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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에서(1)

박동현............... 조회 수 1371 추천 수 0 2008.10.03 14:21:00
.........
고속도로는 현대 문명의 상징이라 할 만 합니다.
신호등 없이, 거칠 것 없이 그저 빨리, 편리하게 먼 곳을 왔다갔다 할 수 있게
만든 것이 고속도로입니다.
그런데, 모두들 빨리 가려고 고속도로에 자동차를 몰고 나오다보니
차가 밀려서 빨리 가지 못할 때가 생깁니다.
명절 때나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고속도로가 거대한 주차장이 된다는
말을 신문 방송 텔레비젼에서 자주 보고 듣습니다.
여러분은 직접 차를 몰고 그런 대열에 끼어 본 적이 없는지요?
내가 가는 차선보다 옆 차선에서 차들이 더 빨리 나아가는 것을 보면 속이 상합니다.
그래서 그쪽으로 차선을 바꿉니다.
그렇게 차선을 바꾼 보람이 있어서 바꾼 차선으로 본디 내가 달리던 차선에서보다
더 빨리 나아갈 수 있으면 기분이 좋습니다.
그런데, 차선을 바꾸었더니, 그 차선보다는 본디 내가 달리던 차선에서
차들이 오히려 더 빨리 나아가는 수가 있습니다.
괜히 차선을 바꾸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짜증이 납니다.
어느 차선이 나은가를 생각하면서 이 차선 저 차선을 넘나드는데도
그 때마다 재미를 보지 못하면 또 속이 상합니다.
차라리 한 차선을 꾸준히 달릴 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한 차선을 꾸준히 달리는 운전자들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기회 있을 때마다 차선을 바꾸어서
남보다 훨씬 더 빨리 가는 운전자들도 없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본디 나보다 한참 뒤쳐져 있던 아무개가
차선을 잘 타더니, 갑자기 내 옆에 나타나고, 마침내는 나를 지나
나보다 훨씬 더 빨리 저 앞에 달려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 아파할 수 있습니다.
거꾸로, 본디 나보다 앞서 가던 아무개가 막힌 차선에서 천천히 가는 사이에
나는 차선을 잘 타서 그를 따라잡을 뿐만 아니라
그보다 앞서 달려가면서 기분 좋아할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 시대를 무한 경쟁 시대라고 할 때
이는 그저 남보다 더 빨리 달려 남보다 먼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런 상황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고속도로에서는 소달구지나 자전거는 두말할 것 없고
작은 차나 속도가 느린 차는 어디 끼어들 수 없거나 끼어들기 힘들고,
신호등을 심심찮게 만나고 길도 그리 넓지 않은 국도나 포장되지 않는 시골길을 가야합니다.
오늘 우리의 삶에서 힘차게 속도를 낼 수 없는 사람들도 그러합니다.
잘난 사람, 힘 있는 사람들이 좋은 자동차를 몰고 씽씽 달리는 그런 길에는
끼어들 수 없습니다.
그리 넓지 않은 길, 신호등도 있는 길, 오솔길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바로 그런 길을 가면서 좌우의 경치도 여유 있게 돌아보고
같이 가는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눌 수 있지 않습니까?

물론 고속도로는 고속도로대로,
국도와 비포장 도로와 시골길은 각기 그 나름대로 맡은 기능이 있습니다.
우리 개인이나 나라의 삶에는 그 모든 것이 다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속도와 경제적인 효율성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은
고속도로의 편리함을 누리는 사람들도 가끔은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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