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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바치는 시/최용우
교보문고/15000/2023
시인의 아내
아내는 시인이다.
자칭 시인이라고
떠벌리고 다니면서도
시도 못 쓰는 남편보다
말없이 삶으로 시를 쓰는
아내는 진짜 시인이다.
시인의 아내는
맑은 영혼으로
꽃 같은 사랑을 하고
선하고 거짓 없는 눈으로
행복을 노래하며
오늘도 삶으로 시를 쓴다.
*본문에서 옮김
결혼초에 남편은 나에게 시를 써서 책을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했었다.
물론 그 약속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 사항은 아니였지만, 나도 모르게 기대를 했었던
모양이다. 언제쯤 완성이 될까... 기다리며 이따금씩 남편에게 채근하기도 했다.
그러다 잊고 지냈는데, 내 생일인 며칠전에 드디어 그 책을 선물로 받게 되었다.
나는 쭈그리고 앉아 남편이 30년 걸려 쓴 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30분만에 모두 읽었다(교정도 보아
가면서). 어떤 부분에선 고개가 끄덕거려지기도 하고, 어느 시에선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돌기도 했다.
온몸이 오글오글 감당이 안될땐 책을 덮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어떤 내용은 낯뜨겁고 쑥스러워
지워주기를, 바꿔주기를... 요청하기도 했다.
'사람은 자기만큼 상대를 본다'고 한다는데, 남편의 시는 아내인 나에 대한 진실한 마음과
또 내가 그렇게 살아주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져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되었다.
나는 살가운 표현에 서툴고 퉁명스러우면서 자주 내 중심적이다. 부족함이 모자라지 않는
아내와 살면서 가슴 두드리는 일이 많았을 남편이, 나를 생각하며 시를 쓰는동안
나에 대한 순간순간의 인내가 많이도 필요했을 것임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남편에게 200편의 시를 받은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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