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은 집이 있습니다. 사람이나 동물은 물론이고 돈의 집은 지갑이며 칼도 칼집이 있고,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나는 새도 집이 있고, 산에 사는 산짐승들도 땅속이나 바위틈에 집을 짓고 삽니다. 심지어 하늘에 계신 하나님도 집이 있습니다. (요한복음14:2)
설움 중에 가장 큰 설움이 집 없는 설움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인간의 기본 욕구 중에도 의식주 문제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러므로 의식주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사람이 가장 사특하고 못된 사람입니다. 사람은 집에서 나와 일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집은 생활의 기본이 되는 아주 중요한 공간이지 돈을 버는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절대로 안됩니다.
저는 집이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집에 살고 있습니다. 돈(money)독이 가득 오른 눈으로 보면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집에서 살고 있고, 그러나 조금만 비켜서서 보면 기가막힌 하나님의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집은 지은지 20년이 넘었는데, 옛날 학교가 폐교되기 이전 교장선생님 가정이 살았던 관사입니다. 지금은 동네에서 가장 작고 초라한 집이 되어 버렸지만 20년전만 해도 블럭으로 네모 반듯하게 지은 대저택(?)이었겠지요? 왜 우리집이 기가막힌 하나님의 집인가? 이번 들꽃편지엔 그것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우주'를 한문으로 쓰면 집우(宇) 집주(宙)입니다. 우주는 집인데, 그럼 누구의 집이냐? 하나님의 집입니다. 온 세상이 다 하나님의 집입니다. 하나님의 정원에는 산도 있고 강도 있고 바다도 있고, 하늘을 차일 처럼 펼치시고, 물위에 궁궐을 높이 지으시고, 구름을 띄워 그늘 삼으시고, 바람을 타고 다니시고, 번갯불에게 심부름을 시키시며, 계곡마다 맑은 샘물이 흐르게 하시고, 들짐승과 새들이 그 물을 마시게 하고, 하나님의 집에는 온통 하나님이 꾸미신 것들로 가득합니다. 참으로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기막힌 조화와 아름다움입니다. (시편 104장을 읽어보세요)
내집, 네집을 구분 짓는 것은 담입니다.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도록 높은 담을 쳐놓고, 그 안에서 있으면, 담 밖의 하나님의 아름다운 정원을 볼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80%도시에 살며 도시의 집은 견고한 콘크리이트로 잘 막아진 요새입니다. 숨 쉴 틈도 없이 폐쇄된 공간에서 이웃과 자연과 등돌리고, 하나님의 정원과도 격리된 채 너 잘났다 나 잘났네 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래서 인격도 메마르고 신앙도 감정 없는 기계처럼 변질되어 갑니다.
감옥 안에서 살아남는 벌레는 생존력이 강한 바퀴벌레밖에 없다고 하지요. 숨구멍이 없는 아파트는 바퀴벌레밖에 살 수 없는 감옥이나 다름없습니다. 감옥에 사는 사람에게는 개인만 있을뿐 '공동체'의 모습은 없는 것도 당연합니다. 사는 집의 평수가 아니라 집의 형태에 따라 사람의 인격이나 의식, 신앙의 형태가 형성됩니다. (저도 이런 창문까지 이중창으로 꼭꼭 닫혀 있는 아파트에서 대부분의 세월을 살았습니다.)
자, 그래서 담도 없고 울타리도 없고 구멍도 숭숭 뚫려있는 허름한 우리집은 좋은 집입니다.
우리집은 열려있습니다. 정말 대문도 없고 담도 없습니다. 집에 들어오는 현관에 열쇠를 채우는 고리가 있기는 하지만 명절때나 며칠씩 집을 비울 때 외에는 열쇠를 채우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누구든지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고 들어오는 것을 막지도 않습니다. 사람뿐 아니라 온갖 벌레들도 다 들어옵니다. 들어와서 아예 자기들의 집을 짓고 함께 삽니다.
습한 지역이다 보니 벌레들이 더 우글거리는 것 같습니다. 스레트 밑에는 주먹만한 말벌집들이 여기저기 붙어서 살고, 맵새집도 있고, 천장 구석에는 흙벌들이 동그란 집을 지어놓고 들락거립니다. 마당에는 개미, 개구리, 지네, 잠자리, 나비, 거미, 꿀벌들이 제각각 터를 잡고 삽니다. 구석구석 신기하게도 이름도 모르는 수많은 벌레들이 초대하지도 않았는데 염치 좋게도 와서 월세도 안내고 잘 살아갑니다. 하긴 우리도 마찬가지지만요. 아마도 다른 벌레들에 비해 인간인 우리가 가장 넓은 공간을 빌려 살아가는 것일 겁니다. 그러니 이집은 '인간 최좋은 최밝은의 집'이 아니라 (벌레집들도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일종의 인간과 벌레들의 연립주택인 셈입니다.
창밖으로 펼쳐진 하늘에는 새들이 날아가고, 옆 골짜기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아침에는 닭이 울고, 밤하늘의 달빛, 불어오는 솔바람, 대청호에서 새벽 물안개가 올라오는 모습, 풍성한 자연이 주는 먹거리, 포도나무, 과일… 돈으로는 계산할 수 없는 우리집 하나님의 정원에는 언제나 싱싱한 생명의 기운이 흐릅니다. - 그러나 아, 이 글만 읽고, 제가 사는 이 집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환상을 품지는 마십시오. 아직 같이 사는 '지네' 이야기나 '생쥐'이야기는 하지도 않았으니까요.
중국 사기에 있는 이야기 한토막이 생각납니다.
한 부자가 길을 가는데 은수자가 사는 오두막이 눈에 띄었답니다. 은수자는 부자를 자기 오두막으로 들어오게 했는데, 부자는 은수자가 얼마나 가난하게 사는지를 보았습니다.
부자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차이가 나는군요. 나는 모든 걸 가졌는데 당신은 아무 것도 가진 게 없으니."
"그래요. 정말 차이가 크지요. 당신은 사실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으면서 모든 걸 가졌다고 믿고 있고, 나는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실제로는 모든 걸 가지고 있지요."
억! 억! 하는 집의 '화장실 한 칸' 값도 안 나가는 깊은 산골짜기 허름한 집에 우글거리는 벌레들과 함께 살면서도 여기가 이 세상에서 젤 좋은 하나님의 집이라고 믿고있는
최용우 올립니다.






정말 그림같은 마당입니다.
제 게시판도 수리하셨던데요.
클릭하려고 마우스를 가져가면 글씨가 커다랗게 변하네요
땡큐 망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