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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 동화] 뚱보 도깨비와 슈퍼 쥐

창작동화 최효섭............... 조회 수 1513 추천 수 0 2011.09.13 22:2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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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은 도깨비 골짜기에서 엄마와 둘이 삽니다. 여기서 십 년이나 살고 있는데 아직 도깨비를 본 적이 없습니다. 사냥꾼 아저씨가 도깨비를 보았다는데 얼굴은 보라색이고 눈은 파랗게 샛별처럼 빛나고 두 뿔이 다섯 가지 색으로 아롱진 색동 뿔이라고 합니다. 진짜 꼭 한 번 보고 싶은 예쁜 도깨비인 것 같습니다. 방울은 학교에서 돌아왔습니다. 아랫마을 학교는 한 시간이나 걸리는 먼 곳이지만 엄마는 이사할 생각을 안 하십니다. 방울이 사는 오막살이는 약초를 캐시던 아빠가 손수 지은 집이고, 엄마가 힘써 일구신 밭들이 골짜기에 널려있기 때문입니다.
방울은 집 문을 밀었습니다. 벌서 허기지는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납니다. 그런데 문은 꼼짝도 안 합니다. 문에 자물쇠를 채운 일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고장 났나?”

방울은 혼자 중얼거리며 좀 더 세게 문을 밀었습니다. 그러나 문은 못질을 한 것처럼 움직이지를 않습니다.

방울은 집 옆으로 돌아갔습니다. 벽에 창이 하나 있습니다. 방울은 한껏 발돋움 하고 창문을 열었습니다. 방안을 들여다본 방울은 소스라쳐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습니다. 방에 도깨비가 잠자고 있었습니다. 몸집이 아주 큰 뚱보 도깨비입니다. 방바닥에는 빈 밥솥이 굴러있고 반찬 그릇들이 지저분하게 흩어져 있습니다. 새벽마다 엄마는 밥을 한 솥 가득 지었습니다. 엄마와 방울이 아침, 점심, 저녁까지 먹을 밥입니다. 도깨비가 그 많은 밥을 다 먹고 반찬까지 말끔히 먹어 치운 것 같았습니다. 새끼 밴 돼지처럼 배가 불룩 나온 도깨비가 문짝에 등을 대고 자고 있으니 문이 안 열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도깨비의 모습은 사냥꾼 아저씨의 말 대로였습니다. 보라색 얼굴에 색동 뿔이 두 개 달렸습니다. 옷이라곤 가죽 팬츠 하나뿐입니다.

방울은 도깨비가 잠에서 깨지 않도록 살금살금 발을 옮겼습니다. 얼른 밭에 계신 엄마에게 알려야 합니다. 언덕을 내려가는데 황소가 어슬렁어슬렁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목에 금메달을 걸고 있습니다. 지난 달 전국 소싸움대회에서 우승한 황소 바위입니다. 바위를 보는 순간 도깨비를 쫓으려면 엄마를 불러오는 것보다 바위에게 부탁하는 것이 훨씬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위야, 뚱보 도깨비에게 우리 집을 점령당했어!”하고, 약간 울음 섞인 연기를 곁들여 말했습니다.

“도깨비 녀석이 예쁜 방울을 괴롭힌단 말이지? 걱정 말고 나를 따라와.”하며 바위는 콧김을 한 번 힘차게 내뿜더니 고개를 사납게 휘두릅니다. 목에 걸린 우승 메달이 번쩍 빛났습니다.

방울은 황소 바위를 따라 집으로 갔습니다. 황소 바위는 문밖에 서서 젊잖게 호령했습니다. “이놈, 도깨비야. 나로 말하면 전국 소싸움대회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 챔피언황소 바위다. 당장 나오지 않으면 혼내 줄 테다!”

집 안에서 도깨비의 쉰 소리가 울려 나왔습니다. “황소 바위라고? 썩 물러가지 않으면 도깨비방망이로 너의 두 뿔을 부숴버릴 테다. 그럼 소싸움대회에도 못나갈 거야!”

도깨비의 말을 듣자 황소 바위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고 네 다리를 후들후들 떨기 시작했습니다. “뿔이 부서지면 소싸움대회도 못나가고 볼품이 없어져 장가도 못들 거야.”하고, 중얼거리더니 황소 바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습니다. 우승 메달 받을 만큼 힘도 세고 큰 소리를 빵빵 치던 황소 바위가 이렇게 비겁할 줄은 몰랐습니다.

방울은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언덕을 내려갔습니다. 외나무다리까지 갔을 때 여우 콩콩이 부지런히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방울아, 어디 아프니? 기운이 없어 보인다.”
“뚱보 도깨비가 집에 있어. 황소 바위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바위도 무섭다고 도망가 버렸어.”
“츳츳.. 도깨비 쫓는 일이 어디 힘으로 될 일인가? 머리를 써야 해. 걱정 말고 나를 따라와.”

여우 콩콩은 문밖에 서서 아주 간사한 소리로 말했습니다.

“도깨비 아저씨, 여우 콩콩이 문안드립니다. 방울의 집에서 나오시면 다이어트 약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무슨 약이라고? 이놈아, 한국말로 해라.”
“다이어트 약은 살 빼는 약입니다. 한 달만 이 약을 드시면 몸이 날아갈 듯이 날씬해집니다.”
“어디서 만든 약이냐? 한국이냐, 미국에서 만든 거냐?”
“중국에서 만든 약입니다. 아주 깊은 산에서 나오는 약초로 만든 겁니다.”

그러자 도깨비는 집이 흔들릴 만큼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콩콩이 이놈, 나를 속이려고? 중국에서 독이 들어있는 우유를 만들어 아이들이 죽고 병들었다는데 나를 죽일 셈이냐?”
“아닙니다. 이 다이어트 약은 먹자마자 ‘쑤욱’ 하고 살 빠지는 소리가 들린다고 합니다.”
“거짓말 말아라. 오늘 도깨비방망이로 너를 때려잡아 여우목도리를 만들 거다.”

여우목도리란 말을 듣자 콩콩은 온몸을 와들와들 떨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정신없이 비탈길로 굴러 내려갔습니다. 머리 좋고 꾀가 많기로 이름난 여우 콩콩도 도깨비 앞에서는 고양이 앞에 생쥐였습니다. 방울의 가슴은 걱정으로 가득 찼습니다. 엄마를 불러와도 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엄마에게 알리기는 해야 합니다.

“방울아, 방울아!”

이때 누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방울아, 아래쪽을 봐.”

발아래를 내려다본 방울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낯선 쥐 한 마리가 방울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아주 예쁜 쥐입니다. 몸집이 날씬하고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하얀 쥐입니다. 놀란 것은 이 쥐가 깡충 뛰더니 단번에 방울의 어깨 위에 올라앉은 것입니다. 그렇지만 무척 귀여워서 징그럽다는 생각이 안 들었습니다.

“너는 도깨비 골짜기에서 처음 보는 쥐 같은데?”
“맞아. 바로 어제 미국에서 왔어. 이름은 슈퍼 쥐이고.”
“슈퍼 쥐? 슈퍼맨이란 이름은 들어봤지만 슈퍼 쥐는 처음 듣는다.”
“그럴 거야. 내가 처음으로 만들어진 슈퍼 쥐니까.”
“만들어지다니? 엄마 쥐가 너를 낳은 것이 아니니?”

“엄마가 낳았지만 동물학자들이 새로운 쥐의 종자를 만들었어.”
“그럼 네가 바로 그 새 종자에서 태어난 쥐란 말이지?”
“그렇다니까.”
“보기엔 다른 쥐와 다를 것이 전혀 없다. 어떤 점이 다르니? 아까 단번에 내 어깨에 뛰어올랐을 때는 좀 놀랐지만 높이뛰기 말고 다른 재주도 있니?”
“나는 여섯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어.”
“정말이야? 너 마라톤에 나가면 좋겠다.”

방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슈퍼 쥐를 다시 한 번 훑어보았습니다.

“우리 슈퍼 쥐들은 다른 쥐보다 3배 더 오래 살 수 있어. 한 가지 흠은 보통 쥐보다 먹이를 곱으로 더 먹어야 해.”
“먹이를 배나 더 먹는다면 힘도 곱으로 센 거니?”
“물론이지. 고양이와 싸울 수도 있어.”

쥐가 고양이를 잡는 세상을 생각하니 입이 막혀 더 묻지를 못했습니다. 슈퍼 쥐가 말을 이었습니다.

“우리들 슈퍼 쥐는 태어나서 2년 반이면 새끼를 낳을 수 있어. 그러니까 굉장히 빨리 퍼질 거야. 슈퍼 쥐를 만든 리처드 헨슨 박사님 말씀에 슈퍼 말도 만들고 장차 슈퍼 인간도 태어날 때가 올 거라던데.”
“그만 해라. 골치 아프다.”

방울은 정말 골치가 지끈지끈해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습니다. 말처럼 달리고 소처럼 기운 세고 호랑이처럼 사나운 인간들이 득시글거리는 세상이라면 정말 살고 싶은 생각이 안 날 것 같았습니다.

슈퍼 쥐의 말에 홀리어 도깨비를 잊었던 방울이 제 정신을 차렸습니다. 슈퍼 쥐라면 도깨비를 쫓을 수 있을 겁니다.

“슈퍼 쥐야, 처음 만나 어려운 부탁을 해서 미안하지만 사실은 걱정이 있거든.”
“무엇이든 말해 봐.”
“도깨비에게 집을 점령당했어.”
“도깨비? 처음 듣는 이름인데 그게 사람이니? 짐승이니?”
“사람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뿔이 달렸어. 성미가 몹시 거칠어서 도깨비방망이를 마구 휘두르고 뿔로 받고…….”
“흠, 사나운 놈이구나.”
“옷은 겨울에도 팬츠 하나만 입고 돌아다녀.”
“예의를 전혀 배우지 못한 망나니 도깨비구나. 걱정 말아. 내가 쫓아내 줄 테니.”

도깨비의 주먹만 한 쥐가 아무리 슈퍼 쥐라고 해도 도깨비를 쫓아낼 수가 있을지 믿어지지 않았지만 방울은 슈퍼 쥐와 함께 집으로 올라갔습니다. 집안에서 도깨비의 코 고는 소리가 들립니다. 코를 골 때마다 문짝까지 드르렁 드르렁 울렸습니다. 슈퍼 쥐는 작은 손으로 부드럽게 노크 하였습니다. 열 번 노크 하니까 코 고는 소리가 멈추었습니다.

“누구냐? 내 집에 와서 노크까지 하는 놈은 난생 처음 본다.”
“내 집이라니요? 아직 잠이 덜 깨신 것 같습니다. 이 집은 방울이네 집으로 알고 있는데요.”
“뭐라고?”

도깨비는 슈퍼 쥐의 당당한 말에 조금 겁이 났는지 문을 열지는 않았습니다.

“조금 전에 황소 바위와 여우 콩콩이도 내가 무서워서 줄행랑 친 것을 모르느냐? 그런데 너는 또 누구냐?”
“슈퍼 쥐입니다.”

쥐라는 말을 듣고 도깨비는 깔깔 웃었습니다.

“아하하하. 쥐라고? 감히 네가 나 보고 나가라 들어가라 하지는 못할 거고, 뭣 때문에 왔느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먹이가 여기에 있다고 해서 왔습니다.”
“그게 뭔데?”
“도깨비 뿔입니다. 더군다나 색동 뿔이라면 최고로 맛이 있지요. 색깔 하나하나씩 갉아 먹는 맛이 기가 막히거든요.”
“내 색동 뿔을 갉아 먹겠다고?”

도깨비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뿔을 어루만졌습니다. 도깨비가 문에서 물러선 사이에 슈퍼 쥐는 문을 열고 방으로 냉큼 들어섰습니다. 정말 용감합니다. 겁나지만 방울도 슈퍼 쥐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슈퍼 쥐는 단숨에 도깨비 어깨에 뛰어오르더니 색동 뿔을 만지작거리며 말했습니다.

“배추 뿌리보다 훨씬 맛있겠다. 혼자 먹기는 아까워. 친구들을 불러다가 모처럼 발견한 색동 뿔을 맛보게 해야지. 기왕이면 저 도깨비방망이도 말끔히 갉아 먹어야겠다.”

이 말을 듣자마자 도깨비는 방망이를 짊어지고 바람처럼 도망쳤습니다. 방울은 슈퍼 쥐의 작은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우리 집에서 함께 살자. 그럼 뚱보 도깨비도 다시는 오지 못할 거야.”
“나는 할 일이 많아. 착한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도록 나쁜 놈들을 없애는 것이 나의 일이거든.”

말릴 사이도 없었습니다. 슈퍼 쥐는 벌써 밖으로 나가 손을 흔들며 언덕을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슈퍼 쥐의 모습이 언덕 너머로 사라질 무렵 엄마가 밭에서 돌아오셨습니다.

“방울아, 별 일 없었느냐? 어서 찬밥을 데워야겠다. 배가 고프지?”

많은 일이 있었지만 엄마에게 얘기해도 믿지 않으실 것을 알기 때문에 방울은 도깨비에게 집을 한 때 점령당했던 큰 사건을 입 밖에 내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믿지 않습니다. 방울은 도깨비가 팬츠만 입은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정신없이 도망가던 꼴을 생각하며 혼자 웃었습니다. 언젠가 예쁘고 힘 센 슈퍼 쥐를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었습니다.

최효섭 작가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소천아동문학상·방정환 아동문학상 수상, 창작 동화집 7권, 소년소녀 소설집 9권 출판.

http://www.christiantoday.co.kr/view.htm?id=249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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