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마당 주변엔
아직도 피어 있는 꽃들이 있습니다.
여름이 시작되면서 피기 시작한 금송화는
한참을 더 피어도 될 만큼 왕성합니다.
하얀 서리가 내려 조금 주춤 하더니
이내 다시 한낮의 따스한 햇볕을 따라
고운 빛깔을 자랑합니다.
다 피고 지어 대만 남았던 루드베키아도
잘라낸 밑둥에서 새 꽃이 피려고 하는군요.
울타리엔 때아닌 철쭉이 피어 있어
신기하기만 합니다.
은행나무에 무성했던 은행잎도
노란물을 땅으로 거의 쏟아 냈고
집 앞 벚꽃나무의 빨간 이파리들은
숭숭 벌레 먹은 낭만스러운 잎들을
여기 저기 다 날려 버렸습니다.
요즘, 나를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은
국화 입니다.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
시인의 기다림처럼
그렇게 여름을 지나 가을의 절정에서
그 꽃이 하나 둘 피어 나고 있습니다.
이제 한 해를 다 살았노라고
물러갈 무렵
이제, 형형색색의 찬란했던 시절을
다 보내고 저물어 갈때
시린 서릿발에 더 힘이 나는 듯
그렇게 국화가 피어 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참으로 신기합니다.
그 모습이 참으로 대견합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고마워서
한참을 들여다 보며 마냥 기뻐합니다.
더딘 것 같았고
이젠 다 되었다 했더니만
후에 남아서 저렇게 기쁨을 주는
꽃이 있다니
이젠 그만의 축제의 날입니다.
모두 돌아가고
국화만의 축제를 벌일 것입니다.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제가 존경하는 분은
국화 옆에서 란 시를 아주
좋아하셨습니다.
긴 긴 기다림 속에서
긴~ 고통과 고뇌속에서
진주의 아픔처럼 그렇게
세월을 기다린 그 꽃이
우리네 삶 같다 하셨습니다.
이 계절에
이 꽃을 사랑할 것 같습니다.
이 꽃이 기다려온 세월을
사랑할 것 같습니다.
나도 주님 앞에서
그러한 세월을 기다려
마침내
축제의 날을 열고 싶습니다.
말을 건넨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