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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와 교의학 -유신진화론과 이단 판단

더깊은신앙으로 최성수 목사............... 조회 수 5 추천 수 0 2026.06.12 21: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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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최성수 목사 페이스북 
교리와 교의학 -유신진화론과 이단 판단
교리와 교의학은 밀접하게 얽혀 있지만 결코 동일하지 않다. 교리가 교회가 하나님과 그분의 구원 사역에 대해 함께 고백하는 ‘신앙의 내용’이라면, 교의학은 그 고백의 의미를 이해하고 체계화하려는 ‘신학적 성찰’이다.
비유하자면 교리는 교회가 믿고 고백하는 ‘신앙의 문법’이며, 교의학은 그 문법의 구조를 연구하고 해석하는 언어학이라 할 수 있다.
교리의 일차적인 과제는 신앙 공동체가 하나님을 올바르게 예배하고 고백하도록 돕는 데 있다. 이는 공동체가 예배와 삶 속에서 경험한 하나님의 행위를 단언적으로 진술한 선언이며, 함께 붙들어야 할 규범적 기준이다.
예컨대 ‘하나님은 삼위일체이시다’, ‘예수 그리스도는 참으로 하나님이시며 참으로 인간이시다’, ‘하나님은 오직 믿음으로 죄인을 의롭다 하신다’와 같은 고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교리는 새로운 사상을 창조하려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잘못된 가르침에 흔들리지 않도록 보호하고 신앙의 바른 이정표를 제시하기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교리는 본질적으로 고백적이며 규범적인 성격을 지닌다.
반면 교의학은 이 교리를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 탐구하고 설명하는 작업이다. 교의학은 교리가 무엇을 뜻하는지, 왜 그러한 고백이 도출되었는지, 성경적 근거는 무엇이며, 오늘날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집요하게 묻는다.
예컨대 삼위일체 교리를 다룰 때, 교의학은 왜 교회가 이 신비를 고백할 수밖에 없었는지 성경의 궤적을 추적하고, 니케아 공의회가 마주했던 이단적 도전을 분석하며, 오늘날 이 신앙이 교회의 예배와 삶을 어떻게 풍성하게 하는지 해명한다.
이처럼 교의학은 교리를 단순히 기계적으로 반복하지 않고, 시대적 질문 속에서 그 고백의 현재적 의미를 길어 올린다. 그런 의미에서 교의학은 본질적으로 해석적이고 설명적인 성격을 띤다.
이처럼 ‘무엇을 믿는가’를 선언하는 교리와 ‘왜 그렇게 믿는가’ ‘오늘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성찰하는 교의학은 분명히 다르다. ‘예수 그리스도는 참으로 하나님이시며 참으로 인간이시다’라는 진술 자체는 교리이지만, 이 고백이 형성된 기독론적 맥락을 연구하고 소통 가능한 언어로 번역하는 것은 교의학의 몫이다. 예컨대 그리스도의 양성론은 신학적 이론이다.
그러나 이 둘은 구별될 뿐 분리되지 않는다. 교의학은 언제나 교리를 신앙적 전제로 삼고 출발한다. 교의학은 교리를 심판하거나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교리가 가리키는 하나님을 더 깊이 대면하도록 돕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므로 교리는 교의학의 출발점이자 종착지이다. 신학적 탐구를 거친 교의학은 결국 다시 교회의 풍성한 고백과 예배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유신진화론과 이단 판단
교리와 교의학의 층위를 명확히 인지한다면, 유신진화론을 곧바로 이단으로 단정하는 태도가 얼마나 위험한지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다. 이단 판별은 어떤 신학적 견해가 낯설거나 학문적 논쟁거리가 된다는 이유로 내릴 수 있는 가벼운 처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교회가 고백해 온 본질적 핵심 교리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파괴하는가에 달려 있다.
하나님이 창조주이시라는 고백,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졌다는 선언, 죄의 비극과 그리스도를 통한 구속 사역은 기독교 신앙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교리이다. 만약 어떤 사상이 이 거대한 고백의 축을 무너뜨린다면 그것은 심각한 교리적 일탈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 교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는 교의학적 영역이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셨다’라는 진술은 움직일 수 없는 교리이지만, 하나님이 세계를 어떤 방식으로 보존하고 섭리하시는지, 창세기의 서사를 문자적으로 읽을 것인지 아니면 고대 근동의 문학적·신학적 문맥 속에서 읽을 것인지, 그리고 현대 자연과학의 발견과 어떻게 대화할 것인지는 교의학적 해석의 과제이다.
이 관점에서 볼 때 유신진화론은 대개 ‘하나님이 창조주이시다’라는 고백 자체를 부인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생명의 역사와 진화라는 역동적 과정을 통해 창조 사역을 펼치셨다고 해석하려는 시도 곧 교의학적 시도이다.
따라서 유신진화론을 평가할 때 본질적인 질문은 ‘과학적 진화론을 수용했는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신학적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
유신진화론은 의연히 하나님을 절대적 창조주로 고백하는가?
창조를 우연과 필연이라는 닫힌 자연주의적 과정으로 환원해 버리지는 않는가?
인간의 존엄성과 ‘하나님의 형상(Imago Dei)’ 교리를 온전히 보존하는가?
죄의 실재와 타락, 그리고 그리스도의 대속 사건의 필연성을 약화시키지 않는가?
물론 보수적 신학계가 던지는 우려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유신진화론의 극단적 형태 중 일부는 하나님의 주권적 섭리를 가리고, 역사적 아담성과 원죄의 연대성을 모호하게 만들며, 결과적으로 십자가 구속의 필요성을 희석할 위험을 안고 있다. 이러한 경향성은 마땅히 논쟁의 대상이 되어야 하며, ‘하나님이 창조하셨다’라는 교리가 한낱 종교적 수사에 머물지 않도록 엄격히 경계해야 한다.
그런데도 복음의 중심 구조와 기독교적 인간론, 구원론의 핵심을 파괴하지 않는 한, 유신진화론을 무조건 이단으로 규정하는 것은 교리의 규범성과 교의학의 해석 가능성을 혼동한 과도한 조치이다. 이단이라는 무게감 있는 선언은 복음의 정수를 변질시키는 가르침에 제한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결국 핵심은 진화론적 설명을 수용했느냐가 아니라, 그 수용의 방식이 기독교의 창조 신앙과 구원 복음을 어떻게 재구성하고 있느냐이다. 교리의 차원에서 ‘세상은 하나님의 선한 창조물’이라는 고백을 굳게 붙든다면, 현대 과학의 세계관 속에서 그 고백을 어떻게 책임 있게 변증할 것인지는 교의학의 열려 있는 토론 주제이다. 유신진화론은 무조건적인 배척의 대상이기보다, 그 신학적 전제와 귀결을 정밀하게 검증해 가야 할 교의학적 논쟁의 무대에서 다루어지는 것이 훨씬 더 성숙하고 균형 잡힌 접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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