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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토마토

바바라............... 조회 수 2151 추천 수 0 2007.07.21 18:14:12
.........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토마토

  만일 당신이 당신의 가슴속에서 다른 사람을 도와 주고자 하는 마음을 발견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인생에서 성공한 것이다.
  <마야 앤젤루>

  나는 잔뜩 겁에 질렸다. 나는 캘리포니아의 플리샌턴 연방 교도소에서 렉싱턴의
연방 여성 교도소로 이감되고 있는 중이었다. 그곳은 죄수들로 만원이고 폭력으로
악명 높은 곳이었다.
  8개월 전에 나는 아버지가 하는 사업에 연루되어 사기죄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나를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그리고 성적으로 학대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찾아와 집안 사업 중에서 어머니가 맡던 자리를 나더러 맡아
달라고 요구했을 때 나는 감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나는 아버지 앞에서는 언제까지나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하고 아무런 힘도 없는 다섯 살짜리 어린 소녀에 불과했다.
그러니 "싫어요."라고 말할 용기가 내게는 없었다.
  몇 달 뒤 FBI가 찾아와 내가 서류에 서명을 한 장본인이냐고 물었을 때 나는
어려서부터 해오던 대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말했다.
  "네, 내가 했어요. 아버지가 한 게 아녜요."
  나는 유죄 판결을 받고 중죄인을 수감하는 감옥에서 생활하게 되었다.
  판결을 받고 감옥으로 이송되기 전에 나는 성인 갱생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곳에서 어렸을 때 입은 상처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에 걸친 정신적
육체적 학대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쳐 왔는가를 나는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어떤
기억들과 정신적인 상처들은 충분히 치료될 수 있음을 배웠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나는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폭력과 혼란과 극도의 불면증이 사실은 내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혼란이 외부로 드러난 결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진리와 지혜가 담긴 책들을 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일깨우는 긍정적인 문장들을 써 내려갔다. 마음 속에서 아버지의 목소리가 나에게 "넌
아무 존재도 아니야."라고 소리칠 때마다 나는 그 목소리를 "넌 나의 사랑하는
자녀다."라고 말하는 신의 목소리로 대체했다. 그렇게 날마다 한 생각씩 나는 내
인생을 바꿔 나가기 시작했다.
  악명 높은 렉싱턴의 연방 여성 교도소에 도착한 것은 실로 충격이었다. 나는 잔뜩
겁에 질렸다. 하지만 신이 아직도 나를 보호하고 있음을 깨닫는 뜻밖의 소중한
순간들을 갖게 되었다. 나에게 배당된 감방의 이름은 대부분의 다른 감방들처럼
<블루그래스(미국 남부의 컨트리 뮤직의 하나)>와 같은 켄터키 풍의 이름 대신에
<르네상스>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그 이름은 '거듭남'이라는 의미였다. 그
이름만으로도 나는 신을 신뢰하고 내 자신이 안전한 거처에 와 있음을 느꼈다. 나는
다만 진정으로 거듭나기 위해 더 많은 걸 배울 필요가 있었다.
  이튿날 나는 건축 과정을 배우는 작업실에 배치되었다. 우리가 맡은 일은 연한
가죽으로 바닥을 닦고 건축재를 붙이는 일이었다. 그것은 재소자들이 사회로 돌아갔을
때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하기 위함이었다. 우리를 지키는 간수 리어 씨(그의
본명이 아님)는 우리를 가르치는 교사이기도 했다. 리어 씨는 재미있고 친절하다는
점에서 남다른 사람이었다.
  통상적으로 재소자와 간수 사이에는 두가지 규칙만이 존재한다. 재소자는 간수를
믿지 않으며, 간수 역시 재소자가 무슨 말을 하든 절대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리어 씨는 달랐다. 그는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을 전달할 뿐 아니라 우리의 시간을
즐겁게 이끌어 가려고 노력했다. 그는 결코 규율을 무시하진 않았지만 우리를
괴롭히거나 학대해서 우리의 작업실을 더 불행한 곳으로 만드는 따위의 행동은 결코
하지 않았다.
  나는 여러 날을 두고 리어 씨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가 흥미있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 본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종종 그런 시선을 받곤 했다. 나는 감옥에
들어와서도 전처럼 캔자스 시티 근교의 가정주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딜 봐도 나는 감옥에 갇힌 죄수처럼 보이지 않았다.
  어느날 리어 씨와 나는 작업실에 단 둘만이 남게 되었다. 마침내 그가 내게 물었다.
  "당신은 대체 왜 감옥에 갇힌 거요?"
  나는 그에게 사실을 설명했다. 그는 내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더니 나의 아버지도
감옥에 갇혀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아버지를 고발할 어떤
육체적인 범죄의 증거도 없을 뿐 아니라 나의 여자 형제와 남자 형제들 모두가
아버지가 범죄에 개입되었다는 내 주장이 새빨간 거짓이라고 아버지를 옹호했기
때문이다.
  리어 씨는 이 말을 듣고 화가 난 듯했다. 그는 내게 물었다.
  "그런데 당신은 왜 그처럼 행복해 보이는 거요?"
  나는 행복과 평화는 인간의 내면에서 발견할 수 있음을 설명했다. 그리고 내가 배워
나가고 있는 단순한 진리들을 그에게 들려 주기 시작했다. 나는 그에게 자유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그리고 믿음의 결과를 볼 수 있기 전에 먼저 자신이 그것을 믿어야
한다는 것 등에 대해 말했다.
  그런 다음에 나는 리어 씨에게 몇가지 질문을 던졌다. 배우는 일에 관심조차 없는
재소자들에게 어떻게 하면 그렇게 열의를 갖고 가르칠 수 있는가? 또 공포 분위기와
분노의 감정으로 가득한 감옥이라는 체제 안에서 어떻게 그토록 행복한 마음과
친절함을 잃지 않을 수 있는가?
  리어 씨는 그것이 무척 어려운 일임을 인정했다. 그리고 사실 그것은 그가 가장
원하는 직업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꿈은 직업군인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 꿈을 실현시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현재 안정된 직업과 먹여
살려야 할 아내와 자식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자신의 가슴속에 있는 열망은 그것이 실현되기 전에는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음을 설명했다. 나는 리어 씨에게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우리 모두가 조금씩은 스스로 만든 감옥에 자신을 가두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우리의 대화는 그 이후에도 몇 주 동안 계속되었다. 리어 씨에 대한 나의 신뢰의
감정은 더 커져갔다. 나는 그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간수라고 여겼다. 다른
간수들은 갑자기 나에게 불복종죄나 반항죄를 뒤집어 씌워 작업 시간을 연장시키거나
나를 독방에 처넣곤 했다. 그것은 그들 자신의 개인적인 좌절감이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감옥에선 이런 일이 잦다. 특히 여성 교도소에선 더욱 심하다.
  따라서 리어 씨가 어느날 갑자기 나에게 다가와 아무 이유도 없이 화를 냈을 때
내가 받은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상상이 갈 것이다. 그는 내게 소리쳤다.
  "로고프, 넌 당장 내 사무실로 가서 선반에 있는 것들을 모두 치워라. 알겠나? 선반
위에 하나도 남지 않을 때까지 깨끗이 치우란 말야."
  나의 어떤 점이 리어 씨를 화나게 했는지 아무리 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밖에는 다른 도리가 없었다. 나는 "알았습니다"라고
말하고는 그의 사무실로 갔다. 내 얼굴은 수치심으로 붉어졌다. 내 감정은 심하게
상처를 입었다. 나는 그를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우리가 그동안 인간 대
인간으로 대화를 해왔다고 자부했었다. 하지만 사실은 나는 그에게 있어서 다른
재소자들과 하나도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내가 사무실로 들어가자 리어 씨는 내 뒤에서 문을 쾅 닫고는 복도에 서서 주위를
살폈다. 나는 흐르는 눈물을 훔치며 선반을 바라보았다. 서서히 내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선반은 텅 비어 있었다. 단지 잘 익은 붉은색 토마토 하나와 소금통이 얹혀져
있을 뿐이었다.
  리어 씨는 내가 거의 일 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싱싱한
토마토를 한 번도 먹지 못했음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텃밭에서 그 토마토를
몰래 들여왔을 뿐 아니라 다른 간수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나를 위해 복도에서 망을
봐주기까지 했다. 그날 내가 먹은 그 토마토는 내 생애에서 가장 맛있는 과일이었다.
  그 단순한 친절의 행위, 나를 하나의 수감번호가 아니라 인간 존재로 여겨 준 그
단순한 친절의 행위가 내 치료 여행에 큰 힘이 되어 주었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나는 내가 감옥에 갇힌 것이 결코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깊은 곳에 있는 내 학대받은
상처를 치료할 소중한 기회였음을 깨달았다. 그리하여 훗날 나는 다른 상처들까지
치료할 수 있었다.
  리어 씨는 나의 간수이자 나의 친구였다. 나는 감옥에서 석방된 이후 그를 만날
수도 없었고 소식조차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우리집 텃밭에서 토마토를 딸
때마다 매번 그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리어 씨가 오늘날의 나처럼
자유로워져 있기를 바라는 것이 나의 소망이다.
  <바바라 로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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