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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귀한 세가지 금은 황금, 소금, 지금 이라고 한다. 나도 좋아하는 세가지 금이 있다. 현금, 지금, 입금 이다 ㅋㅋㅋ(햇볕같은이야기 사역 후원 클릭!) |
겨울 바다는 바다 자체를 오롯이 보여준다.
피서객을 피해 떠났던 갈매기들도 돌아와 한가로움을 즐기고,
시끌벅적했던 해안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잔잔한 물결을 흘려 보내고 있었다.
나의 20대는 답답했다.
한 순간도 꿈을 꾸지 않았던 적이 없었지만,
꿈이 이루어졌던 적도 없었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은
모두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거나
사랑이 식었다며 떠나 버렸다.
사회의 높은 벽은 젊음의 열정만으로 뛰어넘기엔
너무도 높고 견고했다.
그날도 그런 날 중 하나였을 거다.
무작정 밤차를 타고 철새들처럼 볕을 찾아 남으로, 남으로 떠났다.
아는 사람도 없고 낯설기만 한 대한민국 최남단, 이어도를 향해 가는 길은 적막했다.
낯선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먹은 우동 가락은 젓가락질을 할 때마다 목에 걸렸다.
따가운 목구멍이 콜록거릴 때마다 왠지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날은 추웠다. 갈 곳은 정해 놓았지만 목적은 없었다.
연어가 고향을 찾아 떠나는 것은 이성이기 이전에 본능이라고,
누군가가 내게 속삭였다.
나는 본능에 이끌려 반도의 끝을 향해 내달렸다.
어느 순간 소금기 섞인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해풍을 밀어내며 휘어진 전나무 숲을 도는 순간 장엄한 광경이 펼쳐졌다.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를 바라보면서
왜 나는 끝을 떠올렸는지 모르겠다.
알 수 없는 허탈함에 마음 깊이 걸려 내려가지 않는 것들이
탁하고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두 시간을 가만히 바다만 바라봤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무것도 아니구나. 그래,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서신 가족이신 김인숙 님께서 보내주신
이재철 님의 “그때 그 바다", 가이드포스트 2010년 10월호>
영성의 길 오르기*
우는 것만으로도
훨씬 더 진실에 가까울 수 있습니다.<연>
<이주연 산마루서신 http://www.sanlet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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