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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는 아무리 예쁜 색깔의 신발을 신어도 그 깨끗함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흙을 밟는 느낌은 좋지만 신발은 금방 더러워진다. 시내엘 나갈때 말고는 집에서는 슬리퍼만 신는다. 난 될 수 있으면 전체적으로 굽이 있어서 두툼한 슬리퍼를 신는다. 밑창이 얇은 것은 흙이 잘 묻어서 발이 더러워진다. 또 비올때도 불편하다.
작년 봄에 겨우내 신었던 앞이 막힌 슬리퍼를 바꾸려고 조금은 얇상하고 색깔도 화안하고 앞이 트인 슬리퍼를 대전 중앙시장에서 오천원 주고 샀다. 그리고는 조금 더 더워지면 신겠다고 슬리퍼를 까만 비닐봉지에 잘 싸서 두었다.
여름이 시작되면서 이때다 하고 슬리퍼를 찾았다. 그런데 도대체 어디에 두었는지 생각이 나질 않는 것이다. 너무 잘 둔다는 것이 아예 그 둔 곳을 까먹고 말았다. 밤새 곰곰이 생각을 하고 집안 여기 저기 어딜 뒤져도 슬리퍼는 없었다. '내가 누굴 주었나! 그건 분명코 아닌데..거 참 이상하다..' 3일을 찾다가 포기 하고는 다시 시장에 나가 빨간색 슬리퍼를 사서 신고 여름을 났다.
올해도 이렇게 여름이 돌아 왔지 않은가! 낡은 신발들이지만 정리하느라 오늘은 죄다 꺼내 버릴건 버리고 그래도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뛰어 놀 때 신으라고 깨끗이 빨아 햇볕 좋은 곳에 올려 놓았다. 신발이 저렇게 깨끗한 모습으로 말라 가는 걸 보니 기분도 좋다. 아이들은 빨리 자라기 때문에 한계절 신으면 그 다음에는 신지 못한다. 어른들은 이제 더 크지 않아서 오래도록 신지만. 오늘 남편이 신던 구두를 버렸다. 외출할 때만 한 번씩 신기 때문에 올해 6년째 신었다. 언젠가는 한 번 버스터미널 구두 닦는 아저씨가 남편의 구두를 보더니 "앗따~! 그거 되게 골동품이네요!" 한다.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보자기를 정리한다고 잡동사니 넣어 놓는 작은 아트박스 서랍을 열고 접은 보자기를 꾹꾹 눌러 넣는데 속에서 부시럭 소리가 난다. 손을 넣어 만져보니 딱딱하다. 꺼냈다. 참말로! 작년에 잘 보관한다고 두었던 슬리퍼가 거기 있지 않은가! 세상에나... 이제 나타나네..그동안 신발이 줄었나보다(내가 살찐거지). 신어보니 작년에 비해 좀 발이 끼인다. 돈지갑 찾은것 만큼 반갑네. 올해는 슬리퍼 따로 사지 않아도 된다!
오~ 이 기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