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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을 보러 다니는 사람/기일혜
크리스챤서적/4000/1998
나는 한눈도 팔면서 너무나 웅장하게 커버린 미나리아제비에게 겁도
집어먹으면서 마음을 분산하고 있는데, 임 선생은 열성을 다해서 꽃들을
살피고 풀들을 도닥거리면서 다녔다. 내 눈엔 잘 보이지도 않는 미미한
꽃들을 보면서 감격을 하기도 하고, 난 알지도 모르는 풀 이름을 부르
면서 쓰다듬어 주기도 했다.
그는 진실로 꽃과 나무를 사랑하는 사람-무엇인가에 몰두하는 사람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본문에서 옮김
기일혜선생님의 글에 자주 등장하는 임 선생님이란 분은 들꽃을 잘 알고
사랑하는 분인 것 같다. 그분의 고향이 시골이다보니 어릴적부터 익히
보아왔던 산천초목에서 자연에 대한 애정과 감성을 키웠을 것 같다.
봄이 오면 나물 캐러 다니고 꽃이 피면 꺾어다 병에 꽂아 놓고 산이나
들녘을 놀이터 삼고 살았던 나의 어린시절을 생각하다보면 내 마음에서도
어느새 작고 여린 들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그 들꽃들은 피고 지고를 반복
하지만 내 안에서 뽑혀 말라진 적은 없다.
이제 시절은 우리에게 왔고 우수가 되고 봄비가 내린다. 온 대지에 흘러 흘러
초목을 살게하는 근원이 되어 이 한해도 이 대지에, 사람들의 마음 구석구석에
어여쁜 꽃들을 싱싱하게 피워내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