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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쉬운 삶

보시니............... 조회 수 1169 추천 수 0 2003.09.22 21: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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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쉬운 삶

성대를 수술하고 이제 거의 예전 상태로 회복된 것 같습니다. 늘 말을 많이 하던 사람이 말하기보다 듣기를 많이 한 좋은 시간들이었습니다. 억지로라도 침묵하고, 듣기도 해야 하는데 하나님이 강권적으로 필요한 것을 주셔서 침묵의 시간을 즐기게 하신 것입니다.
성대 결절 수술은 아주 간단한 것이었습니다. 수술 시간은 5분 정도라고 했습니다. 마취과 의사가 와서 "이제 곧 편히 주무실 것입니다. 편안히 주무세요"라고 해서 "예" 하며 잠깐 눈을 감았습니다. 누군가 "눈 떠보세요, 수술 끝났어요"하길래 떠보니 벌써 수술은 끝났고 시간은 한 시간 이상 지나 있었습니다. 아주 짧은 죽음을 경험한 것입니다.
비교적 건강한 체질이라 전신마취는 처음 해본 것인데 자주 해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이 죽음이라면 참 아름다운 것입니다. 아무 느낌도, 고통도 없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행복감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수술 전날 제가 누워있던 입원실에 간호사가 들어와서 "저녁 9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드시지 마세요"라고 지시하고 나갔습니다. 다음날 아침이 되자 간호사가 다시 들어와서 옷을 다 벗었는가와 빈속인가를 체크했습니다. 저는 입원실에서 신던 슬리퍼도 벗고 먹은 것도 없고, 입은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이 수술실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잠시 죽은 듯이 잠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영성의 삶은 그리스도를 닮는 우리의 삶입니다. 가장 영성적인 훈련은 쓸데없이 많이 먹지 않고, 지나치게 입지 않으며, 즐기기 위해 자지 않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입지 않고, 갖지 않고 수술대에 누워 있을 때, 두렵거나 호기심이 발동하기는커녕 너무 즐거웠습니다. 이렇게 아무것도 필요 없는 순간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죽음이라면 너무 아름답고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죽을 때에도 이렇게 아무것도 갖지 않고 홀가분하게 갈 것이 틀림없습니다.
고든 맥도날드는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이라는 책에서 인간을 쫓기는 사람과 부름받은 사람으로 구분하였습니다. 쫓겨다니는 사람은 그들이 가진 것들, 생각이나 관계, 소유물 등을 지키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반면 부름받은 사람은 모든 것이 빌려온 것이라는 철학으로 살아갑니다. 그들은 이 세상에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떠나는 데 만족합니다. 부름받은 삶은 가치 있는 곳에 인생을 투자합니다. 이런 삶을 사는 사람들은 마음이 풍요하기에 늘 행복합니다. 자기 것이 없이 빌려온 것으로 사는 사람들이기에 손에 쥔 것을 쉬 내려놓을 줄 압니다. 이런 사람이 죽기가 쉬운 것입니다. 죽기 쉬운 삶을 사는 사람이 참 지혜의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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