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예배를 드리고 점심은 냉이와 두부를 넣고 된장찌개를 끓였다. 달래도 있길래 초무침을 해서 밥 한그릇 가득 먹고 나니 기분이 좋다.
하늘은 맑고 햇살이 너무도 따사로운 오후다. 좁은 현관에 겨우내 화분에 심어서 먹었던 파를 바깥 햇볕 좋은 곳에 내다놨다. 이제 개구리도 나와서 개굴거리는데 밤에 춥다고 얼지는 않겠지!
남편은 마당 잔디에 불을 놓았다. 이렇게 태워줘야 태운것 자체가 거름이 되고 잔디도 깨끗하게 자란다고 한다. 호사스러워서 잔디가 있는게 아니고 이곳은 워낙 습한 곳이라 그대로 흙으로 놔두었다간 온통 사시사철 흙범벅으로 살아야 한다. 전에 이 집에서 사시던 분이 정성껏 잔디를 심으셨다 한다. 아이들이 들락거리면서 검불과 흙먼지들을 여기 저기 흘려 놓아서 늘 깨끗할 날이 없다. 특히나 문틈에 떨어지는 흙들은 참 치우기 성가시기도 하다.
그렇더라도 잔디 때문에 봄부터 가을까지 폭신 폭신한 밟는 감촉과 초록색의 마당을 즐길수 있어서 좋기도 하다.
"엄마! 불이 자꾸만 나한테 와-!"
불이 번지는 곳에 서 있던 밝은이가 저 있는 쪽으로 타 들어오는 불을 보고 하는 말이다.
아이들은 지금 따사로운 햇볕을 쬐며 밖에서 소꿉놀이를 하고 있다. 딱히 함께 놀 수 있는 또래의 친구가 없어서 언니 동생이 복작거리고 지내기는 하지만 계절이 가고 오는 것을 보며 자라는 좋은이 밝은이에게는 자연도 하나의 큰 벗이리라.
산과 들로 둘러진 이곳, 달랑 우리 가족만이 던져진것 같은 느낌을 가질 때가 있지만 오늘은 따사로운 햇볕과 바람에 마음을 실어 멀리 멀리까지 날려 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