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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文, 종이로 읽을때 기억효과 두배… SNS는 읽기 아닌 보기"
김성모 기자 박세미 기자
입력 : 2016.03.19 03:10
[창간 96 특집/읽기 혁명]
"내 아이들에게 당연히 컴퓨터를 사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책을 사줄 것이다" -빌 게이츠
- SNS와 종이 글 읽기 비교 실험
내용 복잡한 글·함축적인 詩도 종이로 읽은 쪽이 기억 더 잘해
"SNS로 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기억나는게 별로 없어 놀라"
SNS, 딴짓에 빠질 확률 85% "깊이 있는 독서가 불가능"
많은 사람이 '인터넷과 SNS의 출현으로 과거보다 더 많은 글을 읽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읽기 효과'는 SNS가 종이보다 훨씬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글이 길고 복잡하며, 그 내용이 함축적일수록 종이로 읽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본지와 성균관대 최명원 교수팀(독어독문학·휴먼ICT융합학)은 스마트폰으로 글을 읽을 때 얼마나 정보가 기억에 오래 남고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지 검증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다. 지난 2~5일 성균관대생 30명과 명덕외고·서초고 재학생 59명 등 고교생·대학생 총 89명을 상대로 '읽기 효과'를 측정한 것이다.
실험은 네 가지 지문을 5분간 한쪽 집단(44명)은 종이로, 다른 한쪽 집단(45명)은 SNS(페이스북)로 보여주고, 6시간이 흐른 뒤 지문 내용을 확인하는 14개 문항을 풀도록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어진 지문은 ①역사적 사실을 담은 단문(933자) ②독감과 감기의 차이를 이미지로 구현한 인포그래픽형 기사 ③커피에 대한 상식을 담은 복잡한 장문(한글·영문 혼용 1673자) ④추상적이고 함축적인 시(詩)(정호승의 '부활' 184자) 등 네 가지였다.
◇길고 복잡한 글일수록 종이 읽기 효과
그 결과, 모든 집단에서 종이로 글을 읽을 때 SNS 읽기보다 '읽기 효과'가 더 뛰어났다. 다만 나이에 따라 읽기 효과는 차이가 있었다. 대학생의 경우 종이로 읽은 집단의 평균 점수가 49.8점으로 SNS로 읽은 집단 평균 점수(30.1점)보다 19.7점 높았고, 고교생은 종이로 읽은 학생들 점수(32.9점)가 SNS로 읽은 학생(26.1점)보다 6.8점 높아 상대적으로 차이가 적었다.
서울 서초고 2학년 학생들이 본지와 성균관대 최명원 교수팀이 진행한 ‘SNS와 종이 글 읽기 비교 실험’에서 휴대전화와 종이로 지문을 읽고 있다. /조인원 기자
글이 길고 내용이 복잡해질수록 읽기 효과 차이는 더 컸다. 대학생과 고교생 모두 추상적이고 함축적인 글(④번)이나, 길고 내용이 복잡한 글(③번)에 대한 질문에서 SNS로 글을 읽었을 때 점수가 종이보다 더 낮았다. 예를 들어 SNS로 읽은 고교생들은 시를 이미지로 형상화해내라는 ④번 지문 관련 문항에서 종이로 읽은 학생들의 절반 정도밖에 답하지 못했다. 다만 그래픽으로 정보를 제공한 ②번 지문의 경우, 모든 집단에서 SNS와 종이 간 점수 차(6.6점)는 적었다.
SNS로 글을 읽은 성균관대생 강지하(21·문헌정보학과)씨는 "SNS로 글을 읽으면 내용이 조금만 생소해져도 대충 건너뛰고 딱딱한 내용이 나오면 자동적으로 스크롤을 내리게 된다"며 "메모를 할 수도 없어 더 기억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서초고 2학년 최지연(17)양은 "SNS에 있는 글은 대충 읽으면서도 내 뇌가 '다 읽었으니 됐다'는 신호를 보내는 거 같다"며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기억나는 게 별로 없어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반면 일부 학생은 "빨리 익숙하게 읽을 수 있어서 SNS가 더 좋다" "이미지가 있는 글은 SNS가 더 적합한 거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SNS 이용은 읽기가 아니라 보기"
외국에도 '종이 읽기'가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많다. 2014년 앤 니콜리는 '기억력과 이해도에서의 읽기 효과' 논문에서 "학생 231명을 대상으로 똑같은 글을 태블릿PC와 종이로 나눠 제공한 뒤 기억력과 이해력을 테스트한 결과, 종이로 글을 읽은 집단에서 좀 더 고득점자들이 많이 나왔다"고 했다. 종이로 읽은 집단은 28%가 9~10점(10점 만점)을 받았지만, 태블릿 집단은 18%만 고득점했다.
노르웨이 스타방에르 대학과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학 연구팀이 대학원생 50명을 대상으로 단편소설을 종이책과 아마존 킨들로 제공한 결과도 비슷하다. 줄거리 등 전체적인 틀을 묻는 문항에선 양쪽 집단의 정답률이 대체로 비슷했지만, 사건 발생 시점 등 세부 사항에 대한 질문에선 전자책 집단이 종이책 집단의 절반 정도만 답을 맞혔다.
나오미 배런(Baron) 미국 아메리칸대 교수는 "디지털 매체를 통한 읽기에 대해 실험해 보니 디지털 기기 스크린을 통한 글 읽기에서 딴짓으로 이어질 확률은 85%로, 종이 매체 읽기(26%)보다 크게 높으며 읽기 집중력 역시 크게 떨어진다"고 말했다. 본지 실험에서도 많은 피실험 학생이 "페이스북 기사를 읽으려고 링크를 눌렀더니 갑자기 광고가 함께 떠 그걸 없애느라 헤맸다" "글을 읽는 동안 친구들한테 카톡이 와 글에만 집중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연구를 수행한 최명원 교수는 "SNS 등 디지털 스크린으로 글을 읽는 것은 '읽기(reading)'가 아니라 '보기(seeing)'에 가깝다는 게 실증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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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