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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바람에 갈대들이 휘휘 넘어집니다.
투명한 물결이 좌우로 휘휘 쓸려갑니다.
눈이 내리려는지…….
그런데 북쪽 하늘이 하얗게 변합니다.
´끼륵끼륵~. 끼르륵~.´
수많은 백조들이 날아옵니다. 시베리아의 혹독한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날아오는 것입니다.
˝끼륵끼륵~ 벌써 청둥오리들이 와 있네.˝
˝끼륵끼륵~ 저기 노랑부리 저어새들도 보이잖아.˝
˝저기 도요새들도 보이고……. 우리 백조들이 제일 늦은가 봐.˝
을숙도 가장자리에는 황새들이 있습니다.
백조들은 을숙도로 내려오며 먼저 온 새들에게 인사하기 바쁩니다.
´끼륵끼륵~. 끼르륵~.´
백조들 날갯짓 소리가 참 요란합니다. 큰고니 작은 고니 흑고니들로 구성된 백조들이 을숙도를 점령했어요.
˝끼륵끼륵~ 그 소년은 어디 있을까? 안 보이네!˝
다른 곳에 비하면 맑고 깨끗한 을숙도입니다. 백조들은 을숙도에 내려오자마자 작년에 보아둔 풍경들을 하나씩 확인합니다.
먼 여행 끝이라 배가 고픈 모양이지요. 머리를 자꾸 물 속에 쳐 넣습니다. 자맥질을 하며 허겁지겁 먹이를 잡아먹습니다.
´소년은 어디 있을까?´
소년은 소나무 숲 언덕 아래에 앉아 있습니다. 백조들이 찾아온 것을 보고 무척 기뻐했어요.
하지만 기쁨도 잠시, 초조하게 아빠를 쳐다봅니다.
소년은 이내 발을 동동 구릅니다.
재빠르게 갈대 숲으로 들어가는 아빠입니다. 허리를 좀 펴고 총을 겨누는데,
˝아빠!˝
˝쉿! 조용히…….˝
아빠는 뒤돌아보며 손가락을 입에 세웁니다.
다시 백조들을 향해 총을 겨눕니다. 방아쇠를 당깁니다.
´타앙!´
총소리가 을숙도에 울려 펴집니다. 하지만 실패지요.
˝이 녀석 보게! 너 왜 아빠 옷을 잡아당기는 거냐? 왜?˝
˝아빠, 제발!˝
총소리에 놀란 백조들이 하얗게 날아오릅니다. 다른 철새들도 사방으로 날아오릅니다.
사냥에 실패한 아빠는 화를 내며 소년에게 다가섭니다.
˝너 정말!˝
˝아빠, 저 새들을 쏘지 말아요.˝
˝너 왜 아빠의 사냥을 훼방놓는 거냐? 저 백조가 얼마짜리인데! 아이고, 저것을 놓쳤다니…….˝
˝저 새들이 불쌍하단 말예요. 제 친구들이란 말예요.˝
˝이런! 사람이 어떻게 새하고 친구가 된다는 거냐?˝
˝친구예요. 작년에도 같이 놀았는 걸요. 저는 백조들하고 말을 나눌 수 있어요.˝
˝뭐? 네가 어떻게 새들하고 말을 나눠?˝
˝할 수 있어요.˝
˝이 바보 같은 녀석 보게나. 오늘 사냥 망쳤네. 어서 집에 가 누워 있어!˝
˝아빠도 같이 가요.˝
˝어서 가라고! 네 병 고쳐야 하잖아!˝
아빠가 소리치자 소년은 울상이 됩니다.
소년은 터벅터벅 걸어 바위 언덕을 오릅니다.
좀 걷다가 뒤돌아봅니다.
소년은 아빠를 보고, 아빠는 백조들이 떠나간 하늘을 보고 있습니다. 갈대에 부는 바람 소리가 참 쓸쓸하게 들리는 시간.
소년은 샛길로 걸어갑니다. 소년의 등뒤에 저녁 물결이 빨갛게 물들고 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소년은 혼자 을숙도로 찾아옵니다.
물가에 앉아 손을 흔듭니다. 소년의 손은 하얗습니다.
˝백조들아, 다시 을숙도로 와 주어서 고마워…….˝
소년은 백조들과 친구가 되는 법을 압니다. 마음 속에서 욕심을 버려야겠지요. 이기심도 버려야겠지요.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가만 앉아있으면 됩니다.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이윽고 백조 하나가 소년에게 다가옵니다.
˝백조야, 이 을숙도가 좋지? 그래서 다시 찾아온 거지?˝
˝에이, 아냐.˝
˝왜?˝
˝이 을숙도가 더럽혀져서 이젠 안 오려고 했단 말야.˝
˝정말 그렇긴 해. 쓰레기들이 널려 있으니…….˝
주위를 둘러보니 빈 병들과 낡은 운동화들이 보입니다. 과자봉지며 벽돌 깨진 것도 보입니다.
˝소년아, 저 검붉은 물 좀 봐.˝
˝정말…….˝
˝에이, 싫어!˝
백조들은 검붉은 물을 피해 아래로 이동합니다. 하나가 이동해 가면 주욱 따라갑니다.
소년은 백조들을 따라 둑길을 걸어갑니다.
˝그래도 을숙도에 와 주어서 고마워.˝
˝네가 보고 싶기도 했어.˝
그 말에 소년은 얼굴이 환해집니다.
˝헤헤헤, 내가 보고싶었다고? 내가 잘 생겼나 봐. 하기야 나는 너희들의 친구니까.˝
˝그래, 맞아.˝
백조 하나가 먹이를 잡아먹으며 오자 소년은 그의 등을 만집니다. 서로 친구니까요.
어느새 수많은 백조들 사이에 소년이 끼어 있습니다. 소년도 백조들처럼 첨벙 첨벙거리며 물장난을 칩니다.
˝백조야, 나도 너희들처럼 날개를 달면 어떨까?˝
˝아니, 왜?˝
˝내 살결이 하얗게 변하고 있잖아. 참 이상하지! 간호사 누나가 그러는데, 백조가 나를 낳아서 그런 거래.˝
˝뭐? 우리 백조가 어떻게 사람을 낳겠니?˝
˝정말이야. 간호사 누나가 그랬단 말야. 내가 백조병에 걸렸다고.˝
˝에이!˝
˝정말이라니까…….˝
백조들은 소년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살결이 하얀 소년! 애써 미소짓는 얼굴이 창백했어요. 쓸쓸해 보일 정도입니다.
˝그렇겠구나…….˝
˝난 학교에 가도 친구가 없어. 집 앞에서도 친구가 없어. 나하고는 안 놀아준단 말야. 그래서 말인데, 내 소원 좀 들어 줘. 나도 너희들처럼 진짜 날개를 달고 싶단 말야.˝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잖아.˝
˝왜?˝
˝사람이 어찌 날개를 달 수 있겠니. 날개는 새에게만 있는 거야.˝
˝…….˝
˝미안해……. 소년아…….˝
소년은 시무룩해집니다.
백조들을 따라다니기 싫어진 모양이지요.
소년은 바위 위에 앉았어요. 솔잎을 주워 입에 뭅니다. 오래도록 을숙도의 풍경을 바라봅니다.
이젠 홍시를 풀어놓은 듯 을숙도가 빠알가니 물결치는데…….
그때였어요.
´타앙!´
총소리가 울려 퍼지며 백조들이 요란스럽게 날아오릅니다. 끼룩끼룩거리며 하얗게 날아오르는 백조들!
그런데 한 마리는 날지 못했어요. 계속 허우적거리며 달아나는 것입니다.
˝아, 아빠! 세상에…….˝
소년은 총을 들고 나타난 아빠를 발견합니다.
아빠는 허우적거리며 달아나는 백조를 쫓아가기 바쁩니다.
물로 뛰어 들어갑니다. 결국 그 백조를 붙잡았어요.
˝아빠…….˝
아빠는 백조를 양팔로 힘껏 안았어요. 소나무 언덕길을 올라갑니다. 그렇게 백조를 안고 사라져 가는 아빠입니다.
소년은 아무렇게나 덜석 주저앉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어요.
백조들은 모두 어디로 날아갔는지…….
빈 하늘에 흰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소년의 머리에 흰눈이 쌓여갑니다. 갈대 숲에도 쌓여가고 홍시 빛 물결에도 쌓여갑니다.
다음 날, 을숙도에는 백조들이 보이지 않았어요.
하루가 또 지나도 보이지 않았어요.
병약한 소년은 매일 시간을 내어 을숙도로 찾아옵니다.
´어쩜 좋아…….´
안타까움 속에 한 달이 지나갔어요.
다음 해, 마지막 달력이 떨어져 나가도 백조들은 보이지 않았어요.
이미 쓰레기와 오염 물질로 더럽혀진 을숙도!
소년은 쓰레기를 주우며 하루를 보냅니다. 오염 물질이 보이면 그것을 힘들여 걷어내곤 합니다. 때로는 차가운 물 속으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백조들은 아예 을숙도를 등진 모양이지요.
´어쩜 좋아…….´
어제도 오늘도 을숙도에는 황량한 바람만 붑니다.
그런데 흰눈이 펄펄 내리는가 싶더니 북쪽 하늘에 백조들이 보였어요.
´끼륵끼륵~. 끼르륵~.´
´끼륵끼륵~. 끼르륵~.´
백조들은 하늘을 한 바퀴 돕니다. 하지만 을숙도에는 내려앉지 않았어요. 그냥 지나칠 모양입니다.
´끼륵끼륵~. 끼르륵~.´
더 먼 곳, 더 맑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물을 찾아 떠날 모양이지요.
그런데,
˝끼륵끼륵~. 어, 저것이 뭐야?˝
참 이상한 일이 백조들 눈에 보였어요. 을숙도 물에서 뭔가 솟아오르더니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입니다.
처음엔 사람인 듯 했지만, 그건 백조였어요.
´푸드득~. 푸드득~.´
날갯짓을 참 서툴게 하는 그 백조 한 마리!
어느새 다른 백조들 사이로 끼여듭니다.
찬바람이 을숙도 갈대 숲을 휩쓸며 지나가는 시간. 하늘에는 수많은 백조들이 끼룩끼룩거리는데…….
을숙도 소나무 숲을 급하게 빠져나오는 사람이 있었어요. 예전의 그 사냥꾼입니다.
사냥꾼은 덜석 주저앉다가 일어서고는 물을 쳐다봅니다.
˝아이고, 이 바보 같은 녀석아! 이 더러운 을숙도를 네가 다 청소한다고 그랬냐? 백혈병에 걸린 네 몸조리는 안 하고! 아이고, 내 아들아! 네가 죽다니…….˝
사냥꾼은 울음을 터뜨리며 소리칩니다. 자꾸 소리칩니다.
그 울부짖음을 뒤로한 채 하늘을 날고 있는 백조들!
˝자, 가자! 새 친구야 반가워. 너도 이젠 날개를 달게 된 거야.˝
더 맑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물은 어디에 있는가?
수많은 백조들이 날아갑니다. 하늘 저 멀리, 어딘 가로 하염없이 날아갑니다
투명한 물결이 좌우로 휘휘 쓸려갑니다.
눈이 내리려는지…….
그런데 북쪽 하늘이 하얗게 변합니다.
´끼륵끼륵~. 끼르륵~.´
수많은 백조들이 날아옵니다. 시베리아의 혹독한 추위를 피해 남쪽으로 날아오는 것입니다.
˝끼륵끼륵~ 벌써 청둥오리들이 와 있네.˝
˝끼륵끼륵~ 저기 노랑부리 저어새들도 보이잖아.˝
˝저기 도요새들도 보이고……. 우리 백조들이 제일 늦은가 봐.˝
을숙도 가장자리에는 황새들이 있습니다.
백조들은 을숙도로 내려오며 먼저 온 새들에게 인사하기 바쁩니다.
´끼륵끼륵~. 끼르륵~.´
백조들 날갯짓 소리가 참 요란합니다. 큰고니 작은 고니 흑고니들로 구성된 백조들이 을숙도를 점령했어요.
˝끼륵끼륵~ 그 소년은 어디 있을까? 안 보이네!˝
다른 곳에 비하면 맑고 깨끗한 을숙도입니다. 백조들은 을숙도에 내려오자마자 작년에 보아둔 풍경들을 하나씩 확인합니다.
먼 여행 끝이라 배가 고픈 모양이지요. 머리를 자꾸 물 속에 쳐 넣습니다. 자맥질을 하며 허겁지겁 먹이를 잡아먹습니다.
´소년은 어디 있을까?´
소년은 소나무 숲 언덕 아래에 앉아 있습니다. 백조들이 찾아온 것을 보고 무척 기뻐했어요.
하지만 기쁨도 잠시, 초조하게 아빠를 쳐다봅니다.
소년은 이내 발을 동동 구릅니다.
재빠르게 갈대 숲으로 들어가는 아빠입니다. 허리를 좀 펴고 총을 겨누는데,
˝아빠!˝
˝쉿! 조용히…….˝
아빠는 뒤돌아보며 손가락을 입에 세웁니다.
다시 백조들을 향해 총을 겨눕니다. 방아쇠를 당깁니다.
´타앙!´
총소리가 을숙도에 울려 펴집니다. 하지만 실패지요.
˝이 녀석 보게! 너 왜 아빠 옷을 잡아당기는 거냐? 왜?˝
˝아빠, 제발!˝
총소리에 놀란 백조들이 하얗게 날아오릅니다. 다른 철새들도 사방으로 날아오릅니다.
사냥에 실패한 아빠는 화를 내며 소년에게 다가섭니다.
˝너 정말!˝
˝아빠, 저 새들을 쏘지 말아요.˝
˝너 왜 아빠의 사냥을 훼방놓는 거냐? 저 백조가 얼마짜리인데! 아이고, 저것을 놓쳤다니…….˝
˝저 새들이 불쌍하단 말예요. 제 친구들이란 말예요.˝
˝이런! 사람이 어떻게 새하고 친구가 된다는 거냐?˝
˝친구예요. 작년에도 같이 놀았는 걸요. 저는 백조들하고 말을 나눌 수 있어요.˝
˝뭐? 네가 어떻게 새들하고 말을 나눠?˝
˝할 수 있어요.˝
˝이 바보 같은 녀석 보게나. 오늘 사냥 망쳤네. 어서 집에 가 누워 있어!˝
˝아빠도 같이 가요.˝
˝어서 가라고! 네 병 고쳐야 하잖아!˝
아빠가 소리치자 소년은 울상이 됩니다.
소년은 터벅터벅 걸어 바위 언덕을 오릅니다.
좀 걷다가 뒤돌아봅니다.
소년은 아빠를 보고, 아빠는 백조들이 떠나간 하늘을 보고 있습니다. 갈대에 부는 바람 소리가 참 쓸쓸하게 들리는 시간.
소년은 샛길로 걸어갑니다. 소년의 등뒤에 저녁 물결이 빨갛게 물들고 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소년은 혼자 을숙도로 찾아옵니다.
물가에 앉아 손을 흔듭니다. 소년의 손은 하얗습니다.
˝백조들아, 다시 을숙도로 와 주어서 고마워…….˝
소년은 백조들과 친구가 되는 법을 압니다. 마음 속에서 욕심을 버려야겠지요. 이기심도 버려야겠지요.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가만 앉아있으면 됩니다.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이윽고 백조 하나가 소년에게 다가옵니다.
˝백조야, 이 을숙도가 좋지? 그래서 다시 찾아온 거지?˝
˝에이, 아냐.˝
˝왜?˝
˝이 을숙도가 더럽혀져서 이젠 안 오려고 했단 말야.˝
˝정말 그렇긴 해. 쓰레기들이 널려 있으니…….˝
주위를 둘러보니 빈 병들과 낡은 운동화들이 보입니다. 과자봉지며 벽돌 깨진 것도 보입니다.
˝소년아, 저 검붉은 물 좀 봐.˝
˝정말…….˝
˝에이, 싫어!˝
백조들은 검붉은 물을 피해 아래로 이동합니다. 하나가 이동해 가면 주욱 따라갑니다.
소년은 백조들을 따라 둑길을 걸어갑니다.
˝그래도 을숙도에 와 주어서 고마워.˝
˝네가 보고 싶기도 했어.˝
그 말에 소년은 얼굴이 환해집니다.
˝헤헤헤, 내가 보고싶었다고? 내가 잘 생겼나 봐. 하기야 나는 너희들의 친구니까.˝
˝그래, 맞아.˝
백조 하나가 먹이를 잡아먹으며 오자 소년은 그의 등을 만집니다. 서로 친구니까요.
어느새 수많은 백조들 사이에 소년이 끼어 있습니다. 소년도 백조들처럼 첨벙 첨벙거리며 물장난을 칩니다.
˝백조야, 나도 너희들처럼 날개를 달면 어떨까?˝
˝아니, 왜?˝
˝내 살결이 하얗게 변하고 있잖아. 참 이상하지! 간호사 누나가 그러는데, 백조가 나를 낳아서 그런 거래.˝
˝뭐? 우리 백조가 어떻게 사람을 낳겠니?˝
˝정말이야. 간호사 누나가 그랬단 말야. 내가 백조병에 걸렸다고.˝
˝에이!˝
˝정말이라니까…….˝
백조들은 소년을 유심히 살펴봅니다.
살결이 하얀 소년! 애써 미소짓는 얼굴이 창백했어요. 쓸쓸해 보일 정도입니다.
˝그렇겠구나…….˝
˝난 학교에 가도 친구가 없어. 집 앞에서도 친구가 없어. 나하고는 안 놀아준단 말야. 그래서 말인데, 내 소원 좀 들어 줘. 나도 너희들처럼 진짜 날개를 달고 싶단 말야.˝
˝하지만 그건 불가능하잖아.˝
˝왜?˝
˝사람이 어찌 날개를 달 수 있겠니. 날개는 새에게만 있는 거야.˝
˝…….˝
˝미안해……. 소년아…….˝
소년은 시무룩해집니다.
백조들을 따라다니기 싫어진 모양이지요.
소년은 바위 위에 앉았어요. 솔잎을 주워 입에 뭅니다. 오래도록 을숙도의 풍경을 바라봅니다.
이젠 홍시를 풀어놓은 듯 을숙도가 빠알가니 물결치는데…….
그때였어요.
´타앙!´
총소리가 울려 퍼지며 백조들이 요란스럽게 날아오릅니다. 끼룩끼룩거리며 하얗게 날아오르는 백조들!
그런데 한 마리는 날지 못했어요. 계속 허우적거리며 달아나는 것입니다.
˝아, 아빠! 세상에…….˝
소년은 총을 들고 나타난 아빠를 발견합니다.
아빠는 허우적거리며 달아나는 백조를 쫓아가기 바쁩니다.
물로 뛰어 들어갑니다. 결국 그 백조를 붙잡았어요.
˝아빠…….˝
아빠는 백조를 양팔로 힘껏 안았어요. 소나무 언덕길을 올라갑니다. 그렇게 백조를 안고 사라져 가는 아빠입니다.
소년은 아무렇게나 덜석 주저앉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어요.
백조들은 모두 어디로 날아갔는지…….
빈 하늘에 흰눈이 내리기 시작합니다. 소년의 머리에 흰눈이 쌓여갑니다. 갈대 숲에도 쌓여가고 홍시 빛 물결에도 쌓여갑니다.
다음 날, 을숙도에는 백조들이 보이지 않았어요.
하루가 또 지나도 보이지 않았어요.
병약한 소년은 매일 시간을 내어 을숙도로 찾아옵니다.
´어쩜 좋아…….´
안타까움 속에 한 달이 지나갔어요.
다음 해, 마지막 달력이 떨어져 나가도 백조들은 보이지 않았어요.
이미 쓰레기와 오염 물질로 더럽혀진 을숙도!
소년은 쓰레기를 주우며 하루를 보냅니다. 오염 물질이 보이면 그것을 힘들여 걷어내곤 합니다. 때로는 차가운 물 속으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백조들은 아예 을숙도를 등진 모양이지요.
´어쩜 좋아…….´
어제도 오늘도 을숙도에는 황량한 바람만 붑니다.
그런데 흰눈이 펄펄 내리는가 싶더니 북쪽 하늘에 백조들이 보였어요.
´끼륵끼륵~. 끼르륵~.´
´끼륵끼륵~. 끼르륵~.´
백조들은 하늘을 한 바퀴 돕니다. 하지만 을숙도에는 내려앉지 않았어요. 그냥 지나칠 모양입니다.
´끼륵끼륵~. 끼르륵~.´
더 먼 곳, 더 맑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물을 찾아 떠날 모양이지요.
그런데,
˝끼륵끼륵~. 어, 저것이 뭐야?˝
참 이상한 일이 백조들 눈에 보였어요. 을숙도 물에서 뭔가 솟아오르더니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입니다.
처음엔 사람인 듯 했지만, 그건 백조였어요.
´푸드득~. 푸드득~.´
날갯짓을 참 서툴게 하는 그 백조 한 마리!
어느새 다른 백조들 사이로 끼여듭니다.
찬바람이 을숙도 갈대 숲을 휩쓸며 지나가는 시간. 하늘에는 수많은 백조들이 끼룩끼룩거리는데…….
을숙도 소나무 숲을 급하게 빠져나오는 사람이 있었어요. 예전의 그 사냥꾼입니다.
사냥꾼은 덜석 주저앉다가 일어서고는 물을 쳐다봅니다.
˝아이고, 이 바보 같은 녀석아! 이 더러운 을숙도를 네가 다 청소한다고 그랬냐? 백혈병에 걸린 네 몸조리는 안 하고! 아이고, 내 아들아! 네가 죽다니…….˝
사냥꾼은 울음을 터뜨리며 소리칩니다. 자꾸 소리칩니다.
그 울부짖음을 뒤로한 채 하늘을 날고 있는 백조들!
˝자, 가자! 새 친구야 반가워. 너도 이젠 날개를 달게 된 거야.˝
더 맑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물은 어디에 있는가?
수많은 백조들이 날아갑니다. 하늘 저 멀리, 어딘 가로 하염없이 날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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