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0년대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유아의 감정통제 능력과 사회적 성취도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유명한 실험을 했다. 마시멜로라는 과자가 한개씩 놓여 있는 테이블에 네살짜리 아이들을 한명씩 앉혀놓고 실험자가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이 잠깐 나갔다 올텐데, 그때까지 과자를 안 먹고 기다리면 과자 2개를 줄게요. 하지만 기다리지 못하겠으면, 그냥 앞에 있는 과자 1개만 먹으면 돼요.” 어떤 아이들은 길게만 느껴졌을 15분을 참아냈다. 유혹을 견뎌내기 위해 손으로 눈을 가리거나, 자신의 손발을 이용한 놀이를 하기도 했으며, 심지어 잠을 청한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아이는 실험자가 방을 떠난 지 몇초가 되기도 전에 과자를 집어버렸다.
14년 뒤 이 ‘유혹’을 참아낸 아이와 못 참은 아이를 추적 관찰한 결과, 전자는 성취감이 강하고 자신감이 있으며 좌절상황을 잘 견뎌내고 공부도 잘한 반면, 후자는 일에서 자신감과 동기가 부족하고 학업성취도도 낮았다. ‘마시멜로 실험’이라고도 불리는 이 실험은 감성이 풍부한 아이가 결국 인생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능력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감성능력에 관한 대표적인 심리학 개념이 바로 정서지능, 이큐다. 1990년 미국 심리학자인 피터 샐러비, 존 메이어가 처음으로 사용했는데, 1995년 미국의 대니얼 골먼이 쓴 〈정서지능〉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게 됐다. 골먼은 정서지능의 요소를 △자기감정의 인식 △자기감정의 조절 △자기동기화 △감정이입 △대인관계 등 5개 능력으로 나눴다. 곧, 자신의 감정을 알고 표현하며 타인의 정서를 정확히 지각하고 이해하며, 더 높은 수준의 정서로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이다.
선천적인 요인이 어느 정도 작용하는 아이큐에 비해, 정서지능은 후천적 학습에 의한 계발 가능성이 훨씬 크다. 특히 그 기본요소들은 유년기에 거의 완성된다고 한다. 정홍섭 신라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서지능은 어릴 때부터 길러져야 하지만, 학습지나 특정 장난감을 통해 되지 않는다”며 “가정에서 부모의 꾸준한 관심과 대화, 정서적 교감이 자녀 정서지능을 키우는 결정적 요소”라고 말했다. 정 교수의 도움말로, 아이들의 정서지능을 키우는 양육법을 알아본다.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고 공감해 주라=아이의 감정과 기분을 무시하는 부모의 언사를 듣고 자란 아이는 자신의 감정도 기분도 모른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를 두려워하고, 남의 기분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100점 받아 온 아이에게 “그래 잘했다. 맛있는 것 사줄게”라고 하면 아이는 자기중심적이 되기 쉽다. “그래 오늘 너 정말 기분 좋았겠다. 네가 기분 좋아하는 걸 보니 엄마도 무척 기뻐” 식으로 아이의 기분을 공감해준다. 잘못했을 경우도 “시험점수가 좋지 않아 기분이 무척 좋지 않겠구나. 네가 기분이 좋지 않으니 엄마도 가슴이 아프단다”라는 식의 대화가 감성적 천재를 기른다.
충동적 욕구를 참아낼 수 있게 해주라=손만 닿으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환경에서 아이들은 참을성을 기를 수 없다. 아끼고 저축하여 큰 것을 얻는 기쁨,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보는 기쁨을 알게 하여 충동 조절력을 키워준다. 아이들이 싫어하고 귀찮아하는 일을 무조건 시키지 않는 부모 아래서 자라면 아이는 자신의 부정적 정서를 조절할 능력을 잃는다. 어려운 것, 귀찮은 것도 하면 보람과 즐거움이 온다는 것을 경험시켜야 한다.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라=분노는 가장 조절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그러나 조절에 실패하면 가장 문제가 되는 감정이다. 화가 나면 열까지 헤아리고 그래도 화나면 또 열까지 헤아리는 지혜를 알려준다. 아이가 화가 났을 때 화가 났음을 스스로 인정하게 하고 왜 화가 났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또 화를 나게 한 상대편의 처지를 먼저 생각해보게 한다. 순간적 분노로 저지른 행동 때문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준다.
성취의 즐거움을 알게 하라=자신감은 스스로 어려운 일을 이루어내 보는 즐거움에서 얻어진다. 적절히 어려운 과제, 조금만 노력하면 해 낼 수 있는 일을 부여하고 그것을 해 냈을 때 즐거워하는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 준다. 심부름도 시키고 웬만한 일은 스스로 해보게 한다.
남을 이해하고, 입장 바꿔 생각해 보는 습관을 얻게 하라=동화나 텔레비전을 함께 보면서 주인공의 처지가 무엇인지, 상대의 무엇일지 이야기해 본다. 남과 다툴 때 왜 속이 상했는지 상대는 왜 자기를 기분 나쁘게 했는지, 자신의 행동이 상대의 기분을 어떻게 만들지 생각해보게 한다. “남의 애를 놀리면 못써!”라는 언사보다 “그렇게 하면 저 애는 얼마나 슬프겠니”라는 말이 아이의 감수성을 기른다.
말이나 행동을 통해 기분을 솔직히 표현하도록 격려하라=감정이나 기분 표현을 억압당한 아이는 자신의 기분에 대한 인식력과 조절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대인관계에서도 실패한다. 적절히 표현되지 못한 감정은 어느새 쌓여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다. 감정적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도록 유도해줘야 한다.
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 2003년 12월 28일
김종태 기자 jtkim@hani.co.kr
14년 뒤 이 ‘유혹’을 참아낸 아이와 못 참은 아이를 추적 관찰한 결과, 전자는 성취감이 강하고 자신감이 있으며 좌절상황을 잘 견뎌내고 공부도 잘한 반면, 후자는 일에서 자신감과 동기가 부족하고 학업성취도도 낮았다. ‘마시멜로 실험’이라고도 불리는 이 실험은 감성이 풍부한 아이가 결국 인생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능력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감성능력에 관한 대표적인 심리학 개념이 바로 정서지능, 이큐다. 1990년 미국 심리학자인 피터 샐러비, 존 메이어가 처음으로 사용했는데, 1995년 미국의 대니얼 골먼이 쓴 〈정서지능〉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끌게 됐다. 골먼은 정서지능의 요소를 △자기감정의 인식 △자기감정의 조절 △자기동기화 △감정이입 △대인관계 등 5개 능력으로 나눴다. 곧, 자신의 감정을 알고 표현하며 타인의 정서를 정확히 지각하고 이해하며, 더 높은 수준의 정서로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이다.
선천적인 요인이 어느 정도 작용하는 아이큐에 비해, 정서지능은 후천적 학습에 의한 계발 가능성이 훨씬 크다. 특히 그 기본요소들은 유년기에 거의 완성된다고 한다. 정홍섭 신라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서지능은 어릴 때부터 길러져야 하지만, 학습지나 특정 장난감을 통해 되지 않는다”며 “가정에서 부모의 꾸준한 관심과 대화, 정서적 교감이 자녀 정서지능을 키우는 결정적 요소”라고 말했다. 정 교수의 도움말로, 아이들의 정서지능을 키우는 양육법을 알아본다.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고 공감해 주라=아이의 감정과 기분을 무시하는 부모의 언사를 듣고 자란 아이는 자신의 감정도 기분도 모른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를 두려워하고, 남의 기분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100점 받아 온 아이에게 “그래 잘했다. 맛있는 것 사줄게”라고 하면 아이는 자기중심적이 되기 쉽다. “그래 오늘 너 정말 기분 좋았겠다. 네가 기분 좋아하는 걸 보니 엄마도 무척 기뻐” 식으로 아이의 기분을 공감해준다. 잘못했을 경우도 “시험점수가 좋지 않아 기분이 무척 좋지 않겠구나. 네가 기분이 좋지 않으니 엄마도 가슴이 아프단다”라는 식의 대화가 감성적 천재를 기른다.
충동적 욕구를 참아낼 수 있게 해주라=손만 닿으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는 환경에서 아이들은 참을성을 기를 수 없다. 아끼고 저축하여 큰 것을 얻는 기쁨,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 보는 기쁨을 알게 하여 충동 조절력을 키워준다. 아이들이 싫어하고 귀찮아하는 일을 무조건 시키지 않는 부모 아래서 자라면 아이는 자신의 부정적 정서를 조절할 능력을 잃는다. 어려운 것, 귀찮은 것도 하면 보람과 즐거움이 온다는 것을 경험시켜야 한다.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라=분노는 가장 조절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그러나 조절에 실패하면 가장 문제가 되는 감정이다. 화가 나면 열까지 헤아리고 그래도 화나면 또 열까지 헤아리는 지혜를 알려준다. 아이가 화가 났을 때 화가 났음을 스스로 인정하게 하고 왜 화가 났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또 화를 나게 한 상대편의 처지를 먼저 생각해보게 한다. 순간적 분노로 저지른 행동 때문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준다.
성취의 즐거움을 알게 하라=자신감은 스스로 어려운 일을 이루어내 보는 즐거움에서 얻어진다. 적절히 어려운 과제, 조금만 노력하면 해 낼 수 있는 일을 부여하고 그것을 해 냈을 때 즐거워하는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 준다. 심부름도 시키고 웬만한 일은 스스로 해보게 한다.
남을 이해하고, 입장 바꿔 생각해 보는 습관을 얻게 하라=동화나 텔레비전을 함께 보면서 주인공의 처지가 무엇인지, 상대의 무엇일지 이야기해 본다. 남과 다툴 때 왜 속이 상했는지 상대는 왜 자기를 기분 나쁘게 했는지, 자신의 행동이 상대의 기분을 어떻게 만들지 생각해보게 한다. “남의 애를 놀리면 못써!”라는 언사보다 “그렇게 하면 저 애는 얼마나 슬프겠니”라는 말이 아이의 감수성을 기른다.
말이나 행동을 통해 기분을 솔직히 표현하도록 격려하라=감정이나 기분 표현을 억압당한 아이는 자신의 기분에 대한 인식력과 조절력이 떨어진다. 그리고 대인관계에서도 실패한다. 적절히 표현되지 못한 감정은 어느새 쌓여 폭발적인 힘을 발휘한다. 감정적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도록 유도해줘야 한다.
한겨레신문 http://www.hani.co.kr/ 2003년 12월 28일
김종태 기자 jt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