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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사가 불쌍해서

이중표............... 조회 수 1598 추천 수 0 2004.05.22 13: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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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는 비가 오면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비가 오면 일단 들에 나가 일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를 핑계로 집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오순도순 정다운 시간을 보냅니다. 비가 오면 유난히 부침개 생각이 나는 것은 왜일까요? 축축한 날씨 탓도 있겠지만 비오는 날이 아니면 어머니한테서 부침개를 얻어먹을 수 있는 기회가 좀처럼 없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비오는 주일의 농촌교회는 자리가 비는 일이 예사입니다. 더구나 제가 부임한 교회는 처음에 교인이 몇 명 안되었기 때문에 한 사람만 빠져도 그 자리가 휑하니 허전했습니다.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일입니다. 비가 엄청나게 쏟아지던 주일, 할머니 한 분만 예배실에 나와 앉아 계시는 게 아닙니까. 주일 설교를 위해 열심히 말씀을 준비해온 저로서는 한 분이 앉아 계시든, 두 분이 앉아 계시든 상관하지 않고 침을 튀겨가면서 한 시간 동안 열심히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말씀을 듣던 그 할머니가 은혜를 받으셨는지 도중에 울고 계신 게 아닙니까? 할렐루야! 저는 신이 나서 더욱 열심히 말씀을 전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시골교회 교인들은 성경에 대해 잘 모를 뿐 아니라 말씀을 들으며 은혜받는 일이 거의 없었던 터라 할머니의 눈물은 설교자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예배가 끝난 후 그것도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저는 비로소 할머니가 흘리신 눈물의 진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만나는 사람마다 제 얘기를 하고 다니셨습니다.
"쯧쯧쯧, 이중표 전도사, 진짜 불쌍하더라. 전도사가 돼서 먹고살려니 교인 한 명 앉혀놓고 열심히 설교하는 데 정말 불쌍하더라. 내 그 전도사가 불쌍해서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
할머니는 설교에 은혜를 받아서가 아니라 전도사가 불쌍해서 우셨던 겁니다. 그러나 어찌됐든 할머니는 전도사 이중표에게 감동을 받아 더욱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셨고, 전도도 열심히 하셨습니다. 물론 그 전도라는 게 예수님의 복음을 전하는 전도는 아니었습니다.
"우리 전도사님은 비가 억수로 오는데도 나 한 사람 앉혀놓고 한 시간 동안 설교하시는 분이다. 불쌍하지? 불쌍하지 않나? 그러니까 교회 나온나, 아이?"

-「나는 매일 죽는다」, 이중표, 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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