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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티일기215】김장하는 날
새벽 다섯시 아직 밖은 깜깜한데 밖에 사람들 소리로 시끌짝 합니다. 마당에서 2층 사는 영웅이네가 김장을 시작하는 소리입니다. 아내가 밖에 나갔다 오더니 300포기 할거라서 일찍 시작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우리 사는 곳이 세종특별시라 해도 그래도 그냥 촌동네 입니다. 집 옆에 있는 밭에 배추, 무, 마늘, 고추, 파, 생강 다 심어서 거두어 다듬었다가 이렇게 한 날 날잡아서 모두 모여 김장을 합니다.
옛날에는 김장한 김치를 땅을 파고 항아리에 묻었는데, 힘쎈 남자들은 아침부터 마당 한쪽에 항아리 묻을 땅을 파느라 끙끙댔습니다. 그런데 잘 씻어서 말려놓은 항아리가 쏙 들어가도록 좀 널찍하게 구덩이를 파면 좋으련만 딱 맞게 파서 항아리가 깨지기도 했습니다.
다른 땐 몰라도 김장하는 날 만큼은 여자들 세상입니다. 남자들은 그저 여자들의 수다를 들으며 시키는 대로 돌쇠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김치를 김치통에 담아 냉장고 속에 묻어두기 때문에 구댕이 팔 일이 없는 힘쎈 남자들도 얼쩡거리다 쪼그리고 앉아서 김치를 버무리네요. 참, 남자들 모양 빠지네.... ⓒ최용우 2012.11.18
사진:이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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