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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편지]네 발의 신을 벗으라

김진홍............... 조회 수 1653 추천 수 0 2004.10.17 22: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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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철학이 중세철학에서 근세철학으로 바뀌는 길목에 데카르트라는 철학자가 있다. 그의 명제는 한마디로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이다. 간단한 말인 것 같지만 철학사에서는 깊은 뜻을 지닌 말로 통한다. 철학자들 중에 데카르트의 이 말을 빌려 “나는 방황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한 이가 있다. 인간의 방황하는 본성을 지적하여 이른 말이다. 인간에게 있어 방황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이러한 인간의 숙명적인 방황의 모습을 우리는 창세기 4장의 ‘영원한 방황자 가인’에게서 한 본보기로 찾을 수 있다. 성경에 나타나는 첫 사람들인 아담과 하와 부부의 두 아들로 가인과 아벨이 있다. 형 가인은 동생 아벨을 죽였다. 인류 역사에 나타난 첫 살인 사건이다. 하나님께서는 가인에게 다음과 같은 벌을 내렸다.

“여호와께서 가인에게 이르시되 네 아우 아벨이 어디 있느냐… 네가 무엇을 하였느냐. 네 아우의 핏소리가 땅에서부터 내게 호소하느니라. 땅이 그 입을 벌려 네 손에서부터 네 아우의 피를 받았은즉… 너는 땅에서 피하여 유리하는 자가 되리라(창 4:9~13)”

여기서 가인이 받은 벌이 ‘유리하는 자(restless wanderer)’, 곧 영원한 방황자의 벌이었다. 영원한 방황자 가인의 모습은 인류의 모습이라 여겨진다. 이런 방황을 끝마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일까? 위대한 기독교인이었던 교부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주여, 당신께서는 나를 당신에게로 향하도록 만드셨나이다. 내 영혼은 당신 품에서 휴식을 취할 때까지 편안하지 않을 것입니다.”

살아 계신 하나님 품에 안기기까지 인간은 안식을 누릴 수 없어 방황을 계속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한 글이다. 인간의 방황이 끝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하나님의 품에 안기는 길이다. 우리들 기독교인들은 그래서 복 받은 사람들이다. 고통스러운 방황의 길을, 그리스도를 만남으로써 끝마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시 한 가지 문제가 남아 있다. 예수님을 알기 전과는 차원이 다른 또 하나의 방황이 다가오게 된다. 어떤 방황일까? 그 새로운 방황을 창세기에 나오는 에서와 야곱 형제간의 경우를 비유로 삼아 이해할 수 있다. 이삭의 아내 리브가가 모처럼 임신을 하였다. 그런데 쌍둥이를 배게 되었다. 그런데 태중에서 쌍둥이가 다툼이 심하였다.

“아이들이 태중에서 서로 싸우는지라 리브가가 가로되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을까요 하고 여호와께 물었다”(창 25:22)

이 말씀에서 형 에서와 동생 야곱이 어머니의 태중에서 심하게 싸운 것을 신약성서는 육의 세력과 영의 세력, 악한 세력과 선한 세력 간의 다툼으로 이해하였다. 바울이 로마서 8장에서 이 다툼에 대하여 다음같이 썼다.

“내 속 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되 내 지체 속에서 한 다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워 내 지체 속에 있는 죄의 법 아래로 나를 사로잡아 오는 것을 보는도다”(롬 8:22~23)

이 말씀에서 죄의 법은 에서의 세력이고 하나님의 법은 야곱의 세력이다. 그래서 예수를 믿고 난 후에도 내 속에서 에서의 세력으로서의 죄의 법과 야곱의 세력으로서의 하나님의 법이 우리들의 내면에서 서로 다투고 있다. 여기서 오는 방황이 절박하다. 이 방황이 힘들어 때로는 기진맥진하게 되기까지 한다. 이 방황에서 벗어나는 길을 바울이 로마서 8장에서 다음같이 일러 주고 있다.

“너희가 육신대로 살면 반드시 죽을 것이로되 영으로써 몸의 행실을 죽이면 살리라”(롬 8:13)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감사하리로다 그런즉 내 자신이 마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노라”(롬 7:25)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의 도우심을 힘입어 육신의 법을 이기고 영적으로 살아가게 될 때 두 번째 방황에서 승리하게 된다. 그런데 다시 세 번째 방황이 남아 있다. 다름 아니라 자신이 땅에 머무는 동안에 감당하여야 할 사명(Mission)이 무엇일까에 대한 방황이다. 그 사명을 분명히 깨닫고 그 사명에 인생을 전적으로 투자하게 되기까지에 겪게 되는 방황이다. 이 방황에 대하여 출애굽기 3장에 기록된 모세의 경우에서 한 본보기를 찾을 수 있겠다. 바로 왕의 왕궁에서 자란 모세는 40세에 살인자가 되어 졸지에 도망자가 되었다. 호렙산 기슭으로 피신하여 80세에 이르렀을 때였다. 어느 날 양떼를 돌보고 있는 그의 앞에 여호와께서 나타나셨다. 떨기나무에 불꽃으로 임하신 여호와를 만나게 되었다. 불붙은 떨기나무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모세에게 여호와께서 말씀하셨다. “너의 선 곳은 거룩한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출 3:5)
바로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의 지도자로 세움을 받아 자신의 사명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신발을 신고 자신의 야심과 꿈을 좇아 80년을 방황하던 모세가 하나님이 자신에게 맡기신 사명을 깨닫게 되어 오랜 방황을 끝내고 신을 벗게 되었다. 신을 신고 자신의 사명을 찾아 방황하던 세월이 끝나게 된 것이다. 이때로부터 모세는 자신이 맡은 사명을 이루어나가는 일에 자신의 삶 전체를 기꺼이 바칠 수 있었다.

오늘은 개천절(開天節)이다. 글자 그대로 우리들의 조국 한반도에 하늘이 열리며 역사가 시작된 날이다. 이 날이 우리들에게는 또 다른 개천절이 되어야 한다. 하늘로부터 우리 각자가 감당하여야 할 사명을 깨달아야 한다. 자신이 남은 삶에 감당하여야 할 사명을 깨닫게 되어 그 사명에 삶 전체를 투자하는 결단의 날이 되어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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