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팔에 주사약 호스를 부착한다. |
글 몇 조각 쓰고 조금 늦게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2시쯤 기침이 너무 나와 잠에서 깼다. 기침이 멈추지 않고 한 30분쯤 계속 나오더니 갑자기 숨을 쉴 수 없었다. 빨리 운전하여 선병원 응급실로 가야겠다는 판단이 섰다. 무조건 자동차 키를 들고 밖으로 뛰어 나갔다. 그러나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운전석에 앉자마자 핸드폰으로 119를 불렀다. 5분 만에 엠블란스가 와서 코에 간이 호흡기를 끼워준다. 아내와 좋은이가 놀라서 일어나 구급차에 탔다. 응급조치를 하면서 호흡기 전문의가 있는 대전을지대학교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산소를 공급하면서 여러 가지 검사를 하고 찍고 피를 뽑고 안정제를 맞고 나니 그제야 조금 숨을 쉴 수 있었다. 사람은 숨을 못 쉬면 죽는다는 것은 끝까지 확인 안 해도 정말 확실한 것 같다. 양쪽 폐가 잔뜩 부어 있고, 아직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어 13층 1인 격리병동에 수용(?)되었다. | | | ▲ 카톡에 소식을... |
나 입원혔다. ㅠㅠ
폭풍우 같은 시간들이 지나갔다. 격리병동에서 운명공동체인 아내와 마스크를 쓰고 마주보며 그냥 너무 황당해 하다. 나의 아버지가 결핵으로 돌아가신 가족력이 있어 일단 잠깐 격리되었었는데, 아침 8시에 출근하여 나를 배정받은 주치의가 밤새 일어난 기록을 확인하고 결핵은 아닌 것 같으니 ‘집중관리실’로 옮겨서 상태를 보다가 만일의 사태가 벌어지면 중환자실로 간다고 한다. 지난밤에 아내가 너무 놀라 급한 상황에서 앞뒤 따질 겨를도 없이... 교회 사모님, 아우 목사에게 문자를 보냈다고 했다. 목사님과 박권사님이 달려 오셨다. 참 면목 없다. 지난 두 달 동안 기침이 안 떨어지고 계속 골골거렸었다. 아마도 그것이 급성 폐렴으로 발전한 것 같다. 오른쪽 왼쪽 팔에 주사기가 주렁주렁 달리고... 주사약을 내 몸에 넣을 때마다 무슨 무슨 약이라고 했는데 하나도 기억은 안 난다. 그나마 정신이 말짱하여 의사에게 나의 의사표현을 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아내가 급한 대로 편의점에서 몇 가지 필요한 것을 사 왔다. 아내가 잠깐 집에 간 사이에 6인이 사용하는 집중관리실로 옮겼다. 병원학교는 의대생으로 와야 하는데, 환자로 입학 하다니... 아이고, 도대체 지금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이지? | | | | 병원 이름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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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풍경
내 앞의 환자는 폐에 물이 차서 계속 기계로 뽑아낸다. 그 앞의 환자는 영동에서 실려 온 할머니인데, 주사 바늘을 마구 뽑아버려 의사가 팔을 묶어 놓았다. 오후에 아내와 좋은이가 왔다. 호흡은 거의 잡혀서 크게 움직이지만 않으면 숨이 가쁘지는 않았다. 어항 속에 기포 발생기처럼 증류수로 산소를 만들어주는 호흡기를 떼어냈다. 링거까지 떼어내니 이제 환자복을 입은 것으로만 내가 환자인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아내와 좋은이가 집으로 돌아가고 오후 내내 목사님이 가져온 다니엘서를 풀어 쓴<바벨론의 비밀요원> 책을 읽었다. 책을 읽다가 커텐을 치고 앉아 핸드폰 어플에서 찬송가 가사를 불러내어 부르기 시작하다. 소리 내서 부르지는 못하고 그냥 붕어처럼 입만 벙긋거리며 찬송을 불렀다. 북한의 지하교인들이 이렇게 찬송을 불렀다는 얘기를 들은 것 같다. 한 50곡 정도 불렀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8시부터 졸음이 몰려온다. 비몽사몽 잠결에 “예수님 제 가슴을 만져 주세요... 제 가슴에 손을 얹어 주세요. 양쪽을 동시에 누르면 아프니까 한쪽씩 안수하여 주세요...” 하고 기도했더니 예수님이 나의 가슴을 한쪽씩 눌러 주셨다. 뭔가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 | | 내앞의 의식이 없는 할머니 |
집중관리병동
눈을 뜨니 5시. 병실은 비상등만 켜져 있고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만 들린다. 밤새 어떤 사람은 중환자실로 들어가고, 새로 실려 온 응급환자가 들어와 치료를 받고 있고, 어느 순간에는 밤새 연락을 받은 가족들이 몰려와서 “아버님, 눈 좀 떠봐요..” 하면서 환자를 흔들기도 하고... 나는 그 소리들을 아스라이 들으며 잠들었다. 병원 집중관리실에는 밤낮 없이 많은 환자들이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 것 같았다. 아침 일어나 앉아서 또 핸드폰으로 찬송가를 펴 놓고 입만 벙긋거리며 홀로 새벽예배를 드렸다. 엑스레이 촬영을 하고, 혈압을 재고 주사기로 약을 넣고 산소체크를 하고... 주는 밥을 맛있게 먹었다. 어젯밤부터 가슴은 완전히 정상이 된 것처럼 압박이 없이 숨쉬기가 편하다. 정말 예수님이 나의 폐를 만져주신 것이 확실하다 | | | 싱거운 병원 밥 |
병원에서 두 번째 날
밝은이가 서울에서 아침 일찍 내려왔다. 내려와서는 지난밤에 친구들이랑 밤 샜다며 침대에 누워 잔다. 아내와 김경배 목사님이 왔다. 아내가 어찌나 긴장을 했는지 등과 고개가 안 돌아가서 겨우 왔다고 한다. 내가 죽일 놈이여! 오후에 밝은이는 다시 서울로 올라가고 아내는 집으로 갔다. 내일은 주일이니 오지 말고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라고 했다. 몸이 많이 회복된 것 같아 퇴원해도 되냐고 했더니 안 된다고 한다. 주님! 병원에서 두 번째 밤을 보냅니다. 여기저기서 환자들의 앓는 소리들이 들립니다. 고통스럽고 괴로워도 누군가 대신해 줄 수는 없습니다.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하는 고통.... 주님도 십자가에서 그러하셨나요? 주님의 십자가 고통이 더욱 실감나게 느껴집니다. 다행히 저의 폐의 부종은 금방 잡혀서 지금은 정상으로 느껴집니다. 내일은 꼭 퇴원하게 해 주십시요. 앞으로는 제가 제 몸에 대해 교만하지 않고 더욱 겸손하겠습니다. 아멘 | | | 환자들만 있는 병원 교회 |
대학병원교회 고난주일
주님! 주의 날 아침을 병원 침대에서 맞이하다니요. 오늘은 병원에 있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게 되었네요. 병원에 계시는 주님은 또 어떤 모습이실지 궁금합니다. 제가 매 주일아침 목욕재개하고 주님을 뵙겠다고 한 약속을 이번 주는 지키지 못합니다. 병원에 목욕할 환경이 안 되는군요. 용서해 주십시요. 그러니 함부로 장담하면서 약속을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또 배우는군요. 고맙습니다. 주님! 주님! 주일예배를 잘 드리고 왔습니다. 성찬식을 겸한 예배였습니다. 주님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면서 마음이 찡했습니다. 병원에 있으니 죽음과 고통이 매우 가까이에 있네요. 병원 지하에 있는 장례식장으로 흰 천이 덮인 분이 내려가는데도 청소하시는 아주머니는 그냥 옆으로 비켜설 뿐 얼굴에 미동도 없습니다. 날마다 일상적으로 보는 풍경에 이제는 무심해졌을까요? 저도 혹시 그런 무심함이 있는지 돌이켜 봅니다. 감사합니다. 주님! | | | 기족들이 모였다. |
가족들
고난주간 주일예배를 마치고 아내와 좋은이가 병원에 왔다. 가족들이 온다고 해서 미리 왔다고 한다. 먼저 교회의 젊은 엄마들이 다녀갔다. 코에 호흡기를 꽂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은유가 무서워서 운다. 얼른 호흡기를 뺐다. 오늘 점심 식사시간이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고 한다. 음... 난 병원 밥ㅠㅠ 그리고 천안에서 처남 부부가 왔다. 광주에서 아우 목사가 올라오고 광명에서 누이 부부가 내려왔다. 이렇게 다 같이 만나는 것이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좋은 일로 만나야 하는데 이렇게 병원에서 만나다니... 식당에 가서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밥 먹고 앉아서 특별히 할 일이 없으니 계속 책을 읽게 된다. 지난번에 사 두었던 <솔로몬 탈무드>를 가지고 오라 해서 읽었다. 800쪽 짜리 책인데 집중해서 읽으니 하루에 600쪽 정도 읽어졌다. 급성 폐렴은 폐포에 있는 폐실질에 발생하여 붓는 염증성 호흡기 질환인데, 초기 대응을 잘 하면 수습이 되는 질병이라고 한다. 그러나 조금만 늦으면 패혈증으로 발전하여 10명중 3-4명이 사망 하는 무서운 질병이라고 한다. 김대중 대통령과 황수관 박사도 폐혈증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럼 나 이번에 초기 대응을 잘 한 건가? | | | 이런 팔찌는 이제 그만... |
퇴원 금요일에 퇴근한 담당 의사가 월요일에 출근하여 9시에 회진을 왔다.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퇴원을 하게 해 달라고 미리 말 해 놓았더니 오자마자 폐가 깨끗해졌다며 퇴원수속을 밟으라 한다. 평소에 운동을 많이 해서 회복이 빨리 된 것 같다. 퇴원 수속을 하고 집에 오면서 아내가 맛있는 점심을 사 주어서 먹었다. 3박 4일동안 싱거운 병원 밥을 먹느라 힘들었는데 매운 아구찜을 먹어서 그동안 못 먹은 ‘싱거움’을 보충해버렸다. 얼마 전에 아내와 함께 만약 위급한 상황이 벌어지면 어떻게 하겠다는 얘기를 나누면서 미리 생각해 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생각한 대로 크게 당황하지 않고 대응을 잘 했다. 동네에 노인들이 많아 가끔 119 구급차가 골목길에 출동하는 것을 남 일처럼 바라보곤 했는데 설마 내가 그 119 구급차를 타게 될 줄은 두 시간 전 잠자리에 들 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고로 사람은 정말 한치 앞도 모르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아무리 건강을 자신해도 그거 다 헛것이다. 무조건 건강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 그새, 집 앞 매화나무에 꽃이 다 벌어져버렸네. 그새 ⓒ최용우 |
이야기가 정말 리얼하네요.
가족들도 모두 놀랐겠습니다.
마지막 '매화꽃' 멘트에 웬지 기분이 좋아지네요.
귀한 부활절을 맞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