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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대파를 뽑아서 빈 통에 옮겨 심었습니다.
올 봄, 실파를 사다가 심은 것이 자라면서 계속 뽑아 먹었는데
뽑아 먹을때마다 참 신기하고 대견합니다.
한 터에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도 대파는 대파이고, 상추는 상추이고
고추는 고추입니다.
옆 고랑의 상추를 고추가 보면서 시기하지도 않고
상추가 난 왜 상추밖에 안되냐고 우울해 하지도 않더군요.
제가 제일 기쁠땐,
상추가 상추대로 싱싱하게 잘 자라 탐스럽게 되었을 때이고
고추가 병 없이 먹음직스런 고추를 많이 맺혔을 때이고
대파가 이름 그대로 대파로 올곧게 잘 자랐을 때였습니다.
제각각의 맛과 향과 빛깔과 기쁨이 모두에게 있습니다.
내가 무엇처럼 되지 않았다고 해서 슬퍼할 필요가 없습니다.
저렇게 살아가는 것은 그의 몫일 것입니다.
나는 나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삶을 살면 됩니다.
이 세상에 나라고 하는 사람은 나 한 사람밖에 없으며
그렇게 하나님 아버지께서 아주 특별한 존재로 지으셨으니까요.
끼니때마다 꼭 필요한 재료인 대파는, 그래서 특별 대접을 받기위해
집안으로 옮겨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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