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숙 그냥생각

지금 이순간

이인숙 2010.02.13 11:12 조회 수 : 2191

눈이 온 것처럼 서리가 내려 앉아 바깥세상이 온통 하얗다.
시계를 보니 7시가 막 넘어가고 있다.
"아이구~ 야 야, 빨랑 일어나 학교 늦어."
아이들을 태우러 오는 차가 시간이 지체되면 마냥 기다릴수 없어 그냥 출발을 해버린다.
오늘같이 좀 늦잠을 잔 날은 그래서 꿈지럭거릴 여유가 없다.
맘 같으면, 그냥 실컷 자게 내버려 두고 싶은데...
이제 초등 2학년인 큰 딸과  유치원생인 작은 딸,
40분 소요되는 거리에 있는 학교와 유치원을 오고가야 하니 때로는 안스럽고 측은함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그래도 작년보다는 좀 나은것 같다. 작년 1학년땐 큰아이 혼자 버스를
타고 다녔으니...
"엄마! 오늘만 안가고 싶어!"
"안가려면 매일 매일 안가야지 왜 오늘만 안가, 이제 쫌 있으면 방학 하니까
며칠만 참자. 잠 깨면 괜찮아, 일어나 얼른 씻어."
겨우 겨우 일어나 고양이 세수를 하고 옷을 입는다.
"에구~ 늦어서 밥도 못먹겠다. 자 이거 마셔."
주스를 한잔씩 두 아이들에게 마시게 하고는 등떠밀어 내보낸다.
그래도 나갈때는 씩씩하게 인사를 한다.
"엄마! 다녀 오겠습니다~!"
"그래, 차 조심하고..."

너희가 언젠가 이 날들을 추억할 때가 되면 
즐거운 이야기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꼬불 꼬불 어지러운 길을 날마다 오고갈적에
연두빛으로 물들던 산들,
산벚꽃과 조팦꽃, 개나리가 장식해 놓았던 봄길,
녹음이 우거져 시끄럽게 노래하던 매미들의 합창소리,
돌아오는 너희에게 울려 퍼졌던 여름길,
아침엔, 밤새 소리없이 떨어져 내려 황금 융단길을 만들어 밟고 가게 해 준
집 앞에 있던 노란 은행나무.
형형색색의 예쁜 단풍잎을 선물로 주던 가을길,
엄청난 폭설로 차가 오도가도 못하여 노심초사하며 마음을 애태우던 겨울길,
그러나 온 산과 들에 덮인 눈은 두말이 필요없는 경이로움이었다.
이 모든 것들이 너희의 인생에 아름다운 풍경화가 되어
마음과 생각을 여유롭고 기름지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감사한 하루!
2003. 12. 16.

가끔 그때 이야기가 나오면 봄, 여름, 가을
늘 꽃 속에서 살았던것 같다고 아이들이 입을 모은다.
적어도 아이들의 유년시절이 그리 삭막하지만은 않았던것 같다.
2010. 02.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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