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 풀과 함께 여기 저기로 뻗어 있는 고구마 줄기가 풍성하다.
올해는 작년보다 좀 적게 심어 밭 가운데 널찍히 자리잡아 한 줄을 심었다. 그 생명력과 길게 뻗는 번식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른 영역을 침범하는 줄기들은 가차없이 잘려져서 피피(토끼이름)의 먹이가 된다.
김치도 다 떨어지고 어차피 담아야 하겠지만 탐스러이 뻗어 있는 고구마 줄기를 보니 어떤 사모님이 말씀해 주신 고구마줄기 김치가 생각났다.
'나도 한 번 담아봐?'
장갑을 끼고 줄기를 땄다. 떼어낸 잎사귀는 토끼밥으로 주고 줄기는 소금물에 담갔다가 껍질을 벗기면 잘 벗겨진다는 말에 한아름의 줄기를 소금 녹인 물에 담갔다.
얼마후에 하나를 들어 껍질을 벗겨보니 정말 잘 벗겨진다.
일단은 아이들 씻겨 놓고 잠자리를 봐준 다음 텔레비젼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손놀림이 원래 빠르지도 못하지만, 에이구~ 이놈의 고구마줄기 껍데기 벗기는일 정말 쉽지 않다. 한참을 벗겨도 양은 줄어들지 않고 손목과 어깨가 아프다. 친구가 있으면 말동무하며 여유롭게 다듬으면 딱 좋겠다는 맘이 간절하다.
혼자 하니 재미도 없고... 고구마줄기 김치 담아 먹기 힘드네..그래도 올해는 기어코 한 번 담아 보겠다고 맘을 잡았으니 끝까지 해볼 일이다.
저녁 7시에 앉아 시작한 일이 10시가 되어도 반밖에 못벗겨냈다.
'에이 그만 할까....아냐, 그래도 시작했으니 꼭 끝을 봐야지!'
혼자 이생각 저생각으로 껍데기를 벗겨내다가 결국은 남은건 내일로 미루어 버렸다.
맛있게 담을 자신은 없지만 이런 고구마줄기로는 배추김치 담듯 그렇게 익숙치 않아 쉽게 엄두를 낼 일은 아닌것 같다.
아이들이 학교와 유치원에 가고 청소를 한 뒤 다시 어제 못끝낸 일을 손에 잡는다.
정말 맛있는 김치가 탄생되어야 할 텐데...
맛있게 먹어 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