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http://gisang.clsk.org/gisang_monthly/viewbody.php?pubyear=2003&pubmonth=9&page=1&number=500&keyfield=&key=글쓴이: 기쁨지기 날짜:2003/09/06 14:50
.. 카페친구들에게
무척 오랜만에 소식 전합니다.
독서캠프를 마친후 그 뒷이야기를 들려드리려 했지만 몸살을 앓고 바쁜 일상을 정리하느라 명절 밑까지 오게 되었군요. 그간도 모두 평안하신지요?
모레가 백로이고 보면 가을이 깊어질만 한데 아직은 소나기와 무더위가 이어지는 여름입니다. 늘 건강하시길.............
이번 독서캠프는 60명 가까운 분들이 남해로 모여 뜻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현주목사님,한희철목사님, 박선경 목사님, 최인혁 집사님, 박근진 간사님, 이사우 형제님, 문경호 목사님등 귀하게 섬겨주신 분들로 인해 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평소에 뵙고 싶었던 분들과 뜻밖의 소중한 분들이 참여하셔서 귀한 만남이 이루어졌습니다.
이곳에서 13일 밤에 출발하여 거진 11시에 도착했을 때 반겨주신이는 독일에서 오신 한 목사님과 충북 보은에서 오신 최용우 전도사님 내외분이 셨습니다.
늦은 밤시간, 우리는 서로를 확인하고 이번 캠프의 기대감을 나누며 박선경목사님의 인도로 만남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날 밤, 남자들은 거의 밤을 새웠습니다.
꼬리를 이어 들려오는 이야기, 그 주범은 박선경, 한희철, 두분 목사님이었죠.
이번 독서캠프에 신학전문 잡지인 "기독교사상"의 박명철 기자와 김승범기자, 편집부장이신 한종호 목사님께서 오셨습니다. 우리 독서캠프를 소개받고 참석하고 싶으셨다고 하셨는데, 느닷없는 취재가 이뤄졌습니다.
이번 9월호에 실린 내용을 삭ㅈ ㅔ 없이 실겠습니다. 한번 보시지요.
++이야기가 출렁이는 섬마을, 한 편의 영화였을까
박명철 기자
하동과 남해를 가로지르는 남해대교 아래로 노량 바다가 출렁인다. 충무공이 최후를 맞은 바다다. 옥색 바닷물은 공이 마지막까지 뿌려놓은 내 나라 사람과 땅에 대한 애정 때문인지 오히려 뜨겁게 끓는 듯하다. 대교를 건너면 남해다. 조선의 명필 김구가 “하늘 끝, 땅 끝, 한 점 신선의 섬”이라 부른 그 섬 남해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섬마을의 작고 하얀 교회, 그 교회처럼 꾸밈없이 하얗게 바다와 산을 배경으로 살아가는 목사님들, 그들이 이 섬의 전설처럼 풀어내는 희고 푸른 이야기들, 기억 저편까지 이르러 내 오랜 죄의 찌꺼기조차 말끔히 씻어내는 그들의 노래…. 8월 13일부터 15일까지 남해의 평안교회에서 열린 2박 3일의 캠프는 차라리 한 편의 영화였다.
맞다, 그렇게 영화이고 보면 차라리 내 느낌은 익숙하게 정리가 된다. 그 깔끔하고 애틋한 감동에 한동안 자리를 못 뜨고 멀리 바다만 바라보아야 했던 까닭을.
#바람·햇살 그리고 아침의 향
남해의 아침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한여름 햇살이 상쾌하게 만나, 어느새 파도가 되어 밀려온다. 욕망과 사랑과 눈물 같은, 사람의 원초적 느낌을 펼쳐내기에 이보다 어울리는 장면은 없겠지 싶다.
여섯 번째 ‘기쁨의 집’ 독서캠프는 한희철 목사와 함께하는 묵상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 아침에 한희철 목사는 누가 뭐래도 적합한 캐스팅이다. 그는 이 캠프가 여섯 차례 열리는 동안 작년만 빼고는 늘 참여해 온 고정 출연자다. 강원도 산골 마을 단강에서 15년 동안 마을 사람들과 사람 사는 이야기로 가득한 목회를 해 온 그이다. 그래서 그이가 낸 책은 언제나 사람들이 살아가는 따뜻한 이야기들로 그윽했다.
독서캠프에서 그이의 아침 묵상은 무엇보다 ‘위로’하시는 성서의 하나님을 향해 앵글을 맞췄다. 세상 길 가다 힘겨워 쓰러지는 이들이 제 생명조차 버리는 세상인 까닭이다.
예레미야 38장.
“이 도성은 반드시 바빌로니아 왕의 군대에게 넘어간다.”
예레미야는 예루살렘의 함락을 예언했고, 이 위험한 예언을 한 대가로 왕자 말기야의 집 웅덩이에 던져졌다. 사형선고였던 셈이다. 하나님의 도움은 궁에 있던 에티오피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그를 왕 앞에 가도록 하시며, 왕에게 예레미야의 무죄함을 변호하게 하신다. 에티오피아 사람 에벳멜렉은 왕의 허락을 받아 예레미야를 구하기 위해 걸음을 서두른다. 그는 왕궁의 의복 창고로 들어가, 해지고 찢어진 옷 조각들을 꺼낸 뒤 그것들을 밧줄에 매달아 물웅덩이 속에 있는 예레미야에게 내렸다. 해어지고 찢어진 옷 조각들이 전능하신 하나님의 손으로 역전된다. 일상에서 의미 없이 존재하는 수많은 그것들, 그 존재들이 하나님의 손이 되어 하나님의 사람을 웅덩이에서 살려낸 셈이었다.
창으로 그 향기로운 아침 바람이 다시 드나들기 시작한다. 바람은 이제 하나님의 사람들 곁에서 그들을 위로하시는 손처럼 불고 있다. 이 아침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나름의 얼굴을 하고 때로는 창조자의 힘으로 제 존재의 지평을 열고 있다.
#책 나누는 사람
책을 만드는 사람만큼 소중한 사람은 책을 나누는 사람이다. 부산에서 ‘기쁨의 집’이라는 기독교 서점을 경영하는 김현호 집사(43). 대개의 서점 주인은 ‘책 파는 사람’이지 ‘책 나누는 사람’은 아니다. 파는 일은 돈벌이에 그치지만 나누는 일은 만드는 사람보다 만드는 마음을 더 잘 알아야 하니까.
독서캠프에는 굳이 주연을 찾기가 어렵다. 모든 출연진이 주연도 하고 조연도 하며, 단역 배우로 화면을 서성거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독서캠프에서 김 집사의 자리는 뚜렷하다. 독서캠프의 시나리오를 만들고 세트를 장만하고 촬영 장소를 결정하며, 캐스팅까지 책임지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감독이고 제작자이며 동시에 배우이기도 한 까닭이다.
“그 사람 한마디로 바보 같은 사람이지요. 그래도 그런 바보들 때문에 세상이 덜 삭막한 걸 보면 참 고맙지요. ‘마중물’이라는 말 알지요? 펌프질 시작할 때 한 바가지 먼저 쏟아붓는 물 있잖아요. 그 마중물 한 바가지가 있어야 저 밑바닥의 생수도 끌어올릴 수 있지요. 언젠가 그 사람더러 마중물 같다는 말을 했는데 아마 기억할 거예요. 그는 우리의 메마른 신앙 정서에 생수를 끌어올리는 마중물이 되고 싶은 것처럼 보였어요.”
한희철 목사는 김 집사를 마중물 같은 사람이라 말한다.
책 나누는 사람 김 집사는 저자와 독자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애쓴다. 저자가 독자를 읽고, 독자가 저자를 알면 책 문화가 건강해진다고 믿는다. 독서캠프는 그런 노력의 한 부분이다. 문화강좌를 열기도 하고, 저자와 함께하는 강연회도 만든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책 전시도 열고, 작은 독서클럽들을 곳곳에 조직하기도 한다. 4년 전부터는 ‘시인 윤동주의 밤’을 열고 있다. 동주의 시를 낭송하고 그의 시를 노래로 만들어 부르며, 연구논문도 발표하는 자리다. 이런 그의 노력은 캠페인 차원으로도 가지를 쳤다. ‘작은 도서관 만들기’가 그것이다. 교회마다 문고 하나씩 만들어 주민들이 쉽게 드나드는 교회가 되도록 하자는 운동이다. 교회가 예배당이고, 도서관이며, 박물관이어야 한다, 책 나누는 사람의 마음이다.
#자유에 이르는 믿음과 노예들의 노래
이현주 목사는 의외의 캐스팅이다. ‘기쁨의 집’을 오가는 관객들에게 그는 결코 ‘모범생’이 아니다. 그들에게 노자와 불가의 법을 이야기하는 이 목사 같은 사람은 ‘우리와 다르게 사는 사람’이다. 다름이 때로는 적이 되기도 하는 마당에 그에게서 믿음과 삶을 배우라고 하기란 여간 배짱 좋은 사람이 아니고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이 목사를 독서캠프에 캐스팅한 감독이라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다름의 정체가 편견에 지나지 않음을 확신했다는 얘기다.
모시로 지은 바지저고리에 긴 수염, 손에 들린 단소…, 그 단아함이 오히려 자유로움으로 풍겼다. 그가 ‘믿음’이라는 화두로 카메라 앞에 섰다. 그 장면에서 극단의 알 수 없는 대칭을 보았다면 그것조차 편견일까.
“구원이 뭐요, 하는 질문은 오렌지 주스 맛이 어떻소, 하는 질문과 다르지 않지요. 종교에 대한 담론이란 그렇습니다. 맛본 사람이 구차스럽게 설명해 봐야 그 맛을 얼마나 표현할 수 있겠소? 직접 맛을 봐야지. 그러니 구원이 뭔지 알고 싶으면 맛을 보라고 말할 수밖에. 내가 해줄 말이란 그저 오렌지 주스를 만드는 법뿐이지.”
그렇게 말머리를 꺼낸 뒤 이번에는 엉뚱한 무대로 옮겨선 거기서 전혀 다른 각도로 믿음에 이르려고 한다.
“목사도 하나님의 종인데 마지막 때에 그분이 ‘너희가 내 이름으로 병도 고치고, 기적도 일으켰지만 나는 너를 모른다’ 그러시면 얼마나 허망합니까. 솔직히 저는 지금 그게 가장 큰 고민이에요. 그렇게 안 되려면 별 수 없지요, 그분의 일을 해야지요. 그래서 가끔 물어봐요. 나는 그분의 일을 하는가, 아니면 그분의 일을 한다는 명분으로 실은 내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그러지 않도록 나 자신을 채근합니다. 그런데 어떤 일은 내 일인지, 그분의 일인지 구분이 안 서요. 기준이 필요하다는 얘긴데 나는 그 기준이란 게 일을 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이라 생각해요. 일이 잘 될 때 내가 어떻게 하고 있는가 보면 그 태도가 엿보이지요. 내가 우쭐거린다든지 성취감에 들떠 있다면 이건 수상합니다. 종이 아닌 거죠. 제 행동에 대해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 게 종이지요. 노자도 성인을 가리켜 행동을 하고 그 행동에 대해 어떤 결과가 나올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는 말을 합니다. 일한 뒤에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 것이지요. 그러나 오직 그 자리에 머물지 않음으로써 그는 영원히 거기 머무는 것입니다. 그래요. 자칫하면 나로 인해 주인이 소외될 수 있어요.”
그는 이 주제로 동화 한 편을 만들었다.
옛날 모든 사물이 말하는 때가 있었다. 지금도 귀를 기울이면 세상에 말하지 않는 사물이 없지만. 어느 날 많은 눈이 내렸다. 머슴인 박 서방은 일찌감치 일어나서 앞마당을 쓸었다. 빗자루가 닳을 정도였다. 머슴의 이마엔 땀이 맺혔다. 머슴은 마당을 다 쓴 뒤 빗자루를 세워놓고 사라졌다.
주인이 나와 보니 마당이 깨끗해서 빗자루더러 물었다.
“누가 마당을 쓸었느냐?”
“제가 쓸었어요.”
빗자루가 얼른 대답했다. 주인이 미심쩍은 듯 다시 물었다.
“정말 니가 쓸었느냐?”
“예, 정말 제가 쓸었어요.”
“정말 니가 쓸었다고?”
주인은 정색을 하고 세 번씩이나 캐물었다. 그렇잖아, 누구든 세 번씩 물으면 이건 심각한 거지. 빗자루는 고개를 숙이고 기어드는 소리로 말했다.
“박 서방이 쓸었어요.”
“그래? 근데 왜 니가 쓸었다 그랬느냐? 그런데 박 서방은 어디로 갔지?”
그랬다. 박 서방은 이미 다른 일을 찾아 어디론가 나간 뒤였다.
“종이란 이런 거지요. 마치 기계의 부속품 같은 존재, 그런 여러 모양의 부속품들이 모여서 일을 하잖아요. 우주도 그래요. 그러니 내 것이라 이야기할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종인 게지요. 언어의 침묵이고 의지의 침묵이 종의 태도지요. 내 길을 가려면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르라는 말씀이 있잖아요. 그게 종의 위치이며 자리입니다. 이렇듯 내 신앙생활에서 그분이 소외되지 않고, 나는 그분의 종이 되는 상태, 믿음이란 바로 이 상태를 말합니다.”
믿음이란 화두는 두어 시간에 걸쳐 그렇게 마무리된다.
그때 누군가 단소 한 자락을 청했다. 그런 청을 기다렸다는 듯 그는 단소를 집어 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에서만 혼자 불었어요. 밖에서 누군가 불어 달라고 해도 안 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단소가 내게 말을 해요. 왜 혼자 있을 때는 불면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불지 않니? 그래서 대답했지요. 못 부니까. 그랬더니 니가 왜 단소를 잘 불어야 하는데? 그렇게 물어요. 할 말이 없잖아요. 또 물어요. 그러면 잘 분다는 건 뭔데? 가만히 생각해 봤어요. 잘 분다는 것도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잖아요. 가령 내가 단소를 불면 누군가 참 잘 분다고 하는데 사실 그 말은 그 사람이 단소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사람이지요. 이 쥐뿔이라는 말도 재밌어요. 사실 쥐에는 뿔이 없잖아요. 그리고 국악 하는 사람의 귀로는 이건 소리도 아니지요. 그러니 결국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바로 그 생각의 노예로 살고 있다는 거예요. 그렇잖아요. 언제 내가 먼저 분다고 했나? 자기들이 불어 보라고 했지. 그러니 잘 불 필요도 없지요.”
그러면서 그 자유로운 소리를, 단소를 통해 불어낸다. 내게 영화가 된 독서캠프는 이처럼 시간과 주제와 장르까지 자유롭게 넘나드는 컬트무비가 된다. 그래도 좋다. 이 영화에 빠져버린 ‘나홀로 관객’이 되더라도 .
#영성으로 색칠한 이야기
이야기 회복을 통한 맑은 영성. 남해의 독서캠프는 그런 주제를 달았다. 주제는 이현주 목사나 한희철 목사를 한데 아우르는 데 안성맞춤이다. 이야기가 무엇일까, 거기 어떤 색깔도 개성도 없는, 그저 보통명사로 흔하게 나뒹구는 그것. 아니다. 곁에 흔하게 있다 생각했는데, 흙이나 물이나 별이나 산처럼 이야기는 어느새 우리 곁에 있지 않았다. 멀리 떠나온 고향처럼 이야기를 잃은 세상을 사는 우리들이었다.
“이야기엔 슬픔을 이기는 힘이 있습니다.
해결 못할 어려움을 풀어내는 지혜가 있습니다. 누군가 자기 이야기를 하면 어느새 꽉 막힌 길도 활짝 열리는 경험을 맛봅니다. 이야기의 힘입니다. 우리 시대의 이야기는 온통 광고와 독백뿐입니다. 광고란 속셈이 담긴 이야기이며, 독백이란 듣는 이가 없는 공허한 이야기이지요. 박완서 선생님은 ‘참 만남과 헌 만남’이라 하셨지요.
이야기란 참 만남이 이뤄지는 것이지요. 서로의 진실과 비밀에까지 이르는 만남을 우리는 이야기라는 힘으로 열어 갈 수 있잖아요. 세렌티피티라는 말이 있지요. 하찮은 것들 속에 있는 보물을 보는 눈, 그런 재능을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게 뭘까요? 사랑이라고 깨달았습니다. 사랑이 있으면 같은 것을 보더라도 결코 같지 않습니다. 이야기란 곧 세렌티피티의 힘으로 만들어지지요. 예수님도 결코 특별한 분이 아니었습니다. 들에 핀 백합화와 공중에 나는 새들을 여느 사람들과 함께 보았던 분이지요. 그러나 그분은 사랑의 눈으로 보았습니다. 시설이라고 하지요? 곶감에 핀 그 흰 분 같은 것 말입니다. 잘 익은 곶감에는 시설이 아름답다지요.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가 잘 익은 시설 같으면 좋겠습니다. 두 점 사이의 최단 거리가 직선이라는 말을 누군가는 두 점 사이의 최단 거리는 사랑이라고 합디다. 우리가 살아가고 만나고 이런 모든 것들이 사랑이 되어서 너와 나를 가장 가까이 이어주는 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이야기의 맛에 푹 빠졌으면 합니다.”
그렇게 ‘요이 땅’을 한 다음엔 끊임없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목회가 되어버린 이야기들, 이 마을 저 마을 저마다 독특하게 제 생각을 담은 이야기들, 글이 되어 사람들에게 읽히는 이야기들, 아들딸에게 무엇보다 먼저 들려줘야 할 이야기들, 더 좋은 세상을 꾸려가는 이야기들….
남해의 파도가 어느새 섬을 타고 마을까지 올라왔다. 짠 바닷물이 발등을 적신다. 그렇게 파도에 실려 또 밤이 오고 별이 쏟아졌다. 남해라는 섬조차 수많은 이야기들이 쌓이고 쌓여 층층을 이루었거니 생각했다. 스르르 눈이 감겼다. 바람과 파도소리와 유자 치자 비자 나무의 나직한 흔들림까지 감기는 듯했다. 거기까지밖에 기억이 없다. 영화가 된 독서캠프는 또 무엇을 카메라 앞에 세웠는지, 거기 어떤 감동과 충격이 있었는지 기억이 없다.
그러나 그 상쾌한 장면 하나하나가 화면에서 사라진 지금까지 내겐 여전히 푸른 남해의 2박 3일이 출렁이고 있다.
·‘기쁨의 집’은 부산시 동구 초량3동 456에 자리잡고 있다.
연락처는 051) 464-1734이며 이메일은 joy1734@hanmail.net이다. 글/박명철·사진/김승범
++++++++++++++++++++++++++++++++++++++++++++++++++++++++++++++++++++++++
둘째날 오후, 우리는 점심식사를 마친후 남해의 기독교유적탐방에 나섰습니다.
평산리교회 당항교회를 찾아 그곳교회를 둘러보고 담임목사님을 통해 여수를 통해 복음이 남해에 상륙한 후 긴 세월동안 섬마을에 뿌리 내려온 복음의 역사를 들었습니다.
남해읍교회에서는 순교자 최상림 목사의 순교기념비를 보며 산증인이신 노 장로님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린 우도, 선창가에 벽련교회 란 예쁜교회를 지어 놓으시고 사시는 시인 목사님으로부터 서포 김만중의 소개를 받았습니다. 장희빈 시대에 정권의 미움을 받아 이곳 남해로 유배 와서 우도에 갖혀 지내던 조선의 선비를 우도앞 선창가에서 바라보고 발도 담그고 어떤이는 매어놓은 목선에 올라서 흔들거림을 느껴보기도 했습니다
.
그날밤 우리는 하나님의 만져주심을 경험했습니다. 7시 30분부터 우리시대의 자랑스런 아티스트인 최인혁 집사님이 진행하는 콘서트가 산장인 남해별곡의 야외 무대에서 열렸습니다.
힘겨운 세월을 살아 온 이들과 희망을 품고 미래를 준비하는 이들, 모두를 아우르는 콘서트를 통해 영원히 우리를 떠나지 않고 우리와 더불어 계시길 원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해 주었습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소중한 사람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그시간에는 남해지역 목회자들과 산장에 들렸던 객들도 함께 참석하였고 80명이 넘는 사람들이 함께 감동을 누렸습니다. 저녁 시간 2부에서는 박근진 이사우 간사가 진행하는 코이노니아 시간, 서늘하다못해 추위를 느끼며 통기타의 음률에 맞춰서 노래하고, 각자의 삶을 나누고 참석한 모든 이들이 모두, 이땅에 살아야 할 이유와 내가 선 곳이 하나님의 소명의 장소임을 확인하였습니다. 거창 중촌리의 작은골에서 사시는 유수상목사님께서 손수 재배한 무공해 감자를 구워서 녹차와 함께 먹으며 새벽 1시까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모두 착한 사람이 되기로 했습니다. 그곳 산장주인도 우리와 함께 밤 늦도록 지내며 함께 노래하며 즐거워 했습니다. 다음에 또 이곳으로 오라는 초청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 밤이 지나고 이어지는 묵상과 말씀들 성찬이 따로 없습니다. 오전시간에 또 들려 주시는 이현주의 단소소리- 단소가 스스로 소리를 낼수 없듯, 이현주의 입술을 통해 사용되어지는 단소는 스스로 보상을 받기를 기다리거나 우쭐거릴 필요가 없는 것, 하나님께 쓰임받고 있다면 그것으로 감사한 것.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이에겐 독이 되고 어떤 이에겐 약이 됩니다.
한희철 목사님은 다음 책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1.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포리스 카터 저/ 아름드리)
2. 닥터 노만 벳순(실천사)
3. 분교/들꽃피는 학교(학고재)
4. 손대접 (크리스틴 폴/복있는 사람)
5. 먼길 떠나던 날 (이현주/생활성서사)
6. 단순한 기쁨(피에르 신부/마음산책)
7. 릴케의 기도시집
8. 어떤 행렬-청동의뱀(백도기/기독교출판사)
9. 창가의 토토(구로야나기 데츠코/프로메데우스 출판)
10. 할아버지 연어를 따라오면 한국입니다 -함광복, 30년간의 DMZ 기행
(함광복 / EASTWARD
11.이행, 박은 시선
이 책들은 한 목사님께서 감동깊게 읽고 소개하셨던 책입니다만 기쁨지기도 적극 추천하는 책이 올시다.
그렇습니다. 성큰성큼 걷는 소걸음을 흉내낼것이 아니라 소가 되어야 할것입니다. 흉내쟁이 그만두고 프로가 될일입니다.
점심식사를 마친 후 바닷가 솔밭에서 백일장을 열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캠프기간을 정리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최명란님과 최용우님, 또 누구더라, 3분이 장원을 하였습니다. 최명란 님은 멋진 유행어를 만들었습니다. -가는 길이 참 멀다-
마지막 기도를 박선경 한희철 두분 목사님께서 하신후 아쉬운 시간을 뒤로하고 우리는 남해를 떠났습니다. 우리의 캠프를 지역신문인 남해일보에서 취재하여 가기도 했습니다.
상세한 시간들을 다 옮기지는 못했습니다만 기쁨의집 독서캠프가 구도의 길을 걷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일깨우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음을 보며 이로서 기쁨지기는 참 행복합니다. 단지 판을 열어놓는 역할만 할뿐, 주인공은 바로 기쁨의집을 사랑하고 아껴 주시는 여러 벗들입니다.
기도와 격려로 도와 주신 모든 분들게 진심으로 사랑의 마음을 전합니다.
기쁨의집 서가에서 김현호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