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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없는 설교와 선행 따위

이현주 이현주............... 조회 수 2529 추천 수 0 2008.02.09 00:2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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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 <과노긔이야기42/드림>중에서

사랑 없는 설교와 선행 따위  

저명한 랍비와 그의 제자들이 마을로부터 멀리 떨어진 작업장에서 아침나절 힘들여 일했다. 모두들 지치고 목이 말랐다. 정오가 되어 제자들이 스승에게 손 씻을 물을 한 대야 가져다 드렸다. 놀랍게도 랍비는 그들이 떠다 준 물에서 겨우 몇 모금 만 덜어 그것으로 대충 손을 씻었다. 경건한 유대인이 음식 먹기 전에 손을 깨끗이 씻으라는 계명을 저렇게 어길 수 있단 말인가?
조심스럽게, 한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 물을 너무 조금 쓰십니다. 그래서야 손이 깨끗하게 씻어지겠습니까?”
랍비가 말없이 손을 들어 어디를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우물에서 이리로 샛길을 통해 올라오고 있는 어린 하녀가 보였다. 그녀는 무거운 물지게를 지고서 허리를 잔뜩 굽힌 채 비틀거리며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저 가련한 아이의 수고로 얻은 물을 어찌 함부로 쓸 수 있겠는가? 내가 이렇게 아껴 쓰면 한 번쯤 우물에 덜 내려갈 수 있을 터인데.”
제자들은 비로소 친절한 마음에서 우러난 행위 하나가 모든 계명을 지키는 것보다 크다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
기도: 그렇습니다, 주님. 저에게 태산을 옮길 만한 믿음이나 하느님의 신비를 깨달아 아는 지식이나 천사처럼 말하는 재주 같은 것 안 주셔도 좋습니다. 아니, 그런 것들을 주지 마십시오.
고픈 배를 달래며 손바닥이 닳도록 일해야 하는 가련한 밑바닥 노동자들을 생각하여 볼펜 한 자루, 종이 한 장 허투루 쓰지 못하는 마음이 제 속에서 샘처럼 솟구쳐 흐르기 전에는, 그런 허망한 것들을 쳐다보지도 않도록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그러잖아도 시끄럽고 골치 아픈 세상인데, 저마저도 사랑 없는 설교와 선행 따위로 허공을 울리는 요란한 꽹과리 소리를 덧보태고 싶지는 않습니다.
혹여, 그럴 가능성이 짙어 보이거든 아예 제 숨통을 끊어주십시오. 진심으로 비는 것임을, 당신이 아십니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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