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송이 이름없는 들꽃으로

다산 정약용의 더위 없애는 여덟가지 피서법

참고자료 정유철 선임기자............... 조회 수 3294 추천 수 0 2012.08.07 11: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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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더 심하지만 옛날에도 여름은 무더웠다. 아니다. 더 더웠을 수도 있겠다. 선풍기, 냉방기가 전혀 없는 시절이었으니까. 요즘 더위를 피해 산으로 바다로 가는데 옛 사람들은 어떻게 더위를 식혔을까. 다산 정약용에게도 여름은 곤욕스러웠던 모양이다. 더위를 피하는 시를 참 많이 남겼다.

해배되어 유배지에서 돌아온 지 6년이 되던 갑신년(1824년) 여름. 다산은 '소서팔사(消暑八事)-더위를 없애는 여덟 가지 일'을 제목으로 시를 지었다. 여덟 수를 짓고 다시 차운하여 여덟 수를 짓고 다시 차운하여 여덟 수를 짓고 두 번 더하여 도합 다섯 번을 지어 40수를 남긴다. 더위에 대해 참 할 말이 많았던 듯하다.

다산 선생이 말한 더위를 없애는 여덟 가지 일을 살펴보고 올 여름 무더위를 이겨보자.

 송단호시(松壇弧矢)

소나무 그늘 아래 삼삼오오 모여 활을 쏘는 것으로 더위를 피한다. 호시(弧矢)는 '상호봉시'(桑弧蓬矢)의 줄임말로 천지사방을 경륜할 큰 뜻을 말한다. 옛날에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뽕나무로 활을 만들어 문 왼쪽에 걸고 봉초(蓬草)로 화살을 만들어 사방에 쏘는 시늉을 하며 장치 이처럼 웅비할 것을 기대했던 풍습이 있었다.(『예기』「내측」) 여기서는 활쏘기를 뜻한다.
다산은 소나무 우거진 곳에 과녁을 세우고 술동이를 준비하고 자리를 만들어 길손을 맞이하여 활쏘기를 하면 뜨거운 여름도 소일하기 좋다고 하였다. 내기도 내기지만 무엇보다 기예를 익히는 기회가 되니 얼마나 좋으랴!

 괴음추천(槐陰鞦遷)

추천(鞦遷)은 그네뛰기를 말한다. 큰 홰나무에 그네를 걸고 나무 그늘에 그네를 뛰면 더위가 어느새 사라진다. 그네는 여자가 뛰는거라고? 그건 단오 때 이야기다. 단오 때나 여자들이 밖에 나와서 그네를 뛰었지 평상시에는 그렇지 못하였다. 남자들이 그네를 뛰었기 때문이다.

그네를 뛰면 더위가 어떻게 가시는가?
"굴러서 올 때 자못 허리 굽은 자벌레 같고/ 세차게 갈 땐 참으로 날개 치는 닭과 같아라/ 솔솔 부는 서늘 바람이 온 좌석에 불어 오니/ 어느덧 뜨거운 해가 벌써 서쪽으로 기울었네."
큰 나무 가지에 길게 그네를 매달고 힘껏 뛰니 얼마나 시원한지.

 허각투호(虛閣投壺)

다산이 살았던 시절 투호로 내기를 하며 더위를 식혔다. 빈 누각, 즉 정자에 모여 투호를 하는데 화살을 던져 병에 넣을 때마다 점수 계산을 하며 모두 떠들썩하게 웃고 즐겼다. 물가에 있는 정자에는 솔바람이 하루종일 불어 그러는 사이 더위가 식는다. 투호는 중국에서 즐기던 놀이였다. 한 무제(漢 武帝) 때 곽사인(郭舍人)이 투호를 잘 하기로 이름이 높았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선비들 사이에 투호를 즐겼던 흔적을 다산의 시에서 본다.

 청점혁기(淸簟奕棋)

깨끗한 대자리 위에서 바둑을 두는 건 예나제나 신선놀음에 속한다. 대는 차가운 성질의 것이어서 여름에 대자리를 깔면 얼마나 시원한지 모른다. 그래서 옛 사람들은 대로 만든 '죽부인'을 애용했다. 다산은 더운 날 졸음이 와서 책 보기 싫을 때 손님을 모아 바둑을 두게 하고 그 구경하는 게 뜨거운 햇볕을 잊는 일로는 꽤 괜찮은 방법이라고 했다. 생선회나 고기 생각이 간절하면 내기 바둑을 하게 하면 대국자나 구경하는 이가 똑같이 배부르니 아니 그런가.

여기까지 여러 선비들이 모여 함께 더위를 쫓는 것이라면 다음 네 수는 혼자서도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다. 그 하나가 연못에서 연꽃을 감상하는 것이다.

 서지상하(西池賞荷)

여름날 서지(西池)에서 연꽃을 구경하는 것도 더위를 쫓는 방법이다. "수양버들 비 뒤의 바람이 푸른 못에 부니" 시원한데 아름다운 꽃이 줄지어 있으니 더위를 느낄 새가 없다.
"하늘이 이 아름다운 물건을 머물려 두어/ 더위로 고통받는 속인을 조용히 기다리었네"

 동림청선(東林廳蟬)

누구나 실감했으리라. 여름날 울려 퍼지는 매미 소리가 얼마나 시원한지. 특히 농촌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잘 알 것이다. 다산에게 매미 소리는 시원한 정도가 아니었다.
"자줏빛 놀 붉은 이슬 맑은 새벽 하늘에/ 적막한 숲 속에서 첫 매미 소리 들리니/ 괴로운 지경 다 지나라 이 세계가 아니요/ 둔한 마음 맑게 초탈해 바로 신선이로세/"
매미 소리만 듣고도 모든 것을 초탈해 신선이 된다면 더위쯤이야 문제될 리 없다.

 우일사운(雨日射韻)

여름날 비가 오면 시원하기도 하지만 습기로 인해 후텁지근해진다. 그런 날은 외출하기도 마땅치 않다. 집에 있자니 덥고……이런 때 옛 사람들은 시를 지었다. 그것도 한두 수 짓고 그치는 게 아니라 천 수쯤 지었다. "가장 좋은 건, 스스로 시 천 수를 짓고서/ 어려운 운자를 손 가는 대로 집어 내는 거로세." 우일사운(雨日射韻), 비오는 날에는 운(韻)자를 뽑는다는 것이니 시를 짓는다는 의미다. 시를 짓는 데 몰두하면 더위를 느낄 틈이 어디 있으랴.

 월야탁족(月夜濯足)

요즘 공동주택에는 샤워시설이 있으니 더우면 어느 때고 온 몸에 물을 끼얹어 더위를 씻는다. 불과 몇십 년 전에는 그렇지 못했다. 등목으로 만족해야 했다. 옛날 선비들은 겨우 발을 물에 담그는 것이 전부였다. 여름에 발을 씻어 더위를 식히는 것을 탁족(濯足)이라 한다. 달밤에 하는 탁족, 운치까지 있으니 이를 핑계삼아 선비들이 자주 모였다. "나직한 집에서 걱정 풀고 석양을 보내노니/하얀 달빛이 낚시터에 비추어 서늘하구려/"

 

 

 
   
▲ 탁족은 조선 선비들이 여름에 더위를 씻는 피서법으로 즐겨 하였다. 사진은 광주문화재단이 지난 7월 무등산 자락에서 재현한 선비들의 탁족 모습. <사진=광주문화재단>

다산은 이렇게 여덟 가지를 더위를 없애는 일이라고 읊었다. 조선 선비들이 여름을 나는 법이다.

다산은 다시 잔목통풍(剗木通風: 나쁜 나무을 모두 베어버리고 바람을 통하게 하다), 결거류수(決渠流水: 도랑을 쳐서 물이 흐르게 한다), 주송작단(拄松作壇: 소나무를 받들어 제단을 만든다), 승도속첨(升萄續檐:포도 줄기를 올려 처마에 잇는다), 조동쇄서(調僮曬書: 아이로 하여 책을 내서 햇볕을 쬐도록 한다), 취아과시(聚兒詩: 아이들을 불러모아 시를 짓게 하다), 구선도어(句船跳魚 두 척 어선에 물고기가 뛴다), 요요설육(凹銚爇肉: 오그라진 냄비에 고기를 익힌다) 여덟 가지를 들고 모두 열여덟 수를 지었다.

나무를 베어 바람이 통하게 하거나 도랑을 쳐서 물이 꽐꽐 흐르게 하면 절로 시원해진다. 축 늘어진 소나무를 받들어 올려 그늘을 만들고 포도 줄기를 처마로 올려 그늘을 만들어놓으면 햇빛을 막을 수 있다. 장마에 눅눅해진 책을 꺼내 햇볕에 말리거나 아이들을 모아 시를 짓게 하는 재미 또한 더위를 씻는 데 좋다. "낚시도 없고 그물도 없는 두 척의 어선을/ 직각으로 연결하여 맑은 강에 띄웠는데/ 절로 고기 있어 자리 가득 뛰면 기쁘지 않으랴! 고기를 삶아 좋은 고기 잘게 썰고 더위 식길 기다리면서" 나물 먹는 사람들 널리 불러 함께 먹으면 더위가 어디 있을까."

지금과는 매우 다른 피서법이지만 한가롭고 여유있다. 어디에 꼭 가야만 더위를 피하는 게 아니다. 

(한시 번역 : 한국고전번역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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