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숙 그냥생각

펀글 이렇게 더디 오시나요

운영자 2004.03.15 12:26 조회 수 :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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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당신은 왜 이렇게 더디 오시나요.

기다리다 지쳐 이제는 내 마음 다 풀어헤쳐 놓고 원망하고 있는데

당신은 아직도 남쪽의 어느 강을 건너고 산을 넘고 있나요.

봄, 당신은 왜 이렇게 더디 오시나요

남쪽 바닷가 갯바위의 굴 하나까지 맛 들이고,

어느 산골의 들꽃 하나까지 제 이름으로 피우고,

어느 음지의 계곡 물에서 잠자던 물고기 한 마리까지 깨우고,

이꽃 저꽃 날아다니는 예쁜 나비 데리고 오느라 이렇게 더디 오시나요.

봄, 당신은 왜 이렇게 더디 오시나요.

일 나간 어머니 기다리다 잠든 아이 보살피고,

종일 방 안에만 계시던 할머니 마루로 불러내고

밀린 빨래 집 안에서 끄집어내 깨끗이 빨아 주고

꼭꼭 닫힌 창문들 일일이 열어 주고 오느라 이렇게 더디 오시나요.

봄, 당신은 왜 이렇게 더디 오시나요.

미움으로 등진 마음 사랑으로 돌려놓고,

낙담으로 넘어진 마음 희망으로 세워 놓고,

슬픔으로 어두운 얼굴 웃음으로 밝혀 놓고,

삶의 무거운 짐 조금씩이나마 덜어 내주고 오느라 이렇게 더디 오시나요.

봄, 당신은 왜 이렇게 더디 오시나요.

흙이 너무 무거워 싹트지 못하면 어쩌나,

꽃샘추위에 얼어 버리면 어쩌나,

혼자 떨어져 외로워하면 어쩌나...

오시다 뒤돌아보고 다시 돌아가 안아주고 오느라 이렇게 더디 오시나요.

봄, 당신은 왜 이렇게 더디 오시나요.

하지만 이제는 당신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더 늦어도 좋으니 천천히 오십시오.

오늘은 마중을 나가겠습니다.


*정용철/좋은생각-마음이 쉬는 의자

 

 

어서, 이땅에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어서 봄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작성자 해바라기

꿈과영혼 2004/03/15 11:04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오듯이 봄은 반드시 옵니다,아니 이미 우리들의 마음속에 찾아와 있습니다.  {type:3}
해바라기 2004/03/16 07:53
아이들이 자라면서 보니 한번씩 다리가 아프다고 하더군요. 이른바 '성장통' 이라고 의사선생님이 그러시대요. 이 나라는 성장통을 겪고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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