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에 고사리를 꺾으러 가려고 좋은이를 불렀다.
학교 마치고 비디오점에서 백설공주 테이프를 빌려온 좋은이가
내내 깔깔거리며 들여다 보고 있느라 엄마 목소리가 귀에 들어올리 없다.
어제 세현이 엄마가 고사리를 꺾어 온걸 보고, 나도 꺾어오고 싶어 좋은이를 꼬드겼더니 안간단다. 하긴 재미있는 비디오를 놔두고 따라 나설리가 없지!
어제까지 덥더니만 오늘은 또 웬 바람이 세차게 부는지 좀 추웠다. 모자를 눌러 쓰고 다시 좋은이를 불렀다. 마지 못해 따라 나선 좋은이에게 초코파이 두개를 주고 빨간 모자를 씌워 주었다.
"엄마 엄마! 근데 어디가요?"
"응, 고사리 꺾으러."
"근데 고사리가 뭐예요?"
"?..!..있어 그런거. 애기가 손 오므리고 고개 숙이고 있는거.."
"애기가?....!"
"빨리 가자!"
무슨 대답이 그럴까, 나도 이상해서 한동안 아무말 없이 걷기만 했다. 호수쪽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야시도 함께 간다. 오줌 화살표(좋은이 표현)를 그리면서.
도대체 어디에 고사리가 많은걸까? 어릴적에 야트막한 산 기슭에서 고사리를 꺾었던 기억이 있다. 헌데 이곳은 내 머리속에 있는 그런 야트막한 산은 없고 가파르고 돌들이 많아 있을것 같지 않았다. 아무 산이나 올라갔으나 역시나였다. 허탕을 치고 돌아오려 내려 왔는데, 올라갈때는 보이지 않았던 자그마한 흰 꽃들이 눈에 띄었다. 마침 집에 화단 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잘되었다 싶어 이 꽃들을 캐내었다. 손으로 파도 잘 파졌다. 가지고 갔던 비닐 봉지에 가득 담고 그것도 모자라 주변에 돌아 다니는 비닐을 주어와 그곳에도 담았다. 화단 주변에 심을 요량으로 가져 올 수 있을 만큼 들고 왔다.
꽃이 크지는 않지만 참 예쁘다. 저렇게 아무도 보아주는 이 없는 곳에서 피고 지느니 내 눈에 띈 너희들은 행운이야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파가지고 온 것을 다 심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콩제비꽃이라는 야생화다. 주로 습한 지역에 자란다고 씌어있다. 호수 주변인 지역이기 때문에 습하여서 저렇게 무리지어 자라나보다. 산에서 내려 올 때는 애기 붓꽃이라는 난초도 캐 왔다. 꽃은 꼭 붓꽃인데 정말 큰 붓꽃에 비하면 애기 같다.
고사리는 없었지만 예쁜 꽃들을 집에까지 가져와서 마음이 즐겁다.
'얘들아! 잘 자라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