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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1. 두발자전거 타기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5286 추천 수 0 2002.01.05 22: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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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611. 두발자전거 타기

 

지난해 외할머니로부터 생일 선물로 자전거를 받은 막내는 시간이 날 때마다 자전거를 즐겨탔습니다. 형이 물려준 낡은 세발자전거를 타다가 양쪽에 보조 바퀴가 달린 두발자전거를, 그것도 새 자전거를 타니 여간 신나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어서어서 크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아이로선 자기가 자전거를 바꿔 타게 되었다는 사실이 자기가 그만큼 컸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일로서, 막내는 자전거를 탈 때마다 은근히 그런 자신의 모습을 자랑스러워하곤 했습니다. 

며칠 전, 자전거를 타고 있는 막내에게 '보조바퀴를 빼주랴?' 했더니 의외로 대답이 흔쾌했습니다. '어서 빼 달라'고 선뜻 대답을 했습니다. 보조바퀴를 떼어내는 것이 무서워 한참 설득을 하고 실랑이를 벌이고서야 바퀴를 떼어내곤 했던지라 아이의 혼쾌한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이웃집에 가서 연장을 빌려다 뒷바퀴 양쪽에 설치되어 있는 보조바퀴를 빼내었습니다. 보조바퀴 덕에 그냥도 잘 서 있던 자전거가 어디 기대 세우지 않으면 천상 쓰러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넘어지고 힘들거다. 하지만 잘배우고 나면 보조바퀴를 달았을 때보다 훨씬 재미있을 것이다, 보조바퀴가 달려있을 때처럼 자신있게 타라 훈련 조교가 신병을 가르치듯 보조바퀴를 떼어내고 진짜 두발 자전거를 타게 된 막내에게 이런저런 사실을 일러주었습니다. 

 

막 출발하는 아이의 자전거를 뒤에서 붙잡아 주며 두발자전거 타는 연습이 시작되었습니다. 뒤에 보조바퀴가 없다는 사실을 자꾸 의식해서인지 자전거는 쓰러질 듯 위태하게 달렸습니다. 한쪽으로 자전거가 기울면 핸들을 돌려 균형을 잡아야 할텐데 막내는 자꾸만 몸을 반대편으로 기울여 몸으로 균형을 잡으려했습니다. 

집 앞길을 서너번 왔다갔다 한 뒤 자신이 조금 생겼는지 이번엔 혼자 해보겠다고 나섰습니다. 혼자라고는 하지만 몇 번을 더 자전거 뒤에 바짝 불어 같이 달리며 만약의 경우에 대비한 뒤에야 막내는 혼자 자전거에 올랐습니다.

길 아래로 떨어질 것도 같고, 가시덤불 속으로 쓰러질 것도 같고, 혼자서 두발자전거를 타는 막내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참으로 조심스러웠습니다. 

막 둥지를 떠나 처음으로 날기를 배우는 어린 새의 서툰 비행을 바라보는 심정이었습니다. 몇 번은 넘어져 무릎이 까지기도 하고, 한번은 멀쩡히 서 있는 트럭으로 달려 지 말따나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거도 하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더니 드디어는 혼자서도 두발자전거를 신나게 탈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제일 먼저 한 일은 태줄을 자르는 일이었습니다. 위험하긴 해도 탯줄을 잘라야 비로소 한 인간으로 자라갈 수 있게 되는 법입니다. 보조바퀴를 떼어내고 신나게 자전거를 타는 막내를 보며 내가 내 인생에서 떼어낼 보조바퀴는 없는 것일까, 생각이 그랬습니다.

(얘기마을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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