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동심의 세계는 모든 어른들의 마음의 고향입니다

동화읽는 어른은 순수합니다

동화읽는어른

[창작동화] 꿈을 담는 항아리들

창작동화 이준섭............... 조회 수 2260 추천 수 0 2008.02.15 13:13:44
.........
어느 봄날 오후였습니다.
파란 하늘엔 흰구름도 어여쁘게 피어 있습니다.
겨우내 씌워놓았던 항아리들의 짚옷을 할머니께서 걷어내고 있습니다.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하나씩 뚜껑을 열고 살펴보고 계십니다.
먼저 간장 항아리를 열었습니다.
간장이 반절쯤 채워져 있습니다. 할머니를 따라나온 유리나도 항아리에 뭐가 들어 있나 구경하고 있습니다. 간장항아리가 먼저 말했습니다.
˝아이쿠, 겨우내 혼났다. 이제 숨 한번 제대로 쉬고 살겠구나. 그렇게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얼지 않으려 버티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
영하 15도 강추위 속에선 얼어붙을까봐 정말 혼났어. 이렇게 추위를 이겨
내며 견디어온 것은 사람들이 싱거운 세상을 적당히 간맞춰서 즐겁게 해
줄려고 그랬어. 이제야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려온 봄을 맞이했으니 저 파
란 하늘의 하얀 꽃구름님을 내 품안에 품어보고 싶다. 하늘나라 얘길 듣
고 싶다. 흰구름님이 오실 것도 같은데 아직도 안 보이시네. 나의 소원
흰구름님, 잠간 저의 품에 드셨다 가세요.˝
하고 속삭이며 꿈인 듯 말하였습니다.
옆에 있는 된장 항아리도 짚옷을 다 벗고 힘껏 심호흡을 한번 하더니
한 마디 하였습니다.
˝ 간장아, 너만 겨우네 혼났니? 나 좀 봐라. 아직도 난 조금 얼어 있단
다. 너만 혼난 것처럼 엄살떨지마. 오늘은 햇볕님이 따뜻한 손길로 어루
만져주시니 다 녹아 없어질테지만, 너는 얼지는 안았지? 난 견디다 못해
얼면서까지도 이렇게 봄을 애태워 기도해 왔단다. 그래서 내겐 봄이 얼마
나 소중하고 고마운지 모른단다.˝
그 옆에 있던 고추장 항아리도 짚옷을 벗고 심호흡을 허리가 굽어지도
록 하더니 자기만 뒤질세라 떠들었습니다.
˝ 된장아, 너만 겨우네 갇혀서 고생한 것처럼 엄살부리지마. 그렇다고
누가 너만 고생했다고 칭찬해줄 것으로 알았니? 나도 얼지 않으려고 고
생고생하다가 이렇게 봄을 맞이하니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구나. 이제 곧
상추가 나올거야 . 식구들이 빙 둘러 앉아서 상추쌈을 먹거든 . 상추쌈에
는 으레 고추장을 곁들이게 되니 내가 얼마나 환영받는 때가 오겠느냐?˝
고추장은 상추쌈의 계절임을 자랑삼아 말하고 있습니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간장이 비웃으며 또 말했습니다.
˝ 고추장아, 메뚜기는 한철이 있다고 들었지만 고추장도 한철이 있다는 말은 못 들었다. 뭐, 상추쌈철이라고? 너는 아이들이 맵다고 얼마나 싫어하는 줄 아니? 그러나 난 반찬마다 적당히 들어가 맛을 내게 해 주고 있단다. 음식마다 새로운 맛을 내게 하듯 싱거운 세상을 싱겁지 않게 해 주고 있는 나를 본받으란 말이야. 어떤 국, 어떤 반찬도 나를 빼놓고는 만들 수 없을 거야.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도 있잖아. 좋은 일은 나처럼 남들이 모르게 하란 말이야. 고추장아, 된장아 알았니? ˝
그 옆에서 듣고 있던 된장이 뒤질세라 또 한마디 하면서 나섰습니다.
˝ 간장아, 고추장아, 너희들만 사람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고 자랑할꺼
야? 나야말로 주로 가난한 집 찾아다니며 밥 한그릇 맛있게 먹도록 해주
고 있단다. 옛날부터 보리밥에는 풋고추에 된장이란 말도 못 들었니? 뿐
만 아니야 아침 저녁 음식마다 들어가 구수한 맛을 내게 해 주거든. 사람
들은 나를 맛있게 먹고 힘을 내어 얼마나 열심히 일하는가 몰라. 사람들
의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뼈가 되니 얼마나 보람된 일을 하느냐고? 너희
들만 사람들 위해 좋은 일을 한다고 너무 떠들지 말아라.˝

겨우내 갇혀 있던 간장,된장,고추장이 모처럼 풀향기 훈훈한 봄바람을
씌며 지꺼렸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처럼 서로들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한
다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할머니를 따라 나온 유리나는 항아리들의 자랑을 들으며
´모든 항아리들이 우리 식구들을 위해 소중하고도 고마운 일을 하려고 겨우내 여기 갇혀 있었구나 ! ´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렇게도 서로들 떠들어대던 항아리들이 조용하였습니다.
고요한 간장항아리를 다시 한번 세세히 들여다보았습니다.
야, 파란 하늘의 꽃구름님이 간장항아리의 품안에 안겨 있습니다 ! 간
장은 파란 하늘을 수놓고 있는 꽃구름송이를 어루만지며 속삭이고 있습
니다.
흰구름이 간장에게 속삭였습니다.
˝ 이 장독대에선 간장 네가 가장 좋아. 마음이 아름답거든. 이 세상의
싱거운 일들을 찾아내어 즐겁게 해주고, 모든 반찬에 적당히 스며들어 맛
을 내주고. 그렇게도 좋은 일을 남 모르게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야. 하찮은 것 같으면서도 사람들을 위해 소중한 일을 하는 네가 성
스럽기도 하단다.˝
˝ 꽃구름님, 짜디짠 이 못난 것을 그렇게까지 생각해 주시다뇨. 고맙습
니다. 겨울이나 눈비 오는 날엔 꼼짝 못하고 뚜껑 속에 갇혀서 하늘 한점 못 보고 사는 내겐 이렇게 화창한 봄날이 가장 행복한 시절이랍니다. 하늘을 우러러 보며 잠시나마 송이구름님을 품에 안고 하늘 나라 얘길 듣
는 이 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잠시동안만이라도 조금 더 머물다
가주세요.˝
유리나는 간장항아리와 흰구름님의 속삭임을 듣기에 정신이 팔려있습
니다. 둘 사이의 속삭임을 듣고 있는 동안 꽃구름송이는 점점 더 크게 부
풀어올랐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던 흰구름들도 간장항아리 속에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어느 덧 간장항아리는 꽃구름이 되어 문득 그레몽그레 피어오르기 시
작합니다. 흰구름이 모이면 모일수록 아주 커다란 꽃구름이 되어 소올 솔
하늘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커다란 애드벌륜처럼 파란
하늘을 날아가고 있습니다. 유리나도 꽃구름을 타고 서서이 높이높이 올
라가고 있습니다.
˝ 꽃구름님, 이 세상에선 꽃구름님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것 같아요.˝
꽃구름 품안에 안겨 오르는 유리나가 말했습니다.
˝ 유리나야, 그런 소리 하지도 말아라. 어쩜 내가 가장 불행하단다. 생
각해봐.뭐 한 가진들 내 뜻대로 하는 게 있느냐? 바람이 시키는 대로 흘
러다니지. 날씨가 지시하는 대로 하얗게, 까맣게, 노랗게, 빨갛게 변해야 하지. 뭤보다도 난 행복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자유가 없어. 자유가 없는 것처럼 불행한 삶이 어디 또 있겠느냐? ˝
˝ 꽃구름님, 봄날 가장 아름답고 여유가 있어 보여 그렇게 생각했더니, 그게 아니군요.˝
˝ 유리나야, 언뜻 보기엔 그렇게 보이지만 사실은 빛 좋은 개살구란다. 난 이렇게 꽃구름이 되어 파란 하늘에 떠 있는 시간이 내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란다.˝
˝ 흰구름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것은 모두 짧기만 할까요? ˝
˝ 응,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꽃, 꿈, 단풍 … 아름답고 행복한 것은 다 순간적이고 빨리 지나가버리지 않느냐? ˝
˝ 흰구름님, 그런 가운데서도 그럼 누가 가장 행복하고도 아름답게 산
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
˝ 글쎄다. 세상의 어둔 곳에 가서 아무도 몰래 베푸는 일을 하며 내일
을 꿈꾸며 사는 사람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
지. ˝
한 차례 바람 속에서 흰구름님이 흩어지며 사라졌습니다. 순간, 유리나
는 하늘에서 엘리베이터로 내려오듯 떨어져 내려왔습니다.
간장항아리를 들여다보며 꽃구름님과 하늘 나라를 동동 떠다니던 유리
나를 할머니께서 불렀습니다.
˝유리나야, 간장항아리 속에 빠질라. 어서 들어가자. 그만 내려와라.˝
유리나가 놀란 토끼처럼 항아리에서 내려왔습니다.
˝ 할머니, 또 다른 항아리 속엔 무엇이 들어있나요? 항아리를 모두 다
구경하고 싶어요.˝
˝ 유리나야, 우리 장독대엔 가득가득 채워지기를 바라는 항아리들이 아
직도 비워 있는 채 우리 집 식구들처럼 오순도순 살고 있단다.˝
˝ 할머니, 이 항아리들이 우리 집 식구라고요?˝
˝ 그럼,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적부터 대대로 내려오는 식구들의 소망이 담겨져 있지. 이 할머니의 소망도 있고,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소망도 있고, 엄마, 아빠, 언니, 오빠 … 식구들의 소망은 물론 우리 나라의 소망도 항아리에 조금씩 채워지고 있단다.˝
˝ 할머니, 좀더 세세하게 말씀해 주세요. 누구의 무슨 소망들이 있는지
요? ˝
˝오냐, 그렇게도 다 알고 싶으냐? 암, 말해주고말고. 너의 돌아가신 할
아버지께선 항상 참고 견디며 이겨냈던 고추장 같은 꿈을 반쯤 채워놓으
셨고, 이 할미는 눈물의 바램이 들끓었던 간장 같은 꿈을 반쯤 채워놓았
고, 너의 엄마는 유리나랑, 언니, 오빠를 튼튼하고 씩씩하게 키워줄 된장 같은 꿈을 반쯤 채워놓았고, 나머지 빈 항아리들에는 너희들의 소망의 꿈을 채워넣어야 한단다.˝
˝ 할머니, 저의 소망은 어디에 담아 놓을까요? ˝
˝ 암, 그래야지. 유리나는 참으로 착하구나. 너의 소망도 한 항아리에
가득 담으며 살아가야겠지. 자, 여기 빈 항아리에 너의 소망을 가득가득
담으려므나.˝
할머니께서 조그맣고 예쁜 항아리를 하나 주셨습니다.
유리나도 이 항아리에 내일의 고운 꿈을 하나씩 담고 있습니다.
장독대에는 가득가득 채워지기를 비는 우리 집 식구들의 소망이 오늘
도 살고 있습니다.
가장 곱고 예쁜 유리나의 꿈도 조금씩 조금씩 채워지며 날로날로 늘어
가고 있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0 창작동화 잠꾸러기 산타 한희철 2023-12-24 219
299 창작동화 뾰족한 돌 이야기 김홍한 목사 2023-08-14 202
298 창작동화 땅 내 한희철 2023-07-07 107
297 창작동화 겨울나무 한희철 2017-04-16 387
296 창작동화 어떤 새 한희철 2017-03-31 276
295 창작동화 검정 고무신 file 한희철 목사 2017-03-23 656
294 창작동화 변화를 일으키는 기적의 씨앗 이한나 2015-12-05 922
293 창작동화 봉구빵집 [1] 이정아 2014-09-23 1254
292 창작동화 [단편동화] 버들꽃 나루와 뱃사공 김학준 2011-09-13 1580
291 창작동화 [단편동화] 부싯돌 할아버지 김학준 2011-09-13 1567
290 창작동화 [단편동화] 새 신발 김학준 2011-09-13 1721
289 창작동화 [최효섭 동화] 뚱보 도깨비와 슈퍼 쥐 file 최효섭 2011-09-13 1513
288 창작동화 비둘기 부부 [1] 손상렬 2009-08-25 1744
287 창작동화 난장이 마을의 키다리 [1] 손상렬 2009-08-25 1529
286 창작동화 [창작동화] 길 이슬기 2008-08-26 1109
285 창작동화 [창작동화] 북소리 이슬기 2008-08-26 1268
284 창작동화 [창작동화] 아름다운 모습 이슬기 2008-08-19 1185
283 창작동화 [창작동화] 별따는 궁전 이슬기 2008-08-19 1529
282 창작동화 [창작동화] 아이와 솜사탕 이슬기 2008-08-19 1267
281 창작동화 [창작동화] 사람들은 몰라요 이승직 2008-08-19 1334
280 창작동화 [창작동화] 난 바보가 아니에요, 방울 토마토예요 이승직 2008-08-19 1746
279 창작동화 [창작동화] 네 가지 이름 최영재 2008-08-19 1412
278 창작동화 [창작동화] 연필과 지우개 싹이 텄대요 신현득 2008-03-17 2270
277 창작동화 [창작동화] 이번 한 번만 김향이 2008-03-17 1788
276 창작동화 [창작동화] 천지 빼까리라 카이 심후섭 2008-03-17 1986
275 창작동화 [창작동화] 넌 너무 작아 김문기 2008-03-17 1771
274 창작동화 [창작동화] 빨간 꿈체통 홍종의 2008-03-17 1908
273 창작동화 [창작동화] 빨래집게가 된 왕뿔이 홍종의 2008-03-17 2088
272 창작동화 [창작동화] 발로 그린 그림 김복근 2008-02-15 1984
271 창작동화 [창작동화] 우리를 잠 못 들게 하는 밤 하늘 2008-02-15 1818
» 창작동화 [창작동화] 꿈을 담는 항아리들 이준섭 2008-02-15 2260
269 창작동화 [창작동화] 나는 호박이에요 김향이 2008-02-15 2138
268 창작동화 [창작동화] 베틀노래 흐르는 방 김향이 2008-02-15 1780
267 창작동화 [창작동화] 비둘기 구구 [1] 김향이 2008-02-15 846
266 창작동화 [창작동화] 다섯 빛깔 여덟결 그리움 김향이 2008-01-23 1742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150 세종시 보람1길12 호려울마을2단지 201동 1608호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