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입벌구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7 추천 수 0 2023.07.20 05:25:49
.........

3b2db892deb215454cf3aeee5fbd953f.jpg[한희철 목사] 입벌구

 

‘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을 하는 것이/ 남의 말 내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이/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짧은 시조 안에 ‘말’이라는 단어가 몇 개나 들어가 있나 싶은 이 시조는 조선시대 김천택의 <청구영언>에 실린 작자 미상의 시조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림잡아도 500년 이전에 쓴 시조지만 오늘 이 시대를 노래하고 있다 여겨지는 것은 저만의 생각일지요.

말이 많기 때문이겠지요, 말의 종류도 참으로 많습니다. 실속이 없는 헛된 빈말, 사실과 다른 거짓말, 일이 끝난 뒤에 쓸데없이 이러니저러니 다시 하는 뒷말, 하지 않아도 좋을 때에 쓸데없이 하는 군말, 손아랫사람에게 하듯 낮추어 하는 반말, 나오는 대로 함부로 속되게 하는 막말, 실질적인 의미를 담지 않거나 공연히 그냥 한번 해 보는 헛말 등이 있습니다.

말과 관련하여 생겨난 말들도 많습니다. 말을 꺼내는 실마리인 말문, 말을 계속 이어 갈 수 있는 재료인 말밑천, 말로 씨름을 하듯 다투는 말씨름, 실속이 없이 겉만 꾸미는 말치레, 말하는 속에 은연히 뜻이 드러나는 말눈치, 말을 이리저리 척척 둘러대는 말주변, 말하는 태도나 모양새인 말본새 등이 그렇습니다.

말이 되지 않는 말, 말 같지도 않은 말, 격이 떨어지는 말은 ‘말’보다는 ‘소리’를 씁니다. 성이 나거나 서운해서 퉁명스럽게 하는 볼멘소리, 하지 않아도 좋을 쓸데없는 군소리, 아주 작게나마 남에게 들리게 내는 찍소리, 자기의 지위나 능력을 믿고 지나치게 장담하는 입찬소리, 터무니없이 자랑으로 떠벌리는 흰소리, 상대편의 말을 엉뚱한 다른 말로 재치 있게 슬쩍 받아넘기는 신소리, 답답하고 아쉬울 때 남에게 동정을 얻으려고 굽실거리거나 애걸하는 다리아랫소리, 이치에 맞지 않는 엉뚱한 생소리, 쓸데없이 함부로 지껄이는 허튼소리 등이 있습니다.

말에 관한 경험이 쌓이고 쌓인 결과겠지요, 말에 관한 속담도 많습니다. 군말이 많으면 쓸 말이 적다, 관 속에 들어가도 막말은 말라, 길이 아니거든 가지 말고 말이 아니거든 듣지 말라,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말이란 아해 다르고 어해 다르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 갚는다, 세치 혀가 사람 잡는다,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 말이 씨가 된다 등이 있습니다.

말에 대한 관심은 나이와 상관이 없지 싶습니다. 요즘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들으면 무슨 말인지 짐작하기가 어렵습니다. 무엇보다도 말을 줄여서 하는 줄임말을 들으면 뜻을 헤아리기가 어렵습니다. 아이들은 말로서 성을 쌓아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어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이들의 줄임말 중에는 말에 관한 것이 있습니다. ‘할말하않’은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 ‘안물안궁’은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 ‘솔까말’은 ‘솔직하게 까놓고 말해서’, ‘갑분싸’는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진다’는 뜻이었습니다.

말에 관한 줄임말 중에는 ‘입벌구’가 있습니다. ‘입만 벌리면 구라(거짓말)’라는 뜻으로,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사회가 병들면 말도 병이 듭니다. 아이들 눈에 어른들이 ‘입벌구’라면 우리는 가장 나쁜 유산을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는 셈이 될 것입니다.

<교차로>2023.7.19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3221 한희철 배수진너 신진서 한희철 2024-03-06 10
3220 한희철 녹색 파도 한희철 2024-03-27 13
3219 한희철 수묵화 같은 새 file 한희철 2023-02-14 13
3218 한희철 편지를 쓰면 어떨까요? 한희철 2022-12-14 15
3217 한희철 시(詩)로 하는 시위(示威) 한희철 2022-04-14 15
3216 한희철 별이 된 강아지똥 한희철 2023-07-26 15
3215 한희철 할아버지, 연어를 따라오면 한국입니다 한희철 2022-08-29 15
3214 한희철 비밀스런 빛, 비밀스런 손길 한희철 2022-08-31 17
» 한희철 입벌구 한희철 2023-07-20 17
3212 한희철 선생님들, 힘내세요 한희철 2023-12-08 17
3211 한희철 내 맘 아는 이, 내 맘 아뢸 이 한희철 2023-07-10 17
3210 한희철 또 하나의 대장별 한희철 2024-01-24 18
3209 한희철 제 위에는 하늘이 있습니다 한희철 2023-08-02 19
3208 한희철 탕, 탕, 탕! 한희철 2023-12-13 19
3207 한희철 고들빼기와 씀바귀 한희철 2023-06-08 19
3206 한희철 경이가 가득한 꽃밭 한희철 2023-11-08 19
3205 한희철 수묵화를 닮은 새 한희철 2023-02-22 20
3204 한희철 그건 제 돈이 아니잖아요 한희철 2023-11-29 20
3203 한희철 천원집이라고 불리는 집 한희철 2023-11-07 21
3202 한희철 하나님의 어릿광대 file 한희철 2023-02-13 21
3201 한희철 숨 막히는 길목 한희철 2024-02-28 21
3200 한희철 동네 한 바퀴를 돌다보면 한희철 2022-06-01 22
3199 한희철 나무 위에 그린 그림 file 한희철 2024-04-03 23
3198 한희철 호미 씻으면 김이 무성하다 한희철 2023-08-23 23
3197 한희철 오래 가는 것에 대한 그리움 한희철 2022-11-30 23
3196 한희철 유쾌하게 지기 한희철 2023-11-16 24
3195 한희철 가까운 곳에 있는 거룩함 한희철 2022-06-29 24
3194 한희철 봄은 어디에서 올까 한희철 2024-03-13 24
3193 한희철 진정한 예술가는 시간 위에 그림을 그린다 file 한희철 2023-02-09 24
3192 한희철 아이들과 함께 죽겠습니다 한희철 2023-09-07 24
3191 한희철 동네 도서관에서 만난 공의 한희철 2023-08-30 25
3190 한희철 항아리 한희철 2023-07-20 25
3189 한희철 웃을 수 있다면 한희철 2023-01-25 25
3188 한희철 바보, 투명함에 이르도록 한희철 2022-09-05 25
3187 한희철 자기 집이 없으면 한희철 2022-06-09 25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