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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밭 새벽편지]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권태일............... 조회 수 1226 추천 수 0 2004.11.25 22:04:20
.........



50-60년대 우리나라는 너무나 못 살았다.
인도가 세계에서 꼴찌였고 그 다음이 한국이었다.

당시 우리 부모님들은 풀뿌리
나무뿌리를 캐먹으며 살아야 했고,
고무신발이 떨어져 새끼로 묶고 다녔으며,
전기가 없어 간솔(소나무 솔귀)로 불을 붙여
밤길을 걸어야 했다.

왜 그리도 눈은 많이도 오는지...
그 때의 겨울 또한 길기만 했다.
쌀가마니가 방 한켠에 쌓여 있고,

화로불에는 고무마, 감자가 익어가고,
사랑채에서는 가마니 짜는 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또 짠 가마니 위에
옷을 입은 채로 웅크린 채 잠을 청하기도 했다.

초등학교도 못 다니는 아이들이 많았고,
가방이 없어 보자기로 책을 싸서 쇠필통에
연필 넣어 다녔고, 양은 도시락의 밥은
김치 국물에 범벅이 되어 변했지만

교실 난로 위에 얹어 풍겨나던
그 내음에 공부가 잘 안되었다.

여학생들은 20리 길을 걸어서
학교를 다녀야 했고 신작로의 자갈을 밟으며
살 속을 파고드는 겨울의 찬 바람을
얇은 마후라 한 장으로 막아보지만
빨개진 볼은 녹지 않는다.

이렇게 살아가던
우리의 형, 누나, 동생들....

그들은 서울은커녕 읍내도 가보지도 못했는데...

이들은 이역만리, 배로 수개월 걸려
낯설고 물설은 독일까지 가서
말도 통하지 못한 채 곳곳으로
뿔뿔이 흩어져 가야 했다.

남자들은 첩첩 산골의 탄광으로,
여자들은 시골 보건소로 배속되어
시체 닦는 일을 하며,

집에 두고 온 엄마 동생 보고 싶어
눈물을 훔치며 통곡으로 시간을 보내면서도
돈을 모아 집으로 송금을 했다.

그 돈으로 동생, 오빠 학비를 보탰고
살림을 일으켰다.

그렇게 푼푼이 모으고 모은 돈으로
우리나라가 경제도 조금씩 조금씩
미동하기 시작했다.

또 고국에서는 머리를 잘라 가발 공장을 만들었고,
봉제공장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서서히 외국으로 팔려 나갔다.

이런 땀들이 큰 강을 이루어
1964년에는 1억 달러 수출을 하였는데
당시 온 나라가 축제분위기였다.

지금의 우리경제는 수출 2,000억불로
2,000배가 넘게 커졌지만,
이는 1억불의 감격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

30-40년이 지난 지금,
독일에 간 광부는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대다수는 한국으로 건너와
그동안 모은 돈으로 나라 경제도 일으키고
풍요로운 생활을 하며 가정도 꾸려,
행복한 한국인이 되었다.

그러나 일부 간호사와 광부들은
너무 오랫동안 이국 생활을 한 탓에,
혹은 돌아올 가족이 없거나

친지가 변변찮아 독일에 눌러 살게 되었는데
그들의 모습에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들 중에는 간호사와 광부가
서로 만나 결혼하여 사는 이도 있으나
어떤 이는 결혼 시기도 놓쳐
홀홀 단신으로 60세를 넘기며 살아가고 있다.

격동의 한 시대를 살아오면서
그토록 엄청난 역사의 변천으로
이미 그들을 따뜻이 맞이할 감정까지
메마른 지금의 현실!

우리가 그들을 교포라고
한두번 연민의 정으로만 대해서 되겠는가?

독일로 간 간호사나 광부뿐만 아니라
재중동포(조선족), 통한의 재일교포
그리고 사탕수수 농장이나
땅콩 농장으로 미국에 건너간 재미교포,
혹한의 구소련 치하에
숨죽여 살아야 했던 고려인들이 그렇다.

우리는 이 시대를 살면서
과연 역사관을 갖고 사는가?
민족관이 있는가?

우리에게 과연 여,야가 그렇게 중요하고,
이념이 그렇게 중요하고,
잘,잘못이 그렇게 중요한가?

지금도 우리의 질긴 삶을 위해
밤낮으로 일하며 가족을 위해 사는
소시민의 애환이 너무 많이 서려 있다.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이여!
역사가 있었기에 지금이 있고,
그들의 험난한 삶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다.

우리!

조용히 두 손을 가슴에 얹고....
역사의 흐르는 큰 물줄기 속에
도도히 흐르는 우리 아니
나의 삶을 되짚어 생각하자.

그 이유는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 사는 우리이기 때문이다.

- 소 천 -
-----------------------------------

지난날의 수고 속에 지금이 있고,
역사의 흐름 속에 내가 있습니다.

우리! 지금의 우리는 그들의 땀이
이 땅을 적셔 만들어졌기에...

서로 아픔을 보다 넓게 품어주며,
나무 한그루, 풀 한 포기라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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