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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날에 받은 선물/기일혜8
크리스챤서적/4000/1998
얼마 뒤, 들어온 점심상은 아주 간소했다. 혼자 자취
하시는 임 선생은 김치도 없다시면서 삶은 콩나물 한
양푼에 달콤하게 매운 실파를 송송 썰어넣은 양념장
한 보시기를 곁들였다. 고슬고슬한 더운 밥에 콩나물
을 얹고 참기름 향이 고소한 양념장으로 간 맞춰 비벼
먹는데, 칼칼한 맛이 그만이었다. 요 근래에 그렇게
맛있는 점심을 먹어보기는 처음이었다. 애들처럼 몇
번이나 맛있다고 하면서 콩나물밥을 다 먹고 나니, 어느
진수성찬을 들고 난 후보다도 뒷맛이 개운하고 좋았다.
*본문에서 옮김
얼마전, 조문할 일이 있어서 어떻게 갈까 고민하다가 남편과
함께 기차를 타기로 했다. KTX로 한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여서
책 한권을 가방에 넣어 가지고 갔다. 언제 기차를 타보았는지
기억도 까마득하니 오랜만이어서인지 약간 설레이는 기분마저
들었다. 자리를 잘 잡고 앉아 남편은 머리를 기대고 잠을 청하고
나는 지나가는 기차 창밖의 풍경을 잠시동안 바라보다 책을 꺼내
들었다. 언제적 감성인가! 기차안에서 책을 읽으며 보냈던 오래전
추억...지금은 너 나 없이 핸드폰과 일치가 된 사람들이 앞 자리에도
건너편 옆 자리에도 있을 뿐이다.
책을 몇 장 읽어 나가다 보니 위의 콩나물밥 이야기가 너무나 맛있
게 들어왔다. 포스트잇에 ‘콩나물밥’ 이라고 써서 해당 페이지에
붙여 놓았다. 집에 돌아가면 콩나물밥을 해먹으려는 마음에서다.
‘꼭 해먹어야지...’ 몇 번 다짐을 한 며칠이 지난 어느날 마트에서
콩나물 한봉지를 사왔다. 냉장고 안에서 써 줄 날을 기다리고 있던
무와 당근, 그리고 말린 표고버섯도 불려서 썰어 넣었다. 양념장에는
파와 청량고추 약간, 마늘과 양파도 참기름과 깨도 넣었다.
음~~맛있어 보인다. 양념장을 밥에 넣어 골고루 비빈후 한 입 와앙~
오~이 맛이 아닌데? 글을 읽으며 글 속의 현장에서 상상으로 함께
먹었던 그 맛이 나지 않았다. 내가 너무 과한 상상을 했나보다. 그래도
한 대접 잘 먹고 조금 남은 것은 저녁에 마저 비벼 먹었다.
어떤 사람의 글을 읽다 보면 우리는 종종 그 글의 현장속에서 함께
거닐게 된다. 다른이의 글을 통한 간접 경험일지라도 나를 풍요롭게
하는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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