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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고추를 단 아람이

창작동화 이영호............... 조회 수 2019 추천 수 0 2005.07.13 14:01:02
.........
  가람이는 다섯 살, 아람이는 세 살입니다. 언니 가람이는 수줍고 겁이 많으면서 얼굴이 예쁩니다. 그런데 동생 아람이는 계집애이면서도 우락부락한 사내아이처럼 생겼습니다.
“쯧쯧…, 고추나 하나 달고 나왔으면 얼마나 좋아! 생기기는 머슴애처럼 생겨가지고, 이게 뭐람.”
두 아이의 목욕을 시킬 때면 할머니는 아람이의 사타구니를 씻으면서 입버릇처럼 고추 타령을 하십니다. 그런 아람이 때문에 엄마도 할머니 앞에서 기를 펴지 못합니다.
어느 날, 유치원 입학을 앞둔 가람이 앞에서 할머니가 또 아람이의 고추 타령을 하셨습니다.
“할머니, 고추가 그렇게 좋은 거야?”
가람이가 눈을 반짝이며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그럼, 좋고말고! 아람이가 고추를 달고 나왔으면 가람이 너는 어여쁜 공주고, 아람이는 씩씩한 왕자가 되지. 우리 집에 공주와 왕자가 있으니까 얼마나 좋아.”
할머니가 대답하셨습니다.
“정말 그렇겠네.”
그림책에서 왕자와 공주 이야기를 많이 읽은 가람이는 순순히 할머니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람이 넌 고추를 달고 나오지 왜 그랬어? 그랬으면 넌 왕자가 되고, 난 공주가 될 텐데.”
가람이는 고추가 없는 아람이를 구박하듯 말했습니다.
“언니, 고추 매워! 호오 해! 고추 싫어.”
영문을 모르는 아람이의 대꾸에 할머니와 가람이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고추를 달고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가람이는 그런 아람이가 좋습니다. 어느 날, 아람이는 새로 입힌 옷에 쉬를 했습니다. 아람이는 자주 그런 실수를 했습니다. 그래놓고는 저도 부끄러운지 그 때마다 ‘왕’ 하고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엄마! 아람이 또 오줌 쌌어!”
가람이는 울고 있는 아람이를 싸안으며 어쩔 줄 모르고 엄마를 불렀습니다.
“쯧쯧…… 금방 갈아입힌 옷에 오줌을 싸면 어쩌누?”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던 엄마가 달려와 아람이의 바지를 벗기며 짜증스럽게 말했습니다.
“오줌이 마려우면 쉬 하고 말해야지, 이게 뭐야?”
엄마는 아람이의 벌거벗은 엉덩이를 철썩 때리고는 손목을 잡고 목욕탕으로 들어갔습니다. 엉덩이를 맞은 아람이는 ‘와앙!’ 하고 더 크게 울음을 터뜨리며 목욕탕으로 끌려 들어갔습니다. 아람이의 우는 소리에 방에 계시던 할머니가 마루로 나오셨습니다.
“아람이가 왜 우냐?”
할머니는 찡그리고 서 있는 가람이에게 물으셨습니다.
“아람이가 옷에 오줌을 쌌어. 그래서 엄마한테 엉덩이를 맞고 씻으러 목욕탕에 들어간 거야.”
가람이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옷에다 오줌을 쌌으면 맞아야지. 고추도 달지 못한 것이 아직도 오줌을 가리지 못하다니 쯧쯧쯧…”
할머니는 또 고추 타령을 하셨습니다.
“할머니, 고추를 달았으면 오줌을 싸도 야단 안 맞아도 돼?”
“그럼. 되고말고! 왕자님이니까.”
할머니는 싱긋 웃으며 대꾸하셨습니다.
“할머니, 어째서 왕자는 오줌을 싸도 되고 공주는 안 되는 거야?”
가람이는 이상하다는 듯 물었습니다. 할머니는 얼른 대답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지 가람이를 말없이 빤히 바라보셨습니다. 그러다 생각난 듯,
“왕자는 이담에 커서 어른이 되면 임금님이 될 사람이니까 그렇지. 임금님은 뭐든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거든.”
가람이는 할머니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바지에 오줌을 싸는 왕자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며칠 후였습니다. 엄마는 시장에 가시고 집에는 할머니만 계셨습니다.
그런데 또 놀기에 정신이 팔려있던 아람이가 바지에 오줌을 쌌습니다. 아람이는 젖은 가랑이 사이에 손을 대고 엉거주춤 서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너 또 오줌 쌌구나! 엄마도 없는데 어떻게 하지…….”
가람이는 아람이의 우는 모습을 지켜보며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할머니에게 말하면 할머니는 또 고추 타령을 하며 아람이 엉덩이를 때리실 것 같아 겁이 났습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나는 게 있는 듯 아람이에게 말했습니다.
“울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 울면 할머니한테 엉덩이 맞아.”
아람이를 달래던 가람이는 얼른 부엌으로 달려가서 뭔가를 두리번거리며 찾기 시작했습니다. 상치와 풋고추가 담긴 작은 소쿠리를 보자 가람이는 얼른 제 손가락 크기의 풋고추 하나를 들고 나왔습니다.
“아람아, 너 이걸 여기 달고 있어. 그래야 할머니한테 맞지 않아. 자, 이렇게 손으로 달고 있어.”
가람이는 사타구니에 손을 대고 울고 있는 아람이에게 풋고추를 쥐어주며 말했습니다.
“시어, 싫어!”
아람이가 더 크게 울음소리를 뽑아내며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아람이의 울음소리에 방안에 계시던 할머니가 밖으로 나오셨습니다.
“저런! 아람이가 또 오줌을 싼 모양이구나! 그런데 가람이는 그게 뭣 하는 짓이냐?”
할머니는 어이없다는 듯 가람이에게 물었습니다.
“할머니, 아람이는 이제 이렇게 고추를 달고 있어. 그러니까 오줌을 싸도 맞지 않아도 되잖아. 내 말이 맞지, 할머니!”
가람이는 고추를 쥔 손을 아람이의 사타구니에 붙이고 서며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쯧쯧…… 그래, 그것도 고추는 고추지.”
할머니는 웃으며 혀를 차고는 아람이 손을 잡고 목욕탕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지은이:이영호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문단에 등단.
·문협이사, 아동문학분과 회장, 한국아동문학가협회 회장, 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보건복지부 중앙아동복지위원, 사단법인 어린이문화진흥회 회장, 한국아동문학인협회 고문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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