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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예화 70. 선비 정신의 핵 - 청빈한 삶

이정수 목사............... 조회 수 1731 추천 수 0 2009.09.18 2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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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무론하고 인간은 3 가지 발전 동기에서 살아갑니다.
하나, 학식과 인품을 고상케 하려는 인격적 발전
하나, 사회에서 신분과 계급을 높이려는 사회적 발전
하나, 재물을 많이 획득하려는 경제적 발전

시대와 세상에 따라 이 세가지 발전 동기 가운데 어느 한가지에 집착하여 다른 두가지 발전 동기를 희생 시키는 것이 흔히 있는 일입니다. 이를테면 사회적 신분과 계급 발전을 위하여 돈과 인격을 무시 한다든지 경제적 발전을 위하여 인격과 사회적 발전을 무시 한다든지 하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선비들은 인격적인 발전을 위하여 사회적, 경제적 발전 동기를 포기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속이고 탐하고 헐뜯고 비방 흑색 선전 하는 그 근본 동기는 사회적 발전과 경제적 발전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비롯하는 것임은 어느 시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인간 악을 제거하지 않고는 인격적 발전을 도모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선비들은 선비의 사상과 삶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청빈한 삶을 최고로 꼽았습니다.

우리 선비 사회는 제 아무리 높은 벼슬을 한 사람보다 수만금을 쌓은 부자보다 청빈한 선비를 더 알아주었습니다. 청빈은 고행이며 본능의 억제입니다. 자연으로서의 인간에게 청빈은 부자연한 것입니다. 청빈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청빈은 한 인간의 전체 인생 그리고 인생 저 넘어에까지 이르는 고귀한 가치와 내적 수련을 추구하는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입니다.

참판을 지낸 김정국은 바로 이 청빈의 삶을 살으신 선비입니다. 그는 재물 모으기에 혈안이 되어 뭇 사람의 비난을 받고 있는 한 친구에게 편지 하기를

< 내가 20년을 빈곤하게 사는 동안 두어칸 집에 두어 이랑 전답을 갈고 겨울 솜옷과 여름 베옷이 각 두어벌 있었으나 눕고서도 남은 땅이 있고 신변에는 여벌 옷이 있고 주발 밑바닥에 남은 밥이 있었소....듣건대 그대의 의식과 제택이 나보다 백배라 하는데 어찌하여 그칠줄 모르고 쓸데없는 물건들을 모으는 것이오. 필히 있어야 할 것은 오직 서적 한 시렁, 거문고 한 벌, 벗 한 사람, 신 한 켤레, 잠을 청할 베개 하나, 환기할 창 하나, 햇볕 쬐일 마루 하나, 차 다릴 화로 하나, 늙은 몸 부축할 지팡이 하나, 청산을 찾아갈 나귀 한 마리면 족할 것이오. 이 열가지는 비록 번거롭지만 늙으막을 보내는데는 하나 하나도 빠질 수 없는 것이오. 그러나 이 외에 더 무얼 쌓으려 한단 말이오 > ( 이규태, 선비의 의식구조,220쪽 )

청빈과 가난의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청빈은 가난이 아닙니다. 가난이 곧 청빈도 아닙니다. 청빈은 치열한 구도자의 삶의 형식이며 고귀한 단순성을 향한 투철한  의지입니다. 청빈은 삶의 양이 아니라 삶의 질과 관련된 그 어떤 것입니다. 가난은 누추하나 청빈은 정갈하고, 가난은 비굴하나 청빈은 그 기상이 청청하며, 가난은 창백하나 청빈은 화기가 넉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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