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걷는 길위에 어둠이 내렸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벗님
긴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지치도록 걸어 왔지만
지나온 거리는 그다지 멀지 않았습니다. 어둠이 깔렸으니
오늘 하루도 마무리할때가 되었네요.
숱한 절망과 짧은희망이 교차해온 한해
사랑하는 그대, 수고했습니다.
신자유주의체제로 몰려다니다 보니 치열한 경쟁을 해야했지만
그 긴장끝에는 모두가 망신창이가 된 모습입니다.
김진숙, 가날픈 한여인이 부산의 매서운 바닷바람과 마주하고
뜨거운 화풍을 견뎌내고 끝내 우리에게 희망을 선사한것이 뿌듯하기만 합니다.
온통 냄새나는 시궁창 같은 기독교안에서 그래도
옹달샘처럼 솟아나는 귀한 믿음의 동지들이 있어 우리의 역사는
새해에도 이어질 것이란 희망을 갖습니다.
사랑하는 벗님
그래요, 세상에는 악의를 가지고 사는 사람도 잇지만
선한 뜻을 품고 사는 이들이 더많을 거예요.
정작 부산 사는 저는 참석도 못했는데
전국에서 김진숙을 응원하러 부산으로 와준 희망버스가 그 상징이지요.
여의도와 강남의 거대한 교회세력에 맞서 일인 시위를 하며...
부산의 타락한 목자에 맞서 하나님의 정의를 지키려고 검철과 법원을 오간 선량한
초보 신자들의 모습에서 한국교회의 희망을 보았어요.
제주바닷가 강정마을에서 평화를 일궈내려는 믿음의 동지들...
회의로 단단해져 가는 저에게 지레 포기하거나
절망해서는 안된다는 큰 울림으로 받았습니다.
힘이 정의로 인식되는 우리역사에서 예수정신으로
섬김과 나눔, 돌봄과 눈물젖은 공감이 세상을 지켜내고 있음을 보았습니다.
사랑하는 벗님
긴 한 해의 끝이 지금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네요.
이토록 소용돌이 치는 역사가운데
그래도 한해를 살아냈다는 뿌듯함...
곳곳에서 살아있어 여기있음을 증명해준 벗님들때문이지요.
영혼이 우리 몸 곳곳에 흩어져 있듯이,
그분이 걸었던 그 길을 걷는 믿음의 벗님들이 세상곳곳에
흩어져 있지않습니까?
영혼이 육신에 거하지만 육신에 속하지 않듯
우리는 세상에 거하지만 세상에 속해 있지않습니다.
보이지 않는 영혼이 육신안에 놓여 있듯
그럼에도 영혼이 육신을 붙들고 있듯
우리안에 있는 그리스도의 영이 우리를 통해
이 세상을 지탱하고 있을 거겠지요.
올 한해
사랑하는 믿음의 벗님들이 있어
그래도 견뎌낸 시간들이었습니다.
새해라고 세상이 달라질리있겠습니까.
손봉호선생의 역사관처럼 예언자적 비관주의
그럼에도 내가 믿는 신앙을 사유하고 실천하는 일
비겁을 떨치고 하나님나라의 당당한 시민으로 살아갈
한해가 열리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기쁨지기는 새해에
더많이 기쁨을 나누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가 드리는 기쁨이래야 소담스럼고 작아 나눌것 조차 없겠지만
작고 사소한 것들에 감사하며 서로 손잡아 주기로 해요.
세상과 다르게 사는 방식으로 기뻐하며 살아갑시다.
우리가 걷는 길에 어둠이 내렸습니다.
아직 가야할 길은 꽤 많이 남았지만
물새들이 어둠속에서도 두려움 없이 제집을 향해
숲으로 단번에 들듯
이제 숲으로 들어갑시다,.
새해 새아침 저와 그대를 위해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볼것입니다.
기쁨지기가 꾸뻑 사랑의 인사를 건넵니다.
평화가 있기를
2011년 12월을 마무리하며
기쁨지기 김현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