 바다십니다. 비록 제 감정에 많은 오르막 내리막이 있고, 제 속에서 일어나는 엎치락 뒤치락도 만만치 않을 때가 자주 있습니다만, 그래도 당신은 언제나 같으십니다. 당신의 같으심은 바위와 같음이 아니라 성실한 연인의 같음입니다. 당신 사랑 안에서 제가 태어났고 당신 사랑으로 제가 이렇게 살아있으며 당신 사랑으로 마침내 저는 돌아갈 것입니다. 살다보면, 슬픈 날도 있고 기쁜 날도 있고, 죄의식을 느낄 때도 있고 고마움을 느낄 때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고 성공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러나 그 모든 것을 당신의 한결같은 사랑이 품어 안고 있나이다.
당신의 그 사랑을 의심하는 것, 당신의 사랑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당신 사랑의 치유하는 빛을 스스로 등지려 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제가 감당해야 할 유일한 유혹입니다. 이 유혹에 넘어가서 그렇게 하는 것은 저 자신을 절망의 어둠 속으로 밀어 넣는 일이지요.
오 사랑과 선(善)의 바다이신 주님, 저로 하여금 일상 속에서 겪는 크고 작은 바람들을 너무 겁내지 않도록 도와주십시오. 바다에 썰물과 밀물이 있지만 그래도 바다는 바다임을 잊지 말게 하옵소서.
2.
사랑하올 주님, 주님은 당신 말씀 전하라고 저를 이 세상에 보내셨습니다. 때로는 세상의 문제들이 너무나도 복잡하게 얽혀 당신 말씀의 단순함이 오히려 저를 당혹스럽게 합니다. 이 세상의 사회적 경제적 문제들을 다루는 사람들 앞에서 때로는 제 혀가 굳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하오나 주님,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결하라고"고 당신은 말씀하셨습니다. 이 복잡하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단순함과 순결함을 유지하게 부디 저를 도와주십시오. 물론 저는 정보를 모으고 지금 세계가 당면한 문제들의 다양한 측면을 연구하며 가능한 한 현대 사회의 복잡한 구조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러나 진짜로 중요한 것은, 그 모든 정보와 지식과 통찰이 당신의 미쁘신 말씀을 좀더 분명하고 단순하게 전하는 일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악한 힘들이 저를 꾀어내어 복잡한 세상 문제들에 익사시키지 못하도록 지켜주시고, 오직 당신만을 섬기는 마음으로 분명하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말하며 용감하게 행동할 힘을 주십시오. 온갖 뱀들이 득시글거리는 세상에 제 모습을 비둘기로 나타내 보여줄 그런 용기를 주십시오.
3.
사랑하올 주님, 이 땅의 사람들과 그 지도자들로 하여금 핵무기 경쟁이 미친 짓임을 깨닫게 하옵소서. 오늘 우리는 어제의 전쟁에서 죽은 자들을 위하여 곡을 합니다. 이제 다음 전쟁에서 죽을 자들을 위하여 또 누가 곡을 해야 하는 걸까요?
오 주님, 우리를 자기 파멸의 어리석은 경쟁에서 돌아서게 하십시오. 더 많은 무기를 만들면 만들수록 그만큼 그것들을 사용할 기회도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십시오. 제발 주님, 당신께서 우리에게 주신 좋은 재능들이, 죽음을 목적이자 수단으로 삼는 자들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아옵소서. 우리로 하여금, 땅에 묻혀 있는 온갖 자원들이, 서로 먹여 주고 돌봐주고 치료해주고 쉼터를 제공하여 모든 인종과 국가의 남녀노소가 평화로이 살 수 있는 세계를 만드는데 쓰라고, 당신께서 감춰두신 것임을 알게 하옵소서.
이 땅의 왕들과 대통령들, 국회의원들, 교회 지도자들 그리고 선한 뜻을 품은 모든 남자와 여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직접,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새 예언자들, 우리로 하여금 전쟁 대신 평화를 수행할 수 있도록 이끌어줄 새 예언자들을 보내주십시오. 주님, 속히 우리를 도와주십시오. 너무 늦게 오지 마십시오!
4.
사랑하올 주님, 제 눈을 당신께 고정시켜 주십시오. 당신은 사람 몸을 입으신 하나님의 사랑이요, 겉으로 표출되신 하나님의 무한 자비요, 사람 눈에 보이도록 나타나신 아버지의 거룩하심입니다. 당신은 아름다움, 선함, 부드러움, 용서, 자비십니다. 당신 안에서 저는 모든 것을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신 밖에서는 아무것도 찾지 못합니다. 제가 어찌 다른 곳을 살피고 다른 곳으로 가겠습니까? 당신은 영생을 주시는 말씀이요 먹고 마실 양식이며,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십니다. 당신은 어둠을 밝히는 빛이요 등잔의 등불이며 언덕 위에 집이십니다. 당신이야말로 빈틈없는 하나님의 성상(icon)이십니다. 당신 안에서 당신을 통하여 저는 하늘 아버지께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오 거룩하신 분, 아름다우신 분, 빛이신 분이여, 주의 주님, 구원자, 안내자, 위로자 되시고 저의 희망, 기쁨, 평화가 되어주십시오. 당신께 저의 모두를 드리기 원합니다. 저로 하여금 인색한 자나 망설이는 자가 되지 말고 너그러운 사람이 되게 하옵소서. 제가 소유하고 생각하고 행하고 느끼는 모든 것을 당신께 바치나이다. 모두가 당신 것이오니. 오 주님, 부디 받으시어 온전히 당신 소유로 삼으로서.
<헨리 나우웬(Henri Nouwen 1932-2003) -사제이자 저술가요 대학교수를 역임한 평화운동가였던 그는, 깊은 명상기도를 바탕으로 사회 정치 현실에 활발히 참여함으로써 현대 영성계에 폭넓은 영향을 미쳤다.>
월간 <풍경소리 제94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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