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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빨리 빨리 아들과 천천히 아빠

창작동화 김철수............... 조회 수 1321 추천 수 0 2005.07.24 14:03:01
.........
일본의 어떤 산간 농촌지방에 채소농사를 지어 도시에 내다 파는 농부가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채소를 소달구지에 싣고 거의 하룻길을 꼬박 가야만 도시에 있는 장터에 도달할 수 있었기 때문에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아주 성격이 대조적이었습니다. 모든 일에 쉬엄쉬엄하는 아버지와 빨리빨리 서두르는 아들은 자주 의견 충돌을 했습니다.
“아버지 이렇게 늦장을 부리시다간 죽도 밥도 안되겠어요. 벌써 해가 중천에 올랐잖아요.”
“그렇구나. 그래도 하루종일 먼길을 가야 하는데 우선 소에게 배불리 먹이를 줘야하지 않겠니?”
“우리 목적은 어서 시장에 가서 좋은 가격을 받고 채소를 파는 게 아닙니까?”
아들은 이날도 아버지가 늦장을 부리는 바람에 속이 상했습니다.
‘맨날 세상을 이렇게 사니 이 산골에서 가난을 못 면하고 이 모양 이꼴이지…….’
혼자 투덜거리며 불평을 쏟아 놓았습니다.
“아들아, 이젠 출발하자.”
아버지는 달구지를 끄는 소의 고삐를 끌어당기며 집을 떠났습니다.
“지금 출발해 가지고 해지기 전에 시장에 도착하겠어요?”
아들은 퉁명스럽게 말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조금도 걱정스럽거나 초조한 표정이 아니었습니다.
“가다보면 늦을 수도 있고 빠를 수도 있고 세상살이가 다 그런거란다.”
이마에 땀이 송알송알 맺힐 때까지 채소를 달구지에 가득 싣고 도시에 있는 시장을 향해 아들은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한참을 가다가 거의 점심 때쯤 되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했습니다.
“얘야.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큰 집에 들른지가 너무 오래된 것 같구나. 잠깐만이라도 형님을 뵙고 가겠다.”
아들은 기가 막혔습니다.
“지금이 몇 시인데 또 어디를 들른단 말씀이예요. 큰집이야 돌아올 때 들러도 되지 않습니까?”
“그런 게 아니란다. 우리가 정성들여 채소농사를 지었으니 다만 몇 포기라도 먼저 형님댁에 들러 전해드려야 되지 않겠니?”
“아버지 우리가 집에서 새벽에 떠나야 겨우 해지기 전에 시장에 도착할 수 있는데 지금 또 큰집까지 들르면 한밤중에 도착하겠다는 말씀입니까?”
“큰집에 들른 시간만큼 쉬지 않고 좀더 빨리 가면 되지 않겠니?”
아버지와 아들은 한참 동안 실랑이를 벌였습니다.
“맨날 이렇게 사시니까 이 모양 이꼴이라니까요.”
아들은 노골적으로 불평을 털어 놓았습니다.
“아들아, 돈 버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집안 식구들과 친척들에게 의리를 지키고 우애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란다.”
아들은 하는 수 없이 아버지의 뜻대로 큰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지만 속 마음이 여간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바보 아니예요?”
“넌 왜? 나를 그렇게 생각하는거냐?”
의아해 하는 아버지와 아들은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배추 한 포기, 무 한 단이라도 늘 제일 좋은 것만 큰 집에다 갖다 주시지만 큰집에서는 아버지에게 뭘 해주셨지요?”
“아들아, 무엇을 바라고 하는 행동은 순수하지 못한 거란다. 다만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만 하면 되는거야.”
“그러니까 아버지가 바보라는 거예요. 난 속이 터질 것 같아요.”
예정보다 늦게 출발해서 다시 큰집에 들르다 보니 아들은 더욱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서두르지를 않고 쉬엄쉬엄 가는 것이었습니다.
가다가 좋은 경치를 만나면 쉬면서 한참 구경하시고 맑은 물 흐르는 개울을 만나면 세수를 하고 발을 담그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아들의 불평 불만은 커져만 갔습니다.
“아버지가 이러시니 우리 가정이 가난을 못 면한다니까요. 어서 가시자구요.”
한참 걸음을 재촉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날이 저물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길옆에 있는 논 가운데 웬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버지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무슨 일인가를 물었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글쎄, 쟁기질하던 소가 수렁에 빠졌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제가 좀 도와 드릴까요?”
“그렇다면 얼마나 고맙겠습니까.”
이 말을 듣고 있던 아들은 아버지의 옷깃을 끌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버지, 이번만은 그냥 가시지요. 우리의 갈 길은 바쁘고 저 사람들이 수렁에 빠진 소는 어떻게 구하겠지요.”
그러나 아버지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들아, 세상을 살다보면 우리가 저런 경우를 당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단다.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베풀지 않으면 역시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없고 받는다고 해도 떳떳할 수 없단다.”
아버지는 어느새 수렁에 빠진 소를 건져내기 위해 뛰어 내렸습니다.
상당한 시간이 걸려 가까스로 소를 건져내고 길을 떠나자니 주변엔 이미 어둠이 쫙 갈리고 말았습니다.
“아버지, 이젠 다 틀렸어요. 깜깜한 밤중에 누가 채소를 사러 오겠습니까? 그리고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 바람에 채소도 다 시들시들해져 버렸다니까요?”
아들은 씩씩거리며 불평을 털어 놓았습니다.
깜깜해진 초저녁 아버지와 아들은 목적지가 멀리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잠시 걸터 앉아 불빛이 어른거리는 도시를 바라다보며 길게 한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이 때였습니다. 그 도시 쪽에서 번개와 천둥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 보세요. 저곳에서 지금 번개와 천둥소리가 나잖아요. 지금 설령 그곳으로 간다고 해도 장대같은 비 밖에는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거예요. 이제까지 죽을 고생을 했지만 모두 헛고생 뿐이었어요.”
아버지는 아들의 불평을 들으면서 멀리 보이는 도시에서 번쩍이는 불빛과 천둥소리가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가보는 수밖에 별 도리가 있겠느냐?”
아버지는 터벅터벅 소달구지를 끌고 풀이 죽어 있는 아들과 함께 도시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도시로 들어가는 높다란 고갯길에 접어든 순간 아버지와 아들은 그만 입이 딱 벌어진 채 아무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니? 세상에 이럴 수가…….”
“아버지, 어떻게 해야 하지요?”
커다란 도시는 완전히 잿더미로 변해 버렸고, 이곳 저곳에는 피비린내와 죽어가는 사람들의 아우성으로 아비규환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도시는 일본의 히로시마였으며 미군에 의해 원자폭탄 세례를 받고 순식간에 수많은 생명과 재산 모든 건물이 잿더미로 변해 버린 것입니다.
“아버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세요.”
아들은 이제까지 조급하게 서두르며 불평 불만을 쏟아 놓았던 자신의 잘못을 깊이 뉘우치며 아버지의 가슴에 고개를 파묻은 채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커다란 도시 히로시마의 밤하늘엔 시커먼 연기만 가득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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