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송이 이름없는 들꽃으로

[오늘 ‘자본’을 읽다] 지금 「자본」을 읽어야 하는 이유

참고자료 최용우............... 조회 수 1543 추천 수 0 2012.09.05 12:3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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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자본을 읽다

강신준 | 동아대 교수·경제학

 

1.프롤로그

 -1.지금 자본을 읽어야 하는이유

 -2.자본의 집필 배경-혁명에 사로잡힌 두가지 물음

 -3.서문<자본>의 중심 개념-변증법, 유물론, 추상화

2.저본 제1권

3.자본 제2권

4.자본 제3권

5.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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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자본’을 읽다] 지금 「자본」을 읽어야 하는 이유

경향신문 2012-08-24

 

진정한 경제대통령 선택의 길 일러 줄 ‘노동자계급의 성서’

 

경제는 하나가 아니다

 

대선을 맞는 우리 국민들의 심경이 상당히 착잡하지 않을까 짐작됩니다. 이번 대선도 지난번 대선과 마찬가지로 경제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지난번 대선의 결과가 못내 개운치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번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경제대통령을 내세워서 뚜렷한 경제 이슈를 내세우지 못한 정동영 후보를 큰 표차로 따돌리고 일찌감치 승리를 거머쥐었습니다. 비교적 높은 지지율로 집권을 시작한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공약은 경제지표를 상징하는 747이었습니다. 소위 7% 성장률에 4만달러의 국민소득, 그리고 이에 기초해 세계 7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이제 집권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이들 공약이 전혀 터무니없는 ‘허당’이었다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께서 경제정책을 모두 실패했다고 단정하기는 조금 곤란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 대통령께서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필요하다며 ‘기업 프렌들리’를 정책기조로 내세웠는데 2012년 8월1일을 기준으로 집권기간 동안 20대 대기업의 자산이 5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경제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이 대통령의 집권기간 동안 세계적인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여러 차례나 경신하기도 했습니다. ‘기업 프렌들리’ 정책은 성공을 거두었다고 보아야겠지요. 사실 이 대통령이 대선에서 ‘경제대통령’을 자임하실 때에도 자신이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서 큰 성공을 거둔 기업가라는 점을 내세우셨지요. 사람들은 그래서 그가 경제를 잘 다루는 사람이라고 믿고 그에게 표를 던진 것이지요.


바로 그래서 일반 국민들은 경제문제에 대해서 헷갈립니다. 이들 대기업의 사상 유례없는 호황과는 달리 600만명이 넘는 자영업자나 역시 600만명을 넘어선 비정규직 노동자, 그리고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지금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거든요. 이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대기업에는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는데 나머지 대다수의 국민들에게는 피부에 닿지 않는 것이지요. 이 온도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요? 사람들은 보통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차피 대기업은 우리 경제를 대표하는 맏형들인데 이들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리면 같은 식구인 다른 동생들에게도 그 효과가 조금은 전달되지 않겠느냐는 것이지요. 그러나 지금 우리의 경험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혹시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경제가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 말입니다. 경제가 여럿이고 이 가운데 하나의 경제가 잘되는 것이 다른 경제를 잘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말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그냥 머릿속에서 그려보는 상상이 아닙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널리 얘기되는 경제적 양극화가 바로 그것을 얘기하는 것이 아닙니까? 상위 경제는 호황인데 하위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현상이 바로 양극화가 아닌가요? 사실 이번 대선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복지와 경제민주화는 바로 이 양극화 현상이 일반 국민들에게 가장 폭넓은 공감대가 되었다는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이명박 대통령께서 우리 국민에게 몸소 가르쳐주신 것은 그분의 경제가 일반 국민들의 경제와 다르다는 것이고 그래서 경제가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이 아닐까요? 그래서 다시 경제문제가 이슈가 된 대선에서 국민들은 착잡합니다. 도대체 누구를 찍어야 나의 경제를 대변하는 사람이 뽑힐 수 있는 것일까 하는 고민 때문에 말입니다. 이 고민을 해결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제가 이제부터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바로 마르크스의 <자본>입니다.


<자본>의 기구한 운명

 

경제를 잘되게 하는 것, 시쳇말로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 학문이 바로 경제학입니다. 앞서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학에 대한 능력을 믿었고 그 능력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대기업의 호황을 통해 확인하였습니다. 그분은 분명 경제대통령이 맞았던 것이지요. 그러나 그것이 우리들의 경제학과는 다르다는 것도 확인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들의 경제학은 어떤 것이냐는 것이겠지요. 경제가 다르다는 것이 확인되었으니 경제학도 달라야 할 것이므로 당연히 우리들의 경제학도 따로 있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아마도 독자들께서는 그런 경제학 얘기를 별로 들어본 적이 없을 것입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별로 소개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마르크스의 <자본>을 흔히 ‘노동자계급의 성서’라고들 부릅니다. 이 책이 바로 하위 경제를 대상으로 하는 경제학의 대표 서적이라는 말이지요. 우리가 경제에 대해서 헷갈린 이유는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는 잘 소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책의 운명은 참으로 기구합니다. 군사독재 시절 이 책은 금서였습니다. 이 책을 읽거나 소지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그것도 국가보안법이라는 초헌법적인 무시무시한 법률에 의해서 말입니다. 그러다가 1987년 제 오랜 친구이기도 한 조그만 출판사 사장이 이 책의 번역 출판을 감행했지요. 당연히 기소가 되었지만 다행히 재판 과정에서 검사가 기소를 포기하는 바람에 이 책은 겨우 햇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모두 3권으로 이루어져 있고 처음 출판된 책은 제1권이었습니다. 그래서 이후 3년에 걸쳐 나머지 두 권의 책이 출판되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책이 겨우 햇빛을 보기 시작하자마자 1989년 베를린장벽이 무너지고 곧이어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되었습니다. 이들 사건은 이 책의 운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소연방은 공식적으로 이 책을 자신들의 정치적 교의로 삼는다고 표방하고 있었고 따라서 소연방의 해체는 이 책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준 증거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판단을 우리나라에서 내린 것은 아닙니다. 아예 읽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이 책에 대한 견해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런 견해는 서방의 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졌고 이후 서방에서는 명백하게 이 책을 겨냥한 반대방향의 바람이 불었습니다. 그 바람을 포스트모던이라고 부릅니다. 이 책이 서방의 지적 세계를 거의 한 세기 이상 절대적으로 지배해온 너무나 중요한 책이었고 이 책의 출발점을 이루고 있는 것이 근대(모던)라는 개념이었기 때문입니다. 시쳇말로 이제 “모던, 즉 <자본>은 한물갔다!”는 것이었지요. 포스트모던 바람은 당연히 우리나라를 덮쳤습니다. 그래서 이제 막 처음 얼굴을 내밀려고 하던 이 책은 채 얼굴을 드러내기도 전에 우리나라에서 ‘한물간’ 책으로 곧장 치부되었습니다. 정말 기구하지 않습니까? 결국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소개될 기회를 놓쳤고 따라서 경제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일반 국민들이 널리 알 수 있는 기회도 사라졌으며 그것이 경제대통령 선거에서 헷갈린 주된 이유가 되었던 것입니다.


판도라의 상자에 숨겨진 내용

 

이쯤에서 이런 의문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왜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그 오랜 기간 금서로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되어 있었을까요? 우리 사회에서 정치인들이 가장 상투적으로 사용하는 말이 ‘좌파’라는 말이지요? 심지어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안철수 교수가 새누리당의 러브콜을 거절했다고 해서 대뜸 안 교수에게 ‘좌파’라고 몰아붙인 것을 보면 이 말에 대한 그들의 애정이 각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책은 바로 그 ‘좌파’와 연루되어 접근이 금지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외국, 특히 유럽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 양대 정당 가운데 하나는 노동자 정당이며 이들 정당은 이 책을 공공연히 지지하고 있으니까요. 도대체 이 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 것일까요? 궁금하지 않습니까? 새누리당의 ‘좌파’라는 말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사실 그들의 불안감을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이 책 속에 담긴 내용은 ‘진실’이거든요. 자세한 내용은 앞으로 하나씩 보게 될 터이니 한 가지 ‘진실’만 미리 귀띔해 드리겠습니다.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인구는 약 2500만명인데 그중 절대다수는 임금근로자로 약 1740만명입니다. 요컨대 임금에 목을 매고 사는 사람이 절대다수인 것이지요. 그런데 경제학에서 임금이 갖는 지위는 참으로 요상합니다.

 

임금을 받는 노동자에게 그것은 수입인 반면 임금을 주는 기업 입장에서 그것은 지출항목에 해당하거든요. 경제에서 수입은 많을수록, 지출은 적을수록 좋습니다. 그래야 적자가 나지 않고 흑자를 내니까요. 그런데 임금은 한쪽에서는 많을수록, 다른 한쪽에서는 적을수록 좋습니다. 여기에서 한쪽의 성공은 다른 한쪽의 실패를 의미합니다. 이런 관계를 적대적 관계라고 하지요. 여기에서 우리는 금방 경제적 이해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경제학은 하나가 아니라 두 개입니다. 무엇보다도 경제학은 하나가 될 수 없는 구조입니다. 경제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이며 경제학은 바로 이 관계를 다루는 학문입니다.

 

이런 구조 때문에 경제는 일방통행식으로 밀어붙이기 어렵습니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상대방의 피해를 가져오고 당연히 저항을 불러옵니다. 그러나 혹시 상대방이 이런 구조를 모른다면 어떨까요? 상대방은 피해에 절망하겠지만 그 원인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습니다. <자본>이 판도라의 상자처럼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되어 온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바로 양극화에서 상위 경제의 이익을 위해서 필요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자본>을 통해 경제의 ‘진실’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은 하위 경제의 사람들에게는 매우 중요합니다. 대선에서 떠오른 경제문제들에 대해 헷갈리지 않고 자신의 경제를 살려줄 지도자를 판별하는 것, 그것이 지금 <자본>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생각이 앞서가는 독자들을 위해 한 가지 덧붙여 둬야 할 점이 있습니다. 앞서 우리나라에서 <자본>이 소개되는 것을 가로막은 소연방의 해체와 뒤를 이은 포스트모던 바람에 대한 얘기입니다. 그 바람은 2008년 미국에서 경제위기가 발발하자 그야말로 한 방에 “훅!” 가버렸습니다. 그 위기는 포스트모던으로는 전혀 해명할 수 없는 체제의 위기였고 그것을 다룬 가장 고전적인 저작이 바로 마르크스의 <자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지금 <자본>에 대한 르네상스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지금 <자본>을 읽는 것이 결코 세계적인 흐름에 거스르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독자들께서는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독서를 이제 저와 함께하시는 것입니다. 자, 그러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보도록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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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자본’을 읽다](2) 혁명에 사로잡힌 물음 - ‘자본’의 출생과 변증법

ㆍ‘변증법’으로 자본주의 생산양식 발전시키는 게 혁명

 

■ <자본>의 안내판

 

<자본>을 쓴 카를 마르크스는 1818년 독일의 트리어에서 태어났습니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200년 전 사람인 셈이지요.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여기에서 따로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시중에 그와 관련된 책들이 이미 여럿 나와 있는 데다 이들 책은 특별한 안내 없이도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지 우리가 그의 생애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그가 <자본>을 쓰게 된 동기입니다. <자본>은 한국어판으로 3000쪽이 넘는 데다 치밀한 논리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이어지는 안내판 같은 것의 도움이 없으면 도중에 길을 잃기 십상입니다. 대개 이 책이 혼자 읽기 어렵다는 평판을 듣는 주된 까닭은 바로 이런 안내판을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르크스가 <자본>을 쓴 동기는 바로 이런 안내판 역할을 훌륭하게 해 줍니다. 그 동기는 그가 독일에서 추방당한 뒤 브뤼셀에 체류하고 있을 때였던 것 같습니다. 거기에서 마르크스는 혁명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1848년 혁명이었지요. 혁명은 2월에 프랑스에서 발발한 다음 무서운 기세로 베를린, 프라하, 밀라노, 빈 등 유럽 전역으로 확대되었고 이들 도시는 노동자들이 중심이 된 군중에 의해 점령을 당합니다. 그러나 이 무섭던 기세는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모두 수그러들고 맙니다. 혁명은 진압되었고 군중의 요구는 묵살되었습니다. 혁명이 실패한 것이지요.


이 모든 것을 눈으로 직접 본 다음 1849년 마르크스는 독일 정부의 압력에 의해 다시 유럽대륙에서 추방당해 마지막 망명지인 영국으로 향합니다. 영국으로 가는 뱃전에서 마르크스는 두 가지 의문을 품습니다. 하나는 그 엄청난 혁명의 동력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런 혁명이 왜 실패한 것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영국에 도착한 마르크스는 곧바로 당시 세계 최대의 도서관이었던 대영박물관 도서실에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틀어박혀 연구를 거듭한 끝에 1867년 드디어 <자본> 제1권을 출판했습니다. 마르크스는 두 가지 물음에 대한 답을 <자본> 속에 담았고 이 답을 마르크스에게서 전해받은 유럽 노동운동은 발전을 거듭해 오늘날 우리가 보듯이 강력한 노동자정당과 노동조합, 그리고 우리 대선의 화두가 되고 있는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이룩했습니다. 그러면 혁명과 관련된 이 두 가지 물음의 안내판을 살펴보기로 할까요? 첫 안내판은 서문에 나옵니다.

 

■ 혁명의 동력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오늘날 사회변혁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는 혁명이란 용어는 원래 프랑스혁명에서 나온 것입니다. 근대 혁명의 효시가 프랑스혁명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과거의 혁명과 구별되는 특징은 다수에 의한 혁명이었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곧 다수가 혁명에 동의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다수의 대표자는 부르주아였고 그래서 그것을 부르주아 혁명이라고도 부르지요. 1848년 혁명도 바로 이 프랑스혁명을 본받은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다수에 의한 혁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혁명의 다수는 부르주아가 아니라 노동자들이었습니다. 노동자들이 모두 동의하는 혁명이었던 것입니다. 노동자들은 무엇에 동의한 것일까요? 그것이 곧 혁명의 동력이었습니다. 마르크스는 그것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 “내가 이 책에서 연구해야 하는 대상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과 그 양식에 상응하는 생산관계 그리고 교환관계이다.” (1권, 45쪽)

 

자본주의 생산양식이라는 것이 바로 노동자 다수가 혁명에 동의하도록 만든 것이었습니다. 다수가 동의하려면 누구에게나 쉽게 납득이 가는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프랑스혁명은 99%의 다수 대중이 아무런 정치적 권리 없이 경제적 의무만 지고 있는 상태를 바꾸자는 데 동의해 발생한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생산양식은 왜 다수 노동자가 혁명에 동의하도록 만든 것일까요? 위의 구절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교환관계’라는 단어입니다.

 

자본주의가 이전의 경제구조와 결정적으로 구별되는 것이 바로 이 교환이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이전에 교환은 극히 제한된 형태로만 있었고 경제의 대부분은 자급자족하는 구조였습니다. 모든 사람은 마을을 이루어 모여 살았고 마을에서 생산된 것만을 소비했습니다. 생산과 소비가 일치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런 경제구조에서는 생산하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이 동일하기 때문에 생산을 열심히 한 사람은 소비도 풍족하게 할 수 있습니다. 소위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가 현실과 일치하는 것이지요.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면 잘살고 베짱이처럼 게으름을 피우면 가난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에서는 모든 생산이 내가 소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장에 팔기 위한 것이고, 내가 소비하는 물건도 누군가 다른 사람이 생산해서 시장에 내놓은 것을 구매한 것입니다. 교환이 생산과 소비를 분리시키고 중간에 이들을 매개하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이런 구조가 되면 당장 개미처럼 열심히 일해도 소비를 풍족하게 할 수 없는 가능성이 발생합니다. 생산은 나의 소비를 위한 것이 아니니까요.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 가능성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노동하는 사람이 가난한 노동빈곤(working poor)이 바로 그것입니다.

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가난하다니 누가 보아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 물음은 다수에게서 쉽게 동의를 받아낼 수 있었고 혁명은 그래서 발발한 것입니다. 마르크스는 바로 이 교환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자본주의 생산양식이야말로 혁명의 동력을 끌어낸 원인이며, 따라서 이것을 개혁하는 것이 혁명의 목표라는 점을 얘기한 것입니다. 그런데 누구나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이 수수께끼, 즉 부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가난한 까닭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시정하려는 혁명은 너무도 허망하게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마르크스는 그것에 대한 원인도 <자본>에서 찾아냈습니다.

 

■ 혁명이 실패한 원인은 무엇일까 : 변증법

 

마르크스는 먼저 혁명이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인내를 요구하는 과정이란 것을 지적합니다. 1848년 혁명이 본받으려 했던 프랑스 혁명도 1789년 처음 발발한 다음 3번의 후퇴와 3번의 전진을 거쳐 8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성공에 이르렀답니다.


“학문을 하는 데에는 평탄한 길이 없으며
가파른 험한 길을 힘들여 기어 올라가는
노고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만이
정상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1권, 63쪽)


혁명의 목표는 이처럼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정상으로 가기 위한 지속적인 과정을 필요로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요소를 마르크스는 두 가지로 압축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변증법이고, 다른 하나는 유물론입니다. 변증법은 사회의 운동법칙을 알려주고, 유물론은 혁명이 이 운동법칙에 따라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먼저 변증법에 대해서 마르크스는 사회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유기체’(48쪽)라고 하면서 그것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 “생명은 … 하나의 발전단계에서 다른 단계로 이행하고 나면 곧바로 다시 다른 법칙의 지배를 받기 시작한다. 요컨대 경제생활은 생물학이라는 … 영역에서의 발전사와 비슷한 현상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1권, 59쪽)

 

어린아이가 자라면 그에 따라 옷도, 음식도, 그리고 가르쳐야 할 교육 내용도 달라지는 것처럼 혁명도 그런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제가 가끔 노동현장에서 만나는 활동가들은 그렇게 얘기하곤 합니다. “복잡할 게 뭐 있습니까? 머리 박고 싸우면 되는 거지요, 뭐.” 그래서 한 노동운동 활동가의 자서전 제목이 <길은 복잡하지 않다>일 정도입니다. 그러나 변화는 그렇게 단순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변화는 사물의 성숙에 따라 끊임없이 새로운 내용을 채워나갈 때에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혁명도 사회를 보다 성숙한 방향으로 밀고 나갈 때에만 비로소 성공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혁명도 그것이 목표로 했던 자본주의가 봉건제보다 더욱 성숙한 사회였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여기에는 중요한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개 변화를, 기존의 것을 없애고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설 때 한나라당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하던 얘기가 ‘잃어버린 10년’인데요. 이 말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10년 동안 이루어진 정치적 성과를 모두 없애고 10년 전의 상태로 돌린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인식은 사물의 운동법칙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1은 성숙해지면서 2가 되는데 이 2는 기존의 1에 1을 더해야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2=1+1). 만일 기존의 1을 없애버리면 새롭게 추가하는 1밖에 남지 않기 때문에 사회는 보다 나은 상태로 발전하지 못하고 도로아미타불의 제자리걸음을 하게 됩니다. 이것은 마치 혁명의 목표인 산의 정상을 오르기 위해 계단을 쌓는 것과 같습니다. 첫 번째 계단을 허물어버리면 결코 두 번째 계단을 놓을 수 없는 것입니다. 과거는 현재와 단절되어서는 안되고 오히려 현재의 출발점이 되어야만 보다 나은 미래가 가능한 것입니다.


이것을 1848년 혁명에 적용하면 교훈의 정체가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자본주의는 봉건제가 더욱 성숙해진 체제입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의 개혁은? 당연히 자본주의가 충분히 성숙해야만 이루어집니다. 자본주의 개혁은 자본주의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그대로 존속시키면서 그 위에 건설된다는 말입니다. 앞으로 이 얘기는 여러 번 다시 나올 것이니 우선은 여기까지만 얘기해 두겠습니다. 어쨌든 마르크스는 변증법을 이렇게 요약하고 있습니다. ‘현존하는 것들에 대한 긍정적인 이해’란 구절이 바로 제가 설명드린 교훈과 관련된 것입니다.

 

▲ “변증법은 현존하는 것들에 대한긍정적인 이해 속에 그것의 부정과그것의 필연적인 몰락에 대한 이해를함께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생성하는 모든 형태를 운동의 흐름으로파악하며, 따라서 그것들을 언제나일시적인 것으로만 파악하기 때문이다.” (1권, 61쪽)

※ 인용한 <자본>의 원문 쪽수는 도서출판 길에서 출판한 한국어판의 쪽수를 가리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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