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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행복을 느꼈을 때 / 김형석

무엇이든 1213 ............... 조회 수 694 추천 수 0 2003.01.01 11:38:00
.........


나는 일찍부터 교회에서 자랐고 부족하지만 신앙인으로 살고 싶었다.
그 뜻이 이루어져 교수 생활을 하는 동안에도 교회 봉사를 계속해왔다.

1978년 여름방학에는 미국 5개 도시에 있는 한인교회에서 신앙집회를 갖게 되었다.
한 교회에서 네 차례씩의 설교를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금,토,일요일 밤과 주일 낮 예배 시간이 배정된다.

 뉴욕에 갔을 때다. 최효섭 목사가 담임하고 있는 맨하탄 한인교회에서
집회를 갖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가장 오래된 대표적인 교회였는데
마땅한 예배당이 없어 미국인들이 쓰는 교회당을 빌려 예배를 드렸다.
6백명 이상 수용할 수 있는 큰 예배당이었다.

 목사님과 당회원들은 잘 모이면 2백명 정도의 집회는 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미국 교인들은 1백명 이하가 모이지만 한인교회는 그 배가 넘는 교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첫날 밤에 5백명 가까운 신도들이 모였다.
다음 날부터는 큰 예배실이 넘쳐 2층까지 만원이 되었다.

 목사님과 나는 물론 모든 교우들이 감격스러운 예배시간을 가졌고
교우들의 요청에 따라 설교시간도 90분간으로 늘려 갔다.
밖에서는 주차할 곳이 없어 동원된 교통 경찰이 인근 지역까지 안내해 주는
수고를 담당해 주었다.
그들이 교통을 통제하지 않고 교회를 위해 협조해 주는 자세가 부럽기도 했다,

 내가 설교했을 때였다, 예배당 옆 출입문 가에 한 흑인 아저씨가 서서
열심히 예배 풍경을 살피면서 지극히 만족해 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내 말의 뜻을 알아듣지 못하는 것 같았다.
최목사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 흑인은 교회 사찰이었다.
예배당을 관리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최목사에게 한 이야기는 몇 십년을 교회 사찰로 봉사하면서
이 넓은 예배당에 교인이 가득 차는 것을 한 번 보고 죽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교인 수는 계속 줄어들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2층까지 꽉 차는 것을 보니까 너무 감사해서
이제 죽어도 한이 없겠다는 것이었다.
나도 그 흑인의 표정에서 그 듯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많이 모인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다.

 그 당시. 나는 한국에서 TV나 라디오를 통해 많이 알려졌기 때문에
재미 교포들의 관심이 컷던 것이다. 나는 목사가 아닌 교수였으므로
항상 듣는 목사님들의 설교와는 다른 내용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래서 기성교회의 신도들보다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의사, 교수, 변호사,
그리고 우리 나라의 공무원들이 가족 동반으로 모였다.
그 사실을 알려 주었기 때문에 나도 설교 수준을 높일 수 있었고
고향을 떠나 사는 교포들의 향수와 어울려 흐뭇하고 은혜로운 집회가 된 것이다.

 그 당시만 해도 지금과 같은 매스컴의 혜택이 보편화되지 못했던 때였다.
내가 시애틀에 갔을 때에는 마이크로 버스를 갖고 30명 가까운 교포들이
두 시간 반을 운전해 참석한 일도 있었다.
그러니까 설교 시간도 길게 잡을 수 밖에 없었다.
어쨌든 주일 밤 마지막 설교를 끝내고 호텔 방에 돌아왔을 때의 내 심정은
무엇으로 표현할지 모를 정도였다.

 멀리 미국 땅, 그것도 뉴욕에서 우리 교포들에게 말씀을 전할 수 있었다는 사실,
목사도 아닌 평신도로써 주어진 사명에 동참할 수 있었다는 점,
열세 살부터 나를 이끌어 주신 주님께서
지금은 나에게 값있는 일을 맡겨 주셨다는 감격스러움,

누구보다도 가난하고 병약한 몸으로 자란 나에게 이런 일을 위해
선택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 과거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신앙 집회 중 가장 인상에 남는 3일간을 보낼 수 있었다는 일들을 회상하며
그날 밤 감사와 감격으로 보냈다.

 그리고 이런 경우의 감격스러운 행복감은 내가 출세했거나 명예를 차지했거나
돈을 벌었을 때의 행복과는 다르다. 그 모든 것들은 세상에 속하는 일이다.

그러나 내가 믿는 주님의 뜻을 따라 그 믿음을 이웃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었다는
은총은 나만이 느끼는, 내가 하나님과 더불어 갖는 감사와 행복의 축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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