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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화] 천지 빼까리라 카이

창작동화 심후섭............... 조회 수 1983 추천 수 0 2008.03.17 21:09:01
.........
˝어디 보자, 이제 며칠 남았나? 룰루 룰루루 랄라 랄라라…….˝
웅이는 요즘 신이 났습니다.
˝나는 방학이 되고, 아버지께서는 휴가를 얻으시면 시골 외가에 가기로 하였어.˝
웅이는 반 친구들에게 마구 자랑을 하였습니다.

˝우리 외삼촌이 원두막을 지어 놓으셨대. 이번에 가면 그 원두막에 누워 푸른 하늘을 실컷 바라볼 거야. 흰 구름이 두둥실 떠가겠지. 아!˝
˝야, 정말 신나겠는데!˝
˝그럼, 달력에서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원두막에 직접 올라갈 수 있게 되다니!˝
웅이는 잠시도 입을 다물지 못하였습니다.

그런 웅이를 보고 어머니가 한마디하였습니다.
˝야아가 와 이라노? 꼭 뭐 하나 빠진 아이같이…….˝
아버지도 한마디하였습니다.
˝니 그리도 좋나?˝
아버지와 어머니는 서울에 온 지 이십 년이 다 되어가지만 가끔씩 이렇게 사투리를 썼습니다. 기분이 좋을 때와 옛 친구를 만났을 때에 더 많이 썼습니다.
˝에이, 또 그 사투리!˝
웅이가 역정을 내었습니다.
˝원 별일 다 보겠데이. 나도 고향 생각나서 어릴 때 쓰던 말을 좀 쓰는데 그게 뭐 그리 흉된다고 그라노?˝
그럴수록 어머니는 더욱 짓궂게 사투리를 썼습니다.

이 때, 같은 반에 다니는 진이가 왔습니다.
˝며칠 전에 빌려 간 책 가져 왔어.˝
진이는 웅이가 좋아하는 여학생이었습니다.
˝아이고, 진이 왔나? 내일 학교에서 돌려조도 될낀데 일부러 가지고 왔구만!˝
˝네, 아침에 잊어버릴까봐 보일 때 들고 왔습니다.˝
˝그래, 하긴 그렇구만! 지금 엄마는 뭐 하시더노?˝
어머니는 진이를 보고 계속 사투리로 말했습니다.
웅이가 큰 소리로 끼어들었습니다.
˝어머니, 제발 그만 좀 하세요.˝
˝아이고, 깜짝이야! 와 내가 사투리를 쓰면 니 장가가는데 방해될까봐 그러는 기가? 걱정 말거래이. 어떻게 생긴 내 아들인데 그런 걱정을 다하고 그라노? 안 그렇나?˝
어머니는 웅이와 진이를 번갈아 바라보며 말하였습니다.
진이는 그저 웃기만 하였습니다.
˝아이고, 어머니도 차암!˝
˝야가 뭐라카노?˝
˝어머니, 제발 쪼옴!˝
˝아이고, 야 봐래이. 참 별일이다. 지도 ´차암´, ´쪼옴´하고 이상한 말을 쓰면서 내 보고는 사투리를 쓴다고 야단이네.˝
˝알았어요. 제발 그만 좀 하세요.˝
˝하하하!˝
˝호호호!˝
모두들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이윽고 여름 방학이 되었습니다.
아버지도 휴가를 받았습니다.
웅이네 식구들은 콧노래를 부르며 기차를 탔습니다. 우선 네 시간 가까이 달려 대구에 도착한 다음, 다시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남짓 더 달려야 하였습니다.

기차는 이내 한강을 건넜고, 잠시 뒤에는 차창 밖으로 논밭이 마구 달려갔습니다.
기차가 세 번 째인가 네 번째 역에 섰을 때였습니다.
웅이가 역 사무실 옆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아니, 저기 좀 보세요. 밭도 아닌데 수수가 심겨져 있어요.˝
˝어디 보자. 그건 수수가 아니고, 강냉이 아이가? 강냉이?˝
˝네에?˝
˝그래, 강냉이! 차암 너희들은 옥수수라고 배웠겠구나.˝
그 때였습니다.
˝자, 옥수수 왔습니다. 금방 쪄낸 옥수숩니다.˝
기차 안에서 물건을 파는 아저씨가 손수레를 밀며 말했습니다.
˝아이고, 그거 맛있게 생겼네. 그거 얼마니껴?˝
어버지가 지갑을 꺼내며 사투리로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아저씨도 사투리로 대답했습니다.
˝세 송이에 천 원이시더. 단돈 천 원! 농사짓는 분들 고생하는 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이지예.˝
˝그거, 여섯 송이만 주소. 그런데 말씀하는 거 보이께로 갱상도 사람인 모양이제요?˝
˝야, 지야 기차 타고 여기저기 댕기다 보니 온 동네 말 다 주워 듣는 기라요.˝
˝하하하! 하여튼 간에 반갑십니다. 이렇게 고향 사람을 만나다니요.˝
아버지와 그 아저씨는 악수까지 하며 좋아하였습니다.
옥수수는 매우 맛있었습니다.

이윽고 기차는 대구에 도착하였습니다.
이번에는 버스로 옮겨 타야 하였습니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할머니 한 분이 어머니를 보고 반갑게 외쳤습니다.
˝아이고, 이게 누구고? 자네는 양지말 할매 딸 분이 아이가? 니 분이 맞제?˝
˝야아. 지가 분이구만요. 한실 아지매 아인교?˝
˝그래, 내다. 니 잘 있었나?˝
˝아이고, 그 고우시던 아지매도 이젠 할매가 다 되셨네요.˝
˝그래, 세월 이길 장사가 어디 있겠노? 이제는 이렇게 쭈구렁 방티가 다 됐다 아이가!˝
한실 할머니는 자신의 아랫볼을 집어당기며 눈웃음을 쳤습니다.
˝그래도 한실 아지매는 근력이 좋으시네요. 이렇게 대구까지 나들이도 하시고……. 우리 어매는 엄두도 못 내실 일인데…….˝
˝그래도 양지말 할매는 밭일 다 하신다. 눈이 약간 어두워서 혼자서는 차를 못 타실 뿐이제…….˝
˝야아.˝
어머니는 대답을 하다 말고 눈시울을 붉히며 차창 밖을 내다보았습니다.
웅이는 슬그머니 어머니 손을 잡았습니다.
그러자 한실 할머니가 웅이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아이고, 요기 니 새끼가? 참말로 잘 생겼데이. 그래, 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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