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이른봄에 피는 수선화 같은 분이시다
시댁인 장성에 다녀왔다.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씩은 내려간다.
온종일 시간을 다 잡아야 하지만 한 달에 한 번씩 어머님을 뵙는
일은 계속하려고 한다.
어머님은 장애를 가지고 계시다. 어릴때 소아마비로 인해
오른쪽 팔 다리를 사용을 못하신다. 연세가 드시니까 더
힘드셔서 차를 타고 바깥 나들이는 잘 못하신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가까운 곳에라도 모시고 나가서 어머님 드시고
싶어 하는 음식으로 꼭 점심식사를 함께 한다. 비싸고 좋은 것은
아니지만 어머님은 자식들과 이렇게 함께 만나는 것을
참 기뻐하신다. 그리고 고맙다는 말씀도 꼭 잊지 않고 하신다.
나라가 어렵다고 분위기가 하도 어수선하니 연말이면
지급되었던 난방유도 작년 말에는 전혀 없었다고 한다.
아끼고 절약하는 삶 자체이신지라 기름 아낀다고
집안이 너무나 썰렁하다. 기름통에 가득 채워 드리고 따뜻하게
계시라고 하고 싶은데 ..마음뿐이라 안타까움만...
한참 서로 이런 저런 이야기중에 어머님이 노트를 꺼내신다.
이게 뭐냐고 했더니 기도하다가 주님이 음성 들려주신것을
적어 놓은 것이란다. 열어보니 소리나는대로 쓰신 그 내용속에
어머님을 향한 하나님 아버지의 크신 사랑이 담겨있다.
어머님이 적어 놓으신 기도문도 있었는데 평소 내가 기도하던
것과는 사뭇 다르게 겸손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는 마음이
기도문속에 들어 있어서 내 자신이 오히려 속으로 부끄럽고
한편으론 은혜로웠다.
성경말씀을 잘 보지 못하고 있으니까 신앙이 떨어져서 요즘엔
하나님 음성도 잘 들을수가 없다고 어머님이 그러신다.
성경책은 어디 있냐고 했더니, 예수님 믿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는 두 분 이모님(어머니 동생)에게 성경책을 모두 줘버리셨다고 하신다.
모두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라 눈이 어두워서 글자가 보이지
않는데 어머님이 가지고 계신 성경은 예전에 두 아들들이
한권씩 사 드린, 지금은 나오지 않는 근시 성경책이었다.
신문 반쪽만한 아주 커다란 성경책이었는데 대부분은 이런
성경책이 있는줄도 모르는데 어찌어찌해서 두 아들들이 구해서
어머님께 선물해 드린 것이었다.
이참에 그럼 어머니의 성경책 만들어 드려야겠다고 남편이
그런다. A4지로 글자 폰트 키워서 만들려면 그거 양이 만만치
않을텐데 했더니 집에 와서 어림잡아 작업을 해보더니
5천페이지나 된다고 하네...@@ 세상에나!!
5백페이지 10권으로 제본소에서 아예 제본을 하겠다고...
하긴, 왼손으로 신약을 두번이나 직접 필사하신 어머니나 -
어머니는 성경 쓰시면서 글자를 깨치셨다-5천페이지 성경을
만들겠다고 하는 아들이나 존경의 소리가 절로 나네...
하나님의 사랑속에서 사시면서, 그리고 자녀들이
하나님의 복을 많이 받고 사는 것을 어머님이 오래도록
즐겁게 보실수 있기를 손모아 기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