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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엄마의 구두

엄마동화 이상교............... 조회 수 1316 추천 수 0 2005.07.07 10:29:41
.........
  엄마는 열 한 시에 있는 어머니 회의에 올 수 없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다른 애들 엄마는 다 온다던데.˝
투덜대자 엄마는 마지못해 말했습니다.
˝막내고모가 잠깐 와서 가게를 봐 준다면 모를까…. 신고 갈 구두도 마땅찮고.˝
엄마는 분식점을 합니다.
˝강미야, 너희 엄마 오신댔니?˝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짝인 단주가 물었습니다.
˝몰라, 잘.˝
˝붓글씨 특선인데 안 오시겠니? 내가 만일 특선이라면 우리 엄만 아마 맨발로 달려오실 거야.˝
단주 이모도 올 거라고 했습니다.
엄마나 아이들은 어머니 회의보다 붓글씨 전시회에 더 마음이 쏠렸습니다. 붓글씨 시범 학교여서 더 그러했습니다.
강미는 아이들 얘기를 듣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그럴수록 더 잘 들렸습니다.
˝우린 할머니도 오신댔다. 꽃다발 가지고.˝
입선일 뿐인 수혜가 자랑했습니다.
´구두가 없나, 뭐어. 오지 않으려는 핑계지.´
엄마는 가게 문을 닫지 않을 것입니다.
엄마는 가게 문을 닫지 않을 것입니다.
분식집을 하면서 가게 문을 닫은 적은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단 한 번뿐이었습니다.
´지금도 신발 바닥이 닳도록 뛰어다닐걸…….´
바빠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엄마는 구두나 운동화를 신고 있을 때보다 슬리퍼를 신고 있을 때가 더 많았습니다. 바닥이 다 닳은 파란색 슬리퍼.
강미의 붓글씨는 전시장 가운데 벽에 붙여졌습니다. 특선 다섯 작품 가운데 들었습니다.
어머니 회의는 일층 교무실 옆 회의실에서 있었습니다.
˝우리, 회의하는 데 가 볼래? 엄마 왔나 보게.˝
셋째 쉬는 시간에 단주가 말했습니다.
˝회의실에?˝
수혜가 되물었습니다.
˝아직 안 끝났을 거야.˝
˝그래도 가 보자.˝
단주와 수혜가 앞장섰습니다.
강미는 별로 가고 싶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안 왔을 것이 뻔합니다. 그러면서도 쭐레쭐레 둘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회의실에서는 간간이 헛기침 소리만 들릴 뿐 조용했습니다.
˝아직 안 끝났는데, 어쩍하지? 문 틈으로 몰래 들여다볼까?˝
수혜가 회의실 문에 귀를 갖다 대며 작은 소리로 물었습니다.
˝그러다 교감 선생님하고 눈이 딱 마주치면 어쩔래?…… 아! 그래. 좋은 생각이 있어.˝
단주가 창가 쪽의 신발장 앞으로 살금살금 걸음을 옮겼습니다.
신발장에는 회의에 참석한 엄마들의 신발이 나란히 놓여져 있었습니다.
신고 온 신발을 벗어 두고 실내 슬리퍼로 바꿔 신은 것입니다.
˝엄마 구두를 찾아보는 거야. 그러면 엄마가 왔는지 안 왔는지 금세 알 수 있거든.˝
신발장 안의 신발들은 서른 켤레가 넘었습니다.
˝단주, 머리 잘 돌아가는 건 알아 줘야 한다니까.˝
수혜가 단주 옆에 붙어서며 말했습니다.
´엄만 안 왔을 거야.´
생각은 그렇게 하면서도 눈은 신발장으로 향했습니다.
´엄마 구두, 엄마 구두…….´
하지만 엄마 구두가 어떻게 생겼는지 얼른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무슨 색깔이더라?´
구두뿐 아닙니다.
엄마의 손가방, 엄마가 외출할 때 입는 옷도 갑자기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엄마한테 구두가 있었나?´
그것조차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찾았다! 바로 요 구두라고.˝
신발장 맨 아래칸에 놓인 까맣고, 굽이 높은 구두를 단주가 손으로 가리켰습니다.
단주가 저희 엄마 구두라고 말하는 구두는, 보통의 구두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금세 찾았습니다.
˝우리 엄마 구두는 어딨지?˝
수혜는 신발장의 구두를 한 켤레씩 훑어보았습니다.
˝이렇게 많은 데서 어떻게 엄마 구두를 찾는다는 거니?˝
강미가 불쑥 말했습니다.
˝기다려 봐. 찾을 수 있어.˝
수혜는 몇 켤레의 구두를 꺼냈다가 도로 제자리에 놓았습니다.
강미도 수혜의 손길을 쫓아 구두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저기 까만 건가? 아니 이 고동색인가? 여기 흰색인가?…… 아냐, 아마 안 왔을 거야.´
강미는 엄마 구두가 도무지 머리에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우리 엄마 구두, 찾았다!˝
수혜는 제 엄마의 구두를 찾아 낸 것을 마치 엄마를 만난 듯 좋아했습니다.
˝너희 엄마 구두, 못 찾았니?˝
보다못한 단주가 물었습니다.
˝우리 엄만 못 왔을 거야. 그리고 있다고 해도 어떻게 찾을 수 있겠어?˝
˝우리가 찾는 걸 봤잖아.˝
강미는 다시 구두를 살펴보았습니다.
´이 쪽 구둔가? 아니, 저것 같기도 하고…….´
그러다 그만두었습니다. 단주와 수혜 보기가 멋쩍었습니다.
때마침 회의를 마친 엄마들이 회의실에서 나왔습니다.
엄마들은 실내화를 구두로 바꿔 신었습니다.
단주와 수혜는 저희 엄마와 금세 만났습니다. 미리 찾아 낸 구두를 엄마에게 내밀었습니다.
´역시 못 온 거야!´
공연히 구두를 찾으려고 애쓴 것이 후회되었습니다.
강미는 단주와 수혜의 뒤를 따라 걸어갔습니다.
단주 엄마의 굽 높은 구두가 또각또각 소리를 냅니다. 수혜 엄마의 구두는 주인처럼 얌전합니다.
˝강미야!˝
뒤에서 문득 강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가 환하게 웃고 있었습니다.
강미는 한달음에 달려갔습니다.
˝엄마, 못 온댔잖아!˝
˝막내고모가 가게에 왔단다.˝
˝으응, 그런데 엄마, 어떻게 금세 난 줄 알았어?˝
강미는 엄마 손을 잡으며 물었습니다.
˝엄만, 강미 발꿈치만 보고도 다 알지!˝
˝에이, 어떻게 발꿈치만 보고 알아!˝
강미는 엄마가 모르게 엄마 구두를 훔쳐보았습니다. 엄마 구두는 까맣고, 앞이 둥그렇고, 굽이 낮았습니다.
일 년에 한 번 신을까 말까한 구두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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