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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이 자기 생명력이다
집중의 중요성에 대해서 우리가 잘 알고 있다, 공부나 일의 승패가 집중도에서 갈라진다는 것도 알고 있다, 사실 집중의 의미라는 것은, 학습효과를 결정하는 그런 정도의 것이 아니다,
먼저 이 점을 정리하고 넘어가자, 집중(執中)과 집중(集中)을 혼동해서는 곤란하다. 집중(集中)은 쏠림현상이다, 아이들이 전자오락에 집중할 수도 있고 TV에 온통 마음을 다 빼앗길 수도 있다. 그런 것도 집중(集中)이다, 또 도박사들이 카드를 뚤어지게 보는 것도 집중(集中)이다, 그러니까 어느 하나에 마음이 쏠리는 것, 국집하고 집착하는 것은 집중(執中)이 아니라 집중(集中)이다,
집중(執中)이란 것은 X축과 Y축이 교차하는 0에 올려지는 것이지만 단순 집중(集中)은 그와 상관 없이 치우친 지점 그 어디에나 쏠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몸과 마음의 순리에 따라서 집중하는 것이 집중(執中)이고 순리가 아니면서 한곳에 쏠리는 것이 집중(集中)이다, 이 점 착오가 없어야 한다.
집중의 의미가 무엇일까? 사실 집중력이 그 사람의 생명력이다. 집중력이 0라면 죽은 것이다, 마치 태풍의 중심이 소멸하면 태풍이 소멸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리고 집중력은 물리적 표현으로는 구심력 - 생명의 중심을 지키는 구심력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러니까 집중력이 강하다는 것은 그만큼 생명력이 강한 것이고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있다는 것은 생명력이 약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또 집중력이란 것은 중(中)을 지킬 수 있는 힘, 균형을 잡을 수 있는 힘이다. 역설적이지만 집중할 때, 자기중심적 세계를 벗어날 수 있다, X축과 Y축이 교차하는 0의 지점에 올려질 때 아집의 중력장을 벗어날 수 있다. 탈중심적이라는 이야기다. 그 지점에서 자기 객관화가 가능하고 그래서 상황판단이 객관적이다. 우리가 소통을 말하고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말하지만 집중이 안되면 소통은 사실 어렵다.
그리고 집중력이 강하다는 것은, 주변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상황을 돌파해갈 수 있는 능력이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집중력이 약한 사람들은 주변의 방해에 쉽게 흔들리지만 집중력이 강한 사람들은 그만큼 상황의 돌파력이 뛰어나다. 가령 독서를 할 때도 같은 강도의 소음이 들어와도 집중력이 있을 때와 아닐 때, 그 반응양상은 전혀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집중력이 떨어지면 주변 소음이나 외부환경적 조건에서 스스로 무너지면서 자기 할 일을 놓치고 마는 것이다. 그러니까 집중력이란 것은 상황 돌파력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집중력이 일이나 공부의 순도를 결정한다. 집중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잡념이 많다는 것이고 잡념이 많을수록 일도 공부도 잡스러워진다. 그러니까 집중의 순도가 일이나 공부의 순도를 결정한다, 간명하게 말하면 사람이 깨끗하다, 잡스럽다를 결정하는 것은 그 사람의 집중력에 비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문화유산을 보면서 감동을 받는 것은 다름 아니다. 기법이 뛰어나고 기술이 뛰어나서만이 아니다, 거기에 투입된 정성 때문이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그대로 다 던질 수 있는 것이 정성이기 때문에 정성(精誠)은 집중의 또 다른 표헌이다. 집중이 없이 정성은 없다. 우리가 주변에 사람을 보아도 그 사람이 가장 아름다울 때는 집중하는 순간이다. 자기 자신을 일이나 자기 문제에 다 던질 수 있는 그 순간이 가장 아름다둔 것이다. 집중이란 것, 몸과 마음과 생각이 하나로 일치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만큼 잡스러운 것이고 나와 대상(공부나 일이나)이 따로 노는 만큼 그 일이나 공부는 부실할 것이다.
끝으로 하나만 더 이야기하자, 사실 옛 사람들이 ‘유일집중(唯一執中)’을 그렇게 강조한 이유는 다름 아니다, 지혜와 슬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이 그 지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