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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넌 너무 작아

창작동화 김문기............... 조회 수 1771 추천 수 0 2008.03.17 21:08:24
.........
˝넌 너무 작아.˝
늙은 호랑이는 피묻은 뼈들이 흩어져 있는 초가집 마당을 걸었습니다. 그러다 잡풀 속에서 얼굴을 쏘옥 내민 병아리를 보며 말했습니다.
˝그리고 난 지금 배가 부른 걸. 쩝.˝
호랑이는 이미 주인 없는 초가집을 덮쳐 개를 잡아먹었고 닭 세 마리를 잡아먹은 후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닭들을 잡아먹을 때 갓 태어난 병아리들도 무참히 깔려죽었는데, 이제 잡풀 속에서 빠져 나온 병아리 하나가 삐악거리는 것입니다.
˝너는 장차 우람한 닭으로 커야 한다. 쩝.˝
배가 부른 호랑이는 코 끝으로 병아리를 툭 쳐보고는 그냥 초가집을 나왔습니다.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사냥을 하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다시 초가집을 지나치게 되었습니다.
´허, 녀석! 아직도 삐악거리네!´
호랑이는 병아리에게 다가가 입을 크게 벌려보았습니다. 더 크게 벌렸습니다. 그리다 하품을 하는 척 그냥 다물었습니다.
˝난 지금 배가 고프지만 너를 잡아먹어 봤자 아무 소용없을 거야.˝
호랑이는 늙은 몸이라서 사냥을 나가기 힘겨운 터라 오늘은 초가집 마당에 길게 누웠습니다. 어쩌면 계속 그렇게 지내야 할는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병아리가 삐악거리며 다가오더니 호랑이 가슴으로 안겨오는 것입니다.
˝허, 녀석!˝
병아리는 호랑이 가슴 털로 파고들며 간질였습니다. 그 고운 목소리로 삐악거렸습니다. 그러다 호랑이 콧수염을 물고는 잡아끌기도 했습니다.
˝난 네 엄마가 아니란다.˝
호랑이는 얼른 일어나 산으로 달아나듯 했습니다. 하지만 아주 떠난 게 아니었습니다.
˝크르랑~ 크랑~˝
크게 외쳤습니다. 늑대나 너구리가 나타나 병아리를 해치지나 않을까 걱정을 하며 초가집을 지켜보았습니다.
어둠이 내리자 호랑이는 초가집으로 다시 찾아와 마당에 누웠습니다. 천진하게 놀고 있는 병아리를 지켜보는 게 흐뭇했습니다. 다른 동물 같으면 호랑이 소리만 듣고도 달아나기 바쁜데, 그래서 언제나 외롭게 지내야 하는 처지인데, 그런 무서운 호랑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대해주는 병아리가 너무 예쁘고 너무 귀여웠습니다.
˝편히 자거라.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호랑이는 낮이면 병아리를 등에 태우고 다녔고 밤이 되면 가슴털 깊숙이 병아리를 품어서 재웠습니다.
어느 날 호랑이는 배가 고픈 나머지 병아리를 향해 입을 크게 벌렸습니다. 혀를 길게 내밀었습니다.
˝크랑~ 이 놈!˝
정말 잡아먹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삐악거리던 병아리는 뜀을 뼝뼝 뛰더니만 호랑이 혀에 올라탔습니다. 아마 신나는 놀이터쯤으로 생각한 모양이었습니다.
입을 벌리고 있던 호랑이는 그냥 삼켜 버릴까 하고 생각했지만 잠시 참기로 했습니다. 침이 자꾸 흘러내렸지만 애써 참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이에요. 호랑이 혀에서 놀고 있던 병아리가 오줌을 찍 싸고는 마당으로 뛰어내렸습니다.
˝어이쿠, 이놈!˝
호랑이는 병아리 오줌으로 인해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우물 쭈물거렸습니다. 그렇다고 퉤 뱉어 버리지도 않았습니다. 짭잘한 오줌 맛이 참 역겨웠지만 그것이 한 순간에 온몸으로 퍼지는 듯했습니다. 온몸이 병아리 오줌으로 가득찬 느낌이 들면서, 가슴이 흔들리면서, 머리가 찡 울리면서, 가슴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진한 울음을 어쩌지 못했습니다.
호랑이는 끝내 병아리 오줌을 꿀꺽 삼키고는 눈물을 뚝뚝 떨구었습니다. 그리고는 병아리에게 꼭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내고 말았습니다.
˝얘야, 사실 네 부모는 내가 잡아먹었다. 정말이다. 내가 아주 못된 짓을 저질렀구나. 이를 어쩌냐! 흐흑흑.˝
하지만 병아리는 그저 삐악거리며 놀기만 했습니다. 그 병아리를 지켜보던 호랑이는 참다못해 풀숲으로 자리를 옮기고는 캑캑거리며 뱃속에 든 그 무엇을 토해내려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목만 뻘겋게 달아오를 뿐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호랑이는 병아리에게 힘없이 말했습니다.
˝나는 이제 죽을 때가 되었단다. 내 목숨을 내가 알지. 그래서 먼 안식의 계곡으로 찾아가야 한다. 그 안식의 계곡에 내 몸을 뉘어야 하는데……. 네가 걱정이구나. 이 고통의 땅에서 너같이 연약한 목숨은 하루라도 살 수 없을 거야.˝
사냥을 할 수 없어 오래도록 배를 쪼륵쪼륵 굶어온 늙은 호랑이는 일찍이 자기가 지배했던 산과 들을 굽어보며 눈물을 뚝뚝 떨구었습니다. 더욱이 연약한 병아리를 놔두고 안식의 계곡으로 찾아가야 하는데, 정말 그래야 하는데, 도무지 발길이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휴, 나는 가야한다.˝
늙은 호랑이는 오늘도 안식의 계곡으로 찾아가던 중 다시 되돌아 왔습니다. 병아리를 쳐다보았습니다. 몇 번이나 그랬습니다.
눈을 들어보니, 저 멀리 여우 떼가 보였습니다. 호랑이 숨결만 느껴도 달아나는 여우 떼지만, 이젠 멀찌기에 보이는 것입니다.
그들을 경계하던 호랑이는 천천히 걸어 초가집으로 들어왔습니다. 머뭇거리다 마당에 길게 누웠습니다. 그리고 한쪽 눈만 간신히 뜬 채 말했습니다.
˝그래. 나는 이 고통의 땅에서 죽으마. 내 형체가 썩어문드러져 바람에 나부낄 때까지는 네가 안심해도 될 거야. 여우 떼도 그렇고 다른 어떤 동물들도 감히 호랑이 형체가 있는 곳엔 못 올 테니까. 그 동안에 너는 내 품에서 자라다오.˝
그 말을 하고 나자 호랑이에겐 편안함이 밀려왔습니다. 자기 목숨마저 포기했을 때의 편안함인데, 코앞에서 삐악거리고 있는 병아리를 지그시 쳐다보는 게 더없는 기쁨이었습니다.
얼마 후 늙은 호랑이는 자기를 향해 개미와 진드기들이 몰려오고 있음을 느낌으로 알았습니다. 하지만 괜찮았습니다. 죽음의 긴 터널을 지나 언젠가 ´꼬끼오!´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 퍼질 때가 있을 것입니다.
˝삐약삐약.˝
이 사실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병아리는 오늘도 호랑이 등에 올라타 천진하게 놀기만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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